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대책에서 급격한 ‘대규모 주택공급’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분위기다.
정부표 주택공급 대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어야 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내부 임직원들의 사전투기 사태가 불거지며 동력을 잃었다. 결국 정부는 LH의 권한과 조직을 대규모 축소하는 내용의 쇄신안 준비에 2개월이라는 황금같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정부과천청사에 주택 4천호를 공급하는 내용의 공급대책 또한 과천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철회나 취소가 아닌 대체지로 계획을 변경해 공급하는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공급 차질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 LH 사태 이후 동력 잃은 공공주도 3080+, 흘러가는 주택공급 골든타임
정부는 7일 LH의 권한과 기능을 축소하고, 해당 기능을 국토부를 비롯한 다른 정부 기관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기존 LH의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를 국토부로 회수하고, 도시·지역개발, 경제자유구역사업, 새뜰마을사업 등은 지자체로 이양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집값 폭등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그널을 꾸준하게 시장에 줬어야 하는데, LH 사태 수습에 헛심이 쓰이면서 결국 마지막 희망조차 사라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LH사태 여파로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 발표를 하반기까지 미뤘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21.2.4.’ 관련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네 차례에 걸친 선도사업 후보지 선정에 나선 상태지만, 일부 지역에서 예정지구지정요건만 확보했을 뿐 후속 조치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은 지난주 0.10%에서 이번주 0.11%까지 확대되며 올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시장 안정화를 위한 세제 및 LTV 완화 움직임과 2.4 공급대책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저가·소형 아파트의 수요가 이어진 탓이다.
KB부동산 등 민간 통계에서도 높은 상승폭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관 통계에서도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며 우려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 정부과천청사 주택 공급대책 전면 재검토…태릉·용산 등도 지자체 반발 우려
정부가 정부과천청사에 주택 4000호를 공급하려던 정부 공급대책은 과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정부는 작년 8·4 대책에서 과천 정부청사 부지에 주택 4000호를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과천시민들은 “과천은 계획도시기 때문에 조성된 주택 규모에 맞게 기반시설이 정비된 상태”라며, “정부청사 부지는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당정은 협의 끝에 당초 발표한 과천청사 유휴부지를 개발하지 않고 과천 과천지구 등에서 자족용지를 주택용지로 용도전환하고 용적률을 올려 3000호를 공급하고, 그외 시가화 예정지 등을 개발해 1300호 등을 공급하기로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두고 지자체 반발에 가로막혀 주택공급 자체가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천만이 아닌 태릉CC, 용산 캠프킴 등 과천청사 일대와 함께 발표된 지역들 역시 지자체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공급대책이 뿌리채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해 국토부는 “정부과천청사 4천호는 대체지를 통해 4.3천호 이상으로 물량을 확대하여 차질 없이 공급할 예정이며, 세부적인 계획은 과천시와 긴밀히 협의하여 구체화 되는대로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국토부 측은 “과천과천지구(과천신도시)는 당초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할 때, 과천시 요청을 감안하여 자족용지를 통상의 공공주택사업지구에 비해 2~3배가량 높은 비중으로 계획한 바 있습다”며, “자족용지 일부를 주택용도로 전환하더라도 적정 수준의 자족용지 비율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토부는 “8.4대책을 통해 발표한 태릉CC 등의 신규택지는 관계기관 협의가 상당부분 진척된 상황으로, 예정대로 발표한 입지 등을 통해 주택공급이 추진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일부 이견이 있는 부지는 주민ㆍ지자체 의견을 수렴하여 입주민 및 지역주민 편의증진 등을 위한 개발계획을 마련하고, 올 하반기부터 인허가 절차에 착수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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