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 주도의 관치(官治)가 금융을 규제(規制)했던 시대에 우리는 '금융회사(金融會社)'를 '금융기관(金融機關)'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금융회사’로 불러야 합니다."
그러나 10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 다시 금융기관의 시대로 퇴행(退行)했다는 비판(批判)이 거세다. 문재인(文在寅) 정부와 거대여당(巨大與黨)이 금융회사 경영(經營)에 노골적으로 간섭(干涉)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당시 최종구닫기최종구기사 모아보기(崔鍾球)금융위원장은 "정부 지분(持分)이 하나도 없는 민간회사에 왜 '기관(機關)'이라는 단어를 붙여 '금융기관'이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봐야한다”며 금융회사들의 공적인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금융을 경제발전(經濟發展) 수단(手段)으로만 치부하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금융홀대론에 신(新)관치 망령(亡靈) 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금융권이 동네북 신세다.
예컨대 이 정부 들어 코로나16 국난(國難) 극복이라는 명분 아래 관련 대출 원금상환 유예와 이자상환 유예 조치 리스크 감내(堪耐)와 중소기업 신용평가 기준 변경 등 금융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설익은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배당(配當) 제한과 이익공유제(利益共有制)로 금융지주사를 압박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산업계에서 퇴짜 맞은 극약처방(劇藥處方)을 규제업종이라는 이유로 금융권에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은 코로나 극복을 위해 어느 정도 고통분담(苦痛分擔) 해야한다는 데는 이견(異見)이 없다. 하지만 이처럼 시장경제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방적인 희생(犧牲) 강요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관치가 상식(常識)을 넘어선 과도한 규제가 되면 정상이 아니다. 금융경쟁력(金融競爭力) 강화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당장 주요 지지층인 서민 환심(歡心)만 사려는 대중영합적인 포퓰리즘이다. 정부가 호통을 치며 시장을 짓누르자, 여당 정치인까지 편승(便乘)해 대출 원금 감면(減免)과 금융권의 점포 통폐합(統廢合) 중단 등과 같은 경영간섭(經營干涉)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정책도구(政策道具)'로 전락하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관치금융에다 정치금융(政治金融)까지 얹힌 모양새다.
4·7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補闕選擧)를 의식한 결정이라는 '정치금융' 포퓰리즘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치권의 과도한 금융시장 개입과 이에 떠밀린 금융당국의 근시안적(近視眼的)인 대책은 금융시장의 근간(根幹)을 흔들고,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들에 대한 지나친 압박의 피해는 결국 금융소비자(金融消費者)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금융회사들의 팔을 비틀어 위기를 모면(謀免)할 수는 없다. 더 이상 임시 미봉책(彌縫策)이 아닌 분명한 원칙(原則) 하에 마련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내 금융산업(金融産業)의 발전을 지원하겠다며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관치가 존재하는 한 금융산업의 발전은 요원하다. “현 정부가 기치로 내건 금융안정(金融安定)과 혁신(革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신(新)관치와 정치금융”이라는 금융회사 관계자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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