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3차원 가상세계를 혼합한 공간을 말한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미래 고객인 10대를 잡기 위해 ‘메타버스’라는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쓴 소설 <스노 크래시> 속에서 처음 등장한다. 지난 2009년 전 세계를 가상 세계로 몰아넣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 속의 또 다른 나’가 가상공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특히 10대에게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으로 주목 받고 있다. 대표 플랫폼으로 제페토,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등이 있다.
단어는 낯설지만, ‘메타버스’는 이전부터 우리 주변에 존재해 왔다. 약 20년 전 온라인 메신저 ‘세이클럽’에서 선보인 ‘아바타 꾸미기’는 그때 당시 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왔다. 이어 부활을 앞두고 있는 ‘싸이월드’도 미니홈피라는 가상공간에 친구들을 초청하며 우리의 일상 속을 침투했었다. 싸이월드 ‘도토리’는 지금으로 치면 ‘비트코인’과도 같은 가상 자산까지 갖고 있었다. 최근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의 SNS와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포켓몬고’의 증강현실 세계도 우리에게 친숙한 형태의 메타버스다.
메타버스에서 주요한 행사를 진행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피하면서도 만남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다 보니, 기업을 넘어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까지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온라인에 옮긴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하려 한다. 특히 젊은 세대의 참여를 독려하고, 이들에게 혁신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에 메타버스가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지난 4월 ‘메타버스 비긴즈: 5대 이슈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여 년간 준비와 과도기를 거친 메타버스 산업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본격적인 확산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래 금융의 출발점, ‘메타버스’
금융권도 지속 가능한 미래 금융을 위해 메타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다는 메타버스 기술 특성은 디지털 점포 구축과 관련 금융상품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DGB금융그룹은 지난달 네이버Z에서 제작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6명이 참석한 그룹 경영 현안회의를 진행했다. ‘제페토’는 ESG(환경·사회 공헌·지배구조) 공모전 시상식에도 이용됐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을 비롯해 공모전에 응모한 사회복지시설 7개팀과 대학생 6개팀이 제페토 안에 마련된 시상식 공간에 모였다. DGB금융 사내에서는 ‘디지털 패셔니스타(디패)’라는 사내 모임도 메타버스에서 생겼다. 디패는 AR 협업 애플리케이션(앱)의 회의 공간 ‘스페이셜’을 활용해 서로의 여행 사례를 다양한 자료로 공유했다.
김태오 회장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그룹사 직원들이 급변하는 디지털 문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상공간의 장을 확대하고 메타버스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지난 3월부터 매주 서울 서초구 NH디지털혁신캠퍼스로 출근해 직원들과 소통하며 경영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메타버스와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을 통해 본 미래 금융’을 주제로 ‘디토크(D-Talk) 세미나’를 열어 ▲메타버스의 형태와 구현 기술 ▲XAI의 개념과 원리 ▲메타버스 주요 사례 등을 다뤘다.
권 행장은 직원들에게 “디지털 혁신은 농협은행의 미래가 달린 생존 과제”라며 “디지털 신기술 개발과 신사업 육성 등 고객 중심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SC제일은행은 최근 열린 ‘디지털 웰쓰케어(Wealth Care) 세미나’ 장소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택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온택트(Ontact) 방식을 통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했다. 세미나 공간을 가상공간으로 연출하고 가상 아바타가 고객을 맞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메타버스 관련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디지털 지점 제안이 담겨있다. 제페토 플랫폼 안에 KB국민은행 광고 모델인 방탄소년단(BTS)이 직원으로 일하는 지점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국민은행은 이러한 메타버스 도입으로 미래 고객과 소통을 늘리고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는 금융그룹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동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기를 활용한 ‘디지털 연수원’을 운영해 직원들의 고객 경험과 응대 역량을 증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공간 제약이 없는 ‘메타버스’라는 가상 세계에서는 현실 세계에서도 한 번도 만난 적 없거나 또는 마주치기 어려운 유명인들과의 소통이 가능하다”면서 “저마다 참여하고 있는 가상 세계의 규칙과 구조, 스토리 등을 이해하고, 새로움을 발견하며 그 속에서 아이템이나 디지털 자산 등을 얻으며 경제적 이익과 성취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에 눈독 들이는 증권가
메타버스가 미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도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나서고 있다.
메타버스 경제는 특히 5G 통신 인프라 구축과 함께 하드웨어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융합되며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플랫폼과 디지털 콘텐츠 산업과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경제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6월 22일 메타버스 환경에 맞는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메타시티포럼’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메타시티포럼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이 모인 회의체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을 결합해 디지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도시에 구현하기 위해 보스아고라, 에이트원, 유라클, 블록체인리서치인스티튜트 등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협약을 통해 메타시티포럼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된 IBK투자증권은 추후 이곳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메타시티 지점 개설, 금융교육, 모의투자, 자산관리, 시세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자산운용사들도 메타버스 관련 펀드 속속 출시
자산운용업계도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먼저 메타버스 관련 펀드를 내놓았다.
KB자산운용은 지난 6월 14일 업계 최초로 글로벌 주식시장에 상장된 메타버스 대표종목에 투자하는 ‘KB 글로벌 메타버스경제펀드’를 출시했다. KB 글로벌 메타버스경제펀드는 출시 열흘 만에 34억 7,600억원이 판매되는 등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KB 글로벌 메타버스경제펀드는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기기 등을 제조하는 하드웨어 기업(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오토데스크·엔비디아·유니티소프트웨어) ▲플랫폼 및 콘텐츠 기업(로블록스·네이버·하이브) ▲가상세계 인프라 관련 기업(아마존·퀄컴·스노우플레이크) 등에 투자한다.
KB자산운용은 투자 조건에 부합하는 200~300개 유니버스 중 국가와 산업별 분산도를 고려해 최종 30~50개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국가별 비중은 미국이 70%로 가장 높다. 산업별로는 하드웨어와 플랫폼 관련 비중이 각각 30% 내외로 가장 높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빠르게 진화하는 메타버스 경제 수혜주를 선별해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메가트렌드로 급부상 중인 메타버스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펀드를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도 뒤이어 같은 달 28일 메타버스 테마 관련 핵심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를 출시했다.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는 2개의 집중투자 그룹과 6개의 테마로테이션 그룹 등 총 8개의 테마로 분류해 운용된다.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을 중장기적으로 견인할 핵심 테마로 클라우드 컴퓨팅과 가상현실을 선정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해 선별된 테마별 종목 중 센티먼트 분석과 ESG 스크리닝 등을 고려해 40~50개 종목에 투자하게 된다.
국가별 비중은 미국이 약 78%로 가장 높고, 섹터별 비중은 정보 기술 분야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부분이 각각 51.0%와 25.3%로 가장 높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초기 성장기에 진입한 메타버스는 향후 20년을 주도할 메가트렌드”라면서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사용해 메타버스 테마 유니버스를 구성한 뒤 관심도와 모멘텀을 결합한 전략을 통해 초과 수익을 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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