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2021년 서막을 장식할 금융업계 이슈는 작년 말 1차 예비사업자가 발표된 마이데이터 사업이라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예비허가업체는 은행 (4개), 카드사 (5개), 핀테크 (8개)가 전체의 80.9%고, 나머지는 금융투자사 (1개), 상호금융 (1개), 저축은행 (1개)으로 구성돼 있다.
2차 사업자 지정 때는 상대적으로 신청이 적었던 업계 특히 1차 때 마이데이터 경험 부족을 이유로 배제됐던 보험업계의 신청 경쟁도 활발할 거라는 게 시장 의견이다.
지금까지 은행, 보험, 증권은 ‘분절된(separated)’ 시장이었다. 즉, 다들 고객에게 최고의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각각의 은행, 보험, 증권사 상품에서의 최고 맞춤형 상품이었지, 시장 전체는 아니었다.
이제 마이데이터로 시장 전체의 데이터를 활용하면, 개별 금융회사가 아닌 시장에서의 최고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그만큼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경쟁을 통한 시장 효율성도 개선할 수 있단 생각이다.
따라서 금융상품에 지불하는 고객부담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셋째, 신산업으로서 고용효과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이제껏 사용하지 않던 개인정보 및 데이터를 활용하는 융합 신산업이다.
따라서 기존 금융산업 고용에 타격을 주기보다는 신산업의 다양한 수익모델 창출을 통한 고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업체 입장에선 상황에 따라 접근이 다를 수 있다. 물론 소비자 만족도 제고라는 점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성은 모두 같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은 데이터의 양과 질, 또 인공지능의 기술력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투자 경쟁과 수수료 인하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가성비(투자 대비 수익)가 악화될 수 있단 얘기다. 따라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대형 금융사나 비금융사, 규모의 경제기반와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가 아니라면 보다 조심스런 접근전략이 필요한 셈이다.
이외에 은행 등 대형 금융사와 대형 비금융사인 빅테크 간에는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 논쟁도 남아 있다. 논쟁이슈는 금융데이터는 비금융사에 오픈된 반면, 빅테크의 비금융데이터는 금융사에 오픈돼 있지 않다는 것.
뿐만 아니라 업무영역도 ‘비금융사의 금융권 진출 대비 금융사의 비금융권 진출 제약이 심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디지털금융협의회’를 통한 이해관계 조정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둘째, 올해 마이데이터만큼 금융권의 화제가 될 용어 중 하나는 ‘플랫폼경쟁’이다. 치열한 플랫폼경쟁이 예상되는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작년이 플랫폼상의 데이터와 기술융합을 위한 인프라 단계였다면, 올해는 이를 실제 플랫폼상에서 각종 서비스로 경쟁하는 단계기 때문이다.
1월 말 1차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확정되면, 플랫폼경쟁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질, 또 이를 활용할 인공지능기술 측면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지금까지의 금융사와 핀테크만의 경쟁 구도에 강력한 새 경쟁자 ‘빅테크’가 뛰어들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대형 빅테크의 경우 데이터와 기술 모두 익숙해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도 있기도 하다.
그럼 이런 플랫폼경쟁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우선 향후 플랫폼은 갈수록 PC 레벨이 아닌 ‘모바일 플랫폼 Only’란 점이다.
모바일 스마트폰은 가뜩이나 시간, 공간 제약이 없고 시장 확장성이 뛰어난데다, 데이터 3법 개정을 통해 단시간에 창출되는 대규모 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기술 활용까지 가능하게 됐다.
따라서 ‘고객 감동’ 서비스가 과거 대비 고객의 확산과 충성도 제고 면에서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임을 예상케 한다.
게다가 5G의 초고속, 초연결 환경으로 가면 인간 비대면이 아닌 사물 비대면거래 (IoT non-face-face transaction)를 통한 빅데이터의 폭발적 활용도 가능하단 점에서 모바일 플랫폼의 엄청난 잠재력을 기대해볼 만하다.
또한 플랫폼경쟁이 금융권 내의 융합에서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으로 확산할 것으로 생각된다. 플랫폼경쟁의 핵심 요소는 데이터와 기술이지만, 이들의 융합 경쟁력은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 접점 채널의 규모와 충성도 (Loyalty)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충성도는 강력할수록 다양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단 점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플랫폼경쟁이 본격화되면 업체들은 각자의 핵심 서비스뿐 아니라, 다른 업체, 다른 업종 서비스와의 융합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한 충성도 제고에 노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결과적으로 플랫폼경쟁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 내의 융합에서 시작해서, 유통, 통신, 헬스, 오락 등 생활에서 습관적인 따라서 비교적 충성도 확보가 용이한 비금융분야와의 융합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다.
작년 12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디지털금융 규제 및 제도 개선방안’에서의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 허용 확대와 최근 대형 금융사들의 게임사와의 제휴 협력 등은 향후 예상되는 플랫폼경쟁 분야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셋째, 보험의 디지털화도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작년 외형적으론 저축보험이 증가하고 손해율도 소폭 개선됐지만, 이는 유동성 확대 정책과 의료이용률 감소 효과에 힘입은 바가 컸다.
작년에 이어 코로나 확산이 지속되면서 올해는 인슈어테크업체뿐 아니라 기존 보험업계의 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 노력도 가시화될 거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업계의 디지털화가 더딘 것은 대면 영업 비중이 90%로 워낙 높아 구조 전환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고령화, 저금리 및 저성장에 따른 보험시장의 포화(market saturation)가 근본요인이라 할 수 있다.
보험산업의 성격으로만 보면, 디지털화로 인한 효과가 어느 산업 못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왜냐하면 우선 보험업의 고유 특성인 산업간 융합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보험업은 보험이란 금융의 성격과 보험대상으로서의 산업적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 예컨대 생명보험·건강보험은 의료·헬스, 손해보험은 자동차·선박 등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 성격이 있다.
따라서 보험의 디지털·모바일화가 촉진돼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소위 4차 산업혁명 융합이 본격화되면, 보험업과 여타 산업 간의 시너지 효과가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
또한 보험업은 활용만 잘하면 어떤 금융 업종보다 빅데이터 효과가 크다. 지금까지 보험은 과거 서류상의 데이터 정보에 기초한 위험을 계산해 보험료율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이젠 스마트폰·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서 보험가입자의 최신 데이터로 현재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 데이터를 이용하면 같은 무사고 운전이라도 운전습관이 안전하면 보험료를 깎아주고, 끼어들기·과속으로 좋지 않으면 보험료를 올려주는 맞춤형 상품이 가능하다.
보험산업이 레드오션이 됐다고 하지만, 이건 아날로그보험 얘기다. 해외에선 구글, 아마존, 애플이, 국내에선 네이버, 카카오 등이 보험업 진출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이는 인슈어테크의 성장 가능성, 빅데이터는 물론 향후 5G 하에서 센서기술 (Sensing Technology)가 잘 작동하게 되면 사물인터넷 (IoT)을 통한 보험산업의 잠재력이 엄청날 것이라는 기대요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 등이 상품 제조와는 별개로 판매회사를 설립한다든지, 하나손해보험 등이 디지털 기반 종합손해보험회사를 설립하는 움직임 등은 올해 국내 보험업계의 디지털 가속화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단 점에서 관전 포인트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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