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비 2.3% 올랐다. 이는 2017년 8월(2.5% 상승)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전년비 소비자물가는 전기·수도·가스는 하락했으나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서비스가 상승해 2.3% 상승했다. 전월비로는 0.2% 올랐다.
■ 2분기엔 각국 기저효과 작용…이후 물가 상승률 낮아질 것
작년 4월엔 코로나19와 유가 급락으로 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진 바 있다.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 1.1%, 1.0%로 둔화되더니 4월엔 0.1% 수준으로 낮아졌다.
2분기가 지나면 기저가 높아지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2분기 때 보는 수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4월 15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경로를 상회해 당분간 2% 내외 수준에서 등락하다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략 한은, IMF, 금융사 등 다수 기관들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1%대 중반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 때문에 기저효과가 한국에만 작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에 비해 2.6% 상승한 바 있다. 이는 2020년 3월(1.5%)의 기저가 작용한 결과였다.
미국의 2020년 전년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0년 1월 2.5%에서 2월 2.3%, 3월 1.5%로 낮아진 뒤 4월과 5월엔 각각 0.3%, 0.1%로 둔화된 바 있다.
3월 소비자물가에선 작년 유가 급락으로 가솔린이 22.5% 상승했다. 가솔린을 포함해 에너지 가격이 13.2% 오르면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는 2%대 중반으로 올라간 것이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 모두 2분기 높은 물가 상승률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면서 하반기에 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2분기 소비자물가 2% 이상 흐름…정부 물가관리 천명
4월 소비자물가 데이터가 나온 가운데 5월과 6월 등 2분기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작년 2분기 중엔 소비자물가의 전년비 상승률이 4월 0.1%, 5월 -0.3%, 6월 0.0%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분기의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로 확산되지 않도록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중심으로 안전정적인 물가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농산물 가격을 관리하는 한편 가격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정부는 비축·방출, 수입 확대, 할인쿠폰 행사 등을 통해 주요 농축산물의 가격·수급 조기 안정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4월에 계란을 1500만개 추가 수입(2,500만개 → 4,000만개)한 데 이어 5월도 가격동향에 따라 추가 수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국제유가·곡물 등 원자재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련업계 소통·지원을 통해 가격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감시도 병행하기로 했다.
■ 유가 현재 60불대 중반...상승 일변도 흐름에선 벗어난 상황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도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반기엔 기저효과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국제유가가 현재의 60불대에서 상승 일변도의 흐름을 보이긴 어렵다는 관점도 하반기에 물가에 큰폭으로 오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중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서부텍사스산원유는 작년 연초 60불 수준에서 4월엔 20불 아래로 폭락한 바 있다.
유가는 코로나로 인해 폭락한 뒤 급반등을 거쳐 횡보하다가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다시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11월 30불대에서 올해 3월 60불대 중반까지 빠르게 올라온 뒤 최근엔 상승 일변도의 흐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에도 유가가 회복할 수 있었던 데엔 OPEC+의 공급 조절 영향이 작용했다. 그런데 향후엔 공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물론 이는 OPEC+의 원유 재고 안정과 수요 개선에 대한 전망 등을 기반으로 한 대응 성격이 있다.
OPEC+는 지난 4월 1일 회의에서 점진적 증산에 합의했다. 하루 생산량을 5월 35만배럴, 6월 35만배럴, 7월 44.1만배럴 늘리기로 합의했으며 최근(4월 27일)에도 이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최근엔 유가가 60불 아래로 하락하다가 다시 60불대 중반으로 올라온 상태이며, 유가가 좀더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점도 대두됐다. 다만 여전히 상승룸은 제한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WTI는 대체로 50~60불 밴드 내에서 움직였으나 지금의 유가는 그 때보다 조금 더 높아진 상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이후 ‘단계적 증산’ 결정을 고수한 제16차 OPEC+ 회의 결과에도 산유국들의 높은 합의 이행과 하반기 수요 낙관론이 유가 강세를 지지한다"면서 "미국 지표 호조세도 유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65달러를 상회하는 WTI 가격을 용인하는 것은 여전히 시기상조"라며 " 드라이빙 시즌인 6~8월 수요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여전한 코로나19 여파가 배럴당 65달러 이상 WTI 가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더욱이 5월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자발적 감산 철회와 더불어 OPEC+ 산유국들의 증산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 경기회복세와 아직 식지 않은 원자재 시장의 열기
올해 경기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물가 오름 상승압력이 기존 전망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진단들이 엿보인다.
