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논현동 본사 3층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 회장은 이 자리에서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2013년부터 발생한 남양유업의 일련의 사건ㆍ사고에 대해 조치가 부족했음을 말했다. 그는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며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마지막으로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 했다.
홍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3차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사과했다. 입장문을 읽는 중에는 감정에 북받쳐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는다”고 말할때는 안경을 벗고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코로나19라는 예민한 사회 문제로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영업정지 위기에도 직면하며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홍원식 회장은 남양유업의 창업주인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50년 생으로 1977년 남양유업에서 이사로 근무를 시작해 1990년 사장 승진, 2003년엔 회장 자리에 올랐다.
회장직을 맡는 동안 '맛있는 우유 GT',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등 남양유업의 히트 상품을 내놨다. 이후 2013년 대리점 갑질사건을 시작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다 2021년 대표상품인 불가리스 논란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전날인 3일에는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사내 이메일을 통해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에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를 99.999% 사멸시키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가 처음 보도됐을 당시 코로나19 예방 기대감으로 일시적 제품 매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이번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 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원리를 검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예방·치료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남양유업은 입장문을 내고 "발표 과정에서 세포 실험 단계에서의 결과임을 설명했으나, 인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의 공식 입장 발표에도 남양유업 세종공장 영업정지 및 여론 악화에 따라 홍원식 회장은 19년간 맡았던 회장직을 결국 떠나게 됐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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