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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권 소송 부르는 금감원의 무리수

기사입력 : 2021-03-08 02:31

(최종수정 2021-03-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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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아란 기자
▲사진: 한아란 기자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할 말은 많지만...”

최근 금융권은 최고경영자(CEO) 징계 이슈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라임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을 물어 판매 은행들의 제재 수위를 정하는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에 중징계는 물론 임원 중징계도 예고한 상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라임 펀드를 각각 3577억원, 2769억원어치 판매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내부통제 부실, 부당 권유 등의 책임을 물어 라임 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 정지 상당을,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에게 문책 경고를 각각 사전 통보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제재심에서 나재철닫기나재철기사 모아보기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와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게 직무 정지를, 박정림닫기박정림기사 모아보기 KB증권 대표에게는 문책 경고 권고를 결정했다.

금감원의 이같은 CEO 중징계 근거는 내부통제 부실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내부통제 기준), 이 법의 시행령 19조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 등이다.

해당 법안은 ‘금융사가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같은 법 ‘35조(임직원에 대한 제재 조치)’에 따라 금융회사 임직원에 제재를 내릴 수 있다.

금융사도 1조6000억원 규모 환대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 펀드를 판매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내부통제 미흡이 CEO까지 중징계를 통보하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법원은 지난해 손태승 회장이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에 대해 제기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법원은 “금융회사 임원의 제재 조치가 추상적·포괄적 사유만 제시해 구체적·개별적인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금융사를 중징계하기로 정해놓고 법을 끼워 맞추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대목이다.

잇단 사모펀드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금융사 CEO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사모펀드 부실징후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늑장 대응을 해 피해를 키웠다는 질타를 받았다. 일부 직원은 라임, 옵티머스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기도 했다.

윤석헌닫기윤석헌기사 모아보기 금감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책임론에 대해 “신호 위반을 했다고 교통경찰이 다 책임질 순 없으니 저희들의 어려움도 생각해 달라”고 했다. 금감원의 내부통제 미흡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부실 감독과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은 뒤로 미뤄두고 금융사 CEO에 중징계로 화살을 쏘니 금감원의 ‘령(令)’이 서지 않는 형국이다. 이번에 징계를 받은 은행 CEO들도 DLF 사태 때처럼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금융사들은 금감원 의도대로 키코(KIKO) 피해 보상을 결정했고 DLF와 라임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수락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사의 결단을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보호는 ‘보여주기식’ 인적 징계에 몰두하는 게 아닌 사전 감독 강화 등으로 재발을 막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금감원의 ‘자기반성 없는 책임 회피’ 논란은 스스로 끊어야 할 문제다. 금감원이 외치는 독립성 강화 이전에 쇄신이 먼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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