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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G화학 물적분할과 증권사 매수 리포트

기사입력 : 2020-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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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승빈 기자
▲사진: 홍승빈 기자
[한국금융신문 홍승빈 기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샀는데 BTS가 탈퇴한 격이다.”

최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부문 분사 사태를 놓고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이다. 그만큼 논란이 컸다는 말인데 그 여파는 증권업계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지난달 16일 배터리사업을 물적분할한다고 발표했다. 10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승인을 거친 뒤 전지사업부(자동차전지·ESS전지·소형전지)를 물적분할해 오는 12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본격 출범한다는 게 골자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머지않아 분사할 것이란 관측은 수년 전부터 예고됐다. 다만 그동안은 배터리사업이 계속 적자를 냈기 때문에 기업공개(IPO)를 할 만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던 터라 분할을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분할 방식’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비상장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가지게 된다. 배터리사업 지배력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고, 상장과 지분 매각으로 자금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할 비율대로 주주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인적분할‘ 방식을 바랐던 일부 주주들의 반발은 거셌다.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받을 수도 없고, 또 법인이 향후 IPO에 나서면 배터리 사업이 빠진 LG화학의 주가 하락 폭은 더 커질 것이란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가 또한 급락했다. 분사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달 16일 오후부터 LG화학은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일 대비 5.37% 하락 마감했다. 18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LG화학 주식을 1458억원어치 넘게 순매도하면서 주가는 이틀 사이 11.16% 넘게 급락했다.

여파는 투자자들과 증권사 사이의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물적분할 발표 이후 20곳이 넘는 증권사들이 LG화학에 대해 일제히 ‘매수 추천’ 의견을 낸 것과는 달리,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내다 판 것이 화근이었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 물적분할이 알려진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고유재산 운용계좌인 ‘금융투자’ 계정은 LG화학 주식을 2만6500주를 순매도했다. 이는 거래대금으로는 205억여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에 물적분할 발표 이후 LG화학의 주가가 하락하자 안 그래도 화가 난 주주들은 증권사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에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정작 증권사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우선 증권사 내 기업 분석 리포트를 내는 주체인 리서치센터는 회사 내부에서 그 어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집단이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즉 증권사가 실제로 LG화학의 주식을 매도하더라도, 이는 증권사들의 리서치센터의 의견과는 상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한 가지는 단기간의 거래내역만 보고 이를 의도적인 반대매매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증권사를 비롯한 기관들은 주식을 매매할 때 줄곧 단기적인 판단에서 거래를 결정하지만,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내놓는 리포트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받아드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증권사들과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9월 18일 하루만 놓고 보면 LG화학을 37억원어치 순매도 했으나, 19~24일까지는 오히려 10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증권사와 투자자들 사이의 불신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리포트를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이다. 주식을 사라는 ‘매수’ 일색의 증권사 리포트 관행도 이에 한 몫을 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국내 증권사 33곳 중 3곳만이 ‘매도’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투자자들이 증권사 리포트를 참고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 리포트는 기업의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하지 않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실제로 종목에 대한 매도를 추천하는 리포트는 찾기 어렵다”라며 “기관들은 공매도를 통해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의 리포트를 너무 맹신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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