정부가 야심차게 밀고 있는 공공재개발을 통한 도심 내 주택공급에 갈수록 먹구름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 “사유재산권 침해…명확한 설명도 없이 동의서에 사인 받아갔다” 주장도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2구역 공공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금호23구역’과 ‘신설1구역’ 비대위 등과 연대해 23일(월) 오전 10시 서울시청 본관 정문 앞에서 공공개발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는 지역 주민의 10% 이상의 동의가 있을 경우 예비지구로 등록되며, 이어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본지구로 지정되는 식이다. 흑석2구역 비대위는 공개 질의서를 통해 “사유지 9400평 중 2000평도 미치지 못하는 토지 소유자의 다수결에 의한 횡포를 서울시는 정당하다고 보고 공공 재개발을 강행하려는가?”라고 물었다.
비대위는 “흑석2구역처럼 주민들 사이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수많은 세입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도심재개발 사업에 역량이 검증된 바가 없는 SH공사는 자신들의 실적에 급급하여 전문적 지식이 없는 주민들을 현혹하고 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모인 단지들 외에도 서울 안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사업장은 공공재개발 방식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며, “홍제나 미아 등 다른 지역에서의 연대도 앞으로 추가적으로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지역조합 관계자는 “10% 동의도 아무 정보도 없는 주민들한테 겁을 줘가면서 어영부영 동의서에 사인을 받아갔다”며, “우리 지역에는 특히 이런 정보를 접하기 힘든 어르신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한테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김성렬 신설1구역 비대위원장은 “신설 1구역의 토지 등 소유자들은 평생 피와 땀을 흘려가며 한 푼, 두 푼 저축하여 작게나마 길가에 본인의 소유건물을 가지고 소규모사업 및 영세 임대사업을 영위하며 살고 있다”라며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토지 등 소유자들이 지분 쪼개기, 투기 등을 일삼고 있다. 선량한 원주민들의 땅을 뺏어서 투기 세력에게 나눠주는 공공 재개발이 과연 맞는 건지, 근본 취지인지 생각해 달라”라고 오세훈 시장에게 촉구했다.
정부와 시 관계자들은 이번 공공재개발 반대 의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공개 질의서가 오세훈 시장에게 넘어간 뒤 추가적인 입장이 밝혀질 것으로 관측된다.
흑석2구역, 금호23구역, 신설1구역 등 3개 구역은 서울시와 SH공사 및 LH공사가 주도하는 공공 재개발에 대해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대다수 지주의 재산권 침탈을 획책하며 졸속 추진되는 공공 재개발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도시재생 등을 통해 마을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힘을 모아 주민들 자체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앞으로 공공 재개발을 반대하는 다른 구역들과도 연대의 폭을 넓혀 나가며 매일 릴레이 1인 시위 등으로 공공 재개발이 철회될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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