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SK그룹 계열 증시 입성이 흥행을 이끌었는데, 하반기에는 LG, 현대, 한화, 카카오 등 대기업 계열사의 기업가치 조(兆) 단위 공모주들이 대거 대기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현재 카카오페이, 현대중공업, 롯데렌탈, 한화종합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상장을 추진 중인 대기업 계열 기업들이 공모 전 절차인 한국거래소 심사를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작년에 카카오게임즈를 코스닥에 상장한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도전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지난 4월 26일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카카오페이 상장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 골드만삭스, JP모건이다. 카카오페이의 상장 후 기업가치로는 10조원 규모가 오르내리고 있다.
카카오는 이 같은 자회사 상장 기대감 등이 반영돼 최근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6월 11일 시가총액이 6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 6월 15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네이버를 제치고 첫 시가총액 3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과 한화종합화학도 각각 지난 5월 6일, 6월 4일에 각각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냈다.
LG화학의 전지사업 부문을 물적분할 해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8일 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역대 최대 규모 IPO 기록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 제조사로 미래 성장성 기대감이 높아 상장 이후 예상 기업가치도 50조원에서 최대 100억원까지 오르내리고 있을 만큼 빅딜(Big deal)로 꼽힌다.
IB업계 안팎에서는 공모 규모만 10조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하나만으로 2020년 한 해 전체 IPO 공모액을 두 배 이상 웃돌 수 있다는 얘기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모건스탠리가 맡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씨티글로벌마켓증권,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공동주관사로 참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 가운데 SK그룹은 현재 가장 많은 상장계열사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올해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더해 총 20개사에 이른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6월 10일 거래소에 분할 재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냈다. 유·무선 통신사업은 존속회사(SK텔레콤)에서 영위하고, 반도체 및 신규 ICT(정보통신기술) 투자 관련 사업부문은 인적분할하는 SKT신설투자가 재상장된다.
◇ 공모주 중복청약 금지 ‘변수’
대기업 계열사 IPO가 줄 잇는 배경으로는 단군 이래 최대 공모 규모가 예상되는 LG에너지솔루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모시장의 활황 기대감도 있지만 빅딜과 일정을 어느 정도 벌려서 흥행을 기대하는 셈이다.
일부 패스트트랙(신속심사제도)을 활용하는 기업들의 속도전도 감지되고 있다.
대어급 기업들이 IPO에 나서면서 증권업계도 공모주 시장 열기를 기대하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전통 빅3(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의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KB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 대표주관사 자리를 차지했다. 또 주관사를 따낸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롯데렌탈, 한화종합화학 등도 줄줄이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하반기 공모주 청약에서 가장 큰 변화는 중복청약 금지라고 할 수 있다. IPO 일반 청약 때 여러 증권사를 통한 공모주 청약을 금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6월 20일 이후 증권신고서 제출분부터 공모주 중복배정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한 투자자가 동일한 공모주에 대해 A 증권사에서 청약하고 B 증권사에서도 청약하더라도, 가장 먼저 접수된 청약 건에 대해서만 공모주 배정이 이뤄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3~4분기 상장을 목표로 한 대기업 계열사들이 상당히 몰려 있어서 적정한 기업가치를 반영하는지 여부에 따라 공모주 성패가 나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중복청약이 금지되면 공모주 청약 과열 양상이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대어급 IPO가 연이어 출격하는 만큼 상반기에 이어 공모주 투심이 여전히 견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4월과 5월에만 대어급 기업을 포함한 37개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며 “광풍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만큼의 공모주 청약 대란이 당장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작지만, 현재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들 대부분 연내 상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하반기 IPO 시장은 다시금 바람이 불어 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