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는 사전적 의미로는 '상품의 교환가치(交換價値)를 나타내고, 지불수단(支拂手段)과 가치의 척도 및 저장과 축적의 수단이 되는 금화, 은화, 주화, 지폐, 은행권 따위의 돈'을 말한다.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해버리는 자본주의(資本主義) 사회에서 화폐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코로나 19이후 비접촉(非接觸) 거래 증가로 현금(現金) 없는 사회로 성큼 다가면서 실물지폐(實物紙幣) 시대의 종언(終焉)을 예고하고 있다. 일례로 현금으로만 하던 결혼(結婚) 축의금(祝儀金)은 계좌이체(計座移替) 나 카카오페이로 송금(送金), 숫자로만 오갈 뿐이다. 현금사용이 줄다보니 위조지폐(僞造紙幣) 사용도 역대 최저다. 지폐가 설 땅을 잃자, 위조지폐도 사라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실체도 알 수 없는 암호화폐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 팬데믹 이후 전면적 버블 추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던 비트코인은 자금세탁(資金洗濯)의 통로와 국경을 넘는 투기적(投機的) 요인까지 겹쳐 이젠 감시대상으로 부상했다.
최근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세계 각국은 디지털화폐 도입을 활발하게 논의 중인데, 그 대표적 예가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다. Central Bank 자체가 내포하듯이 CBDC는 기존과 같이 중앙은행(中央銀行)에서 관리하는 화폐일 것이고 다만 디지털이라는 이름만 추가로 붙을 뿐 기능은 기존과 비슷할 것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즉 CBDC 도입은 중국(中國)이 가장 먼저 시험 운용을 거쳐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월 세계 최초로 발행(發行)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행도 하반기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금 대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공급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세상은 이미 디지털 경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사물(事物)의 가치를 결정하는 방식, 물건을 사는 방식, 재산 증식의 방식이 달라졌다. 디지털이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종이 화폐도 디지털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디지털 화폐, 타이밍을 잡는 자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다.
그렇다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마냥 환영(歡迎)할 일은 아니다. 우리가 돈이라고 부르는 현금은 디지털화폐가 아니며, 은행의 빚인 요구불예금은 중앙은행의 빚보다 신용이 낮다. 지준(支準)은 일반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모두 CBDC보다 열등하다. CBDC의 등장으로 기존의 돈은 언젠가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만간 세상에 나올 CBDC가 금융의 중추인 은행에 어떤 파급효과(波及效果)를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엄청난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 지폐를 발행하는 조폐공사(造幣公社)의 기능은 사라질 것이다.
현 시스템에선 실행하기 어려운 마이너스금리 통화정책(通貨政策)도 가능하다. 물리적 현금이 존재하는 시스템 아래에서는 중앙은행이 마이너스금리를 책정하면 사람들은 현금으로 보유하게 돼 소비 증가를 통한 경기부양(景氣浮揚)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CBDC가 보편화된 사회에서는 가능하게 된다. 중앙은행이 디지털현금에 마이너스금리를 부과하면 사람들이 디지털현금을 보유하지 않고 소비하는 데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CBDC가 세금 회피를 방지하고 불법적인 활동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국민의 사생활을 다 들여다볼 수 있다. 지폐는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디지털화폐는 거래흔적(去來痕跡)을 남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기가 쉬워진다. 전체주의(全體主義) 국가인 중국이 CBDC의 선두주자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단순하게 받아들일 일만은 아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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