이런 점은 무엇보다 올해 자산시장 중 가장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 상품시장에서 잘 드러난다.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물가 압력에 대한 기대치도 키웠다.
지난달에도 원자재 가격은 돋보이는 오름세를 보였다. 에너지 비중이 높은 S&P GSCI(S&P Goldman Sachs Commodity Index) 지수는 8.2% 상승했다. 세부 부문으로 보면 에너지가 7.2%, 농산물 15.0%, 산업금속 9.8% 올랐다. 에너지 비중이 낮은 CRB(Commodity Research Bureau Index) 지수도 8.0% 뛰었다.
미국과 중국이 이끄는 경기회복세 속에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뛴 것이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기저효과에 내수회복과 수출확대가 겹쳐 1992년 통계 발표 이후 최대치인 18.3% 기록했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도 6.4%(전기비연율)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원자재 중 가장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원유 가격은 상승 일변도의 흐름에선 벗어났지만, 경기회복세 속에 드라이빙 시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김회진·오정석 연구원은 "경기회복 강화와 여름철 성수기 진입을 앞두고 있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2~3분기 중 고점 도달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도나 일본 등의 코로나 확산세가 상승을 제약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경기회복세가 유가를 지지한다. 최근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 농산물 가격은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연구원들은 "곡물가격은 기상여건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소지가 있으나 수요가 견조한 상황에서 5월에도 날씨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면서 "반대로 날씨가 호전될 경우 가격부담과 맞물려 차익매물이 출회돼 하방 압력이 강화될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경기회복세와 함께 크게 주목을 받으면서 고공행진을 벌였던 비철금속 쪽은 최근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까지 겹쳐 있는 상태다.
지난달 말 구리가격은 톤당 9, 825달러로 전월말 대비 11.8%로 뛰면서 10년래 최고치 수준을 나타냈다. 이제 구리가격은 1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강해졌다.
비철금속 쪽에선 또 공급 우려가 가격을 더 끌어올릴 원인으로 거론된다.
칠레와 페루의 공급차질 우려, 중국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제련소 공급의 제한 가능성, 친환경 인프라 수요 증가 등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구리는 세계 1~2위 생산국인 칠레와 페루의 공급부족 우려가 커졌으며, 이에따라 미국과 중국 등 최대소비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가 구리가격 강세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앙이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구리를 '새로운 석유'라고 지칭하면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있어 구리가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 원자재 가격 상승세와 물가 압력에 대한 기대감
미국과 중국 경기회복세 속에 특히 최근엔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다시 두드러진다.
중국의 3월 비가공구리, 구리광석 수입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22% 뛰었다. 철광석 수입도 19% 늘었다. 뿐만 아니라 원유와 곡물 수입도 각각 21%, 87% 급증했다.
이러다보니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물가가 뛰었다.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는 전년동월에 비해 4.4% 뛰면서 201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들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 뒤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구도를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여전히 원자재 시장에 대한 투자를 낙관적으로 보면서 인플레 압력에 기대를 갖는 모습들도 보인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글로벌 물가 상승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인플레 환경 속에 원자재 투자 매력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원자재 내 비철금속 투자 확대를 추천했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산업 변화라는 비철 금속에 대한 구조적 수요 증가 요인도 겹쳐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공급 이슈가 맞물려 있다.
김 연구원은 "최근 구리 최대 광산국인 칠레의 봉쇄조치 강화로 구리가격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중국 알루미늄 생산 제한 가능성은 중장기적으로 알루미늄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시장에선 여전히 2분기 물가 속등의 '일시성'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경기 상황이나 원자재 흐름을 볼 때 물가 압력이 예상을 웃돌 수 있다는 관점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2분기 물가상승률이 급등한 뒤 3분기부터 낮아진다는 게 금융시장의 컨센서스"라며 "한은이 하반기 물가 상승률 1%대 중후반이나 연간 물가 상승세 1%대 중반을 거론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물가 압력이 좀더 커질 개연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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