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계에서 이른바 ‘빅테크(Big tech)의 공습’에 대해 물었을 때 들었던 예시다. 은행권에서는 입을 모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빅테크 금융장벽 허물기에 뜨겁게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동일기능-동일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실었다.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은 친밀한 인지도, 또 막대한 이용자 기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해외 ‘빅테크 공룡’이야말로 앞으로 전통 금융권에 정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 9월 민관 합동으로 출범한 ‘디지털금융 협의회’는 갈등 해소를 위한 논의의 장인 동시에, 새로운 규제 방향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첫 회의에서 “해외 거대 플랫폼 기업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회사 보호만을 위해 디지털 금융혁신의 발목을 잡는 퇴행적 규제 강화는 더이상 가능하지 않다”며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하되,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모두 금융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동안 전통 은행들이 받았던 비판 중에는 이른바 ‘공급자 성향’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그래서 은행업계에서는 “좋은 상품을 만들었는데 고객들이 잘 알지 못하더라”라는 얘기도 곧잘 나오곤 했다. 그런데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 정말 “좋은” 상품이었는지, 또 한눈에 찾기 “쉽게” 진열했는지 등을 되짚어 본다면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은행업계 인사들의 말처럼 “이런 식이라면” 조만간 빅테크 플랫폼에서 생애 첫 금융거래를 시작하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될 수 있다. 기자의 경우 그래도 나름 ‘은행의 추억’이 있는 세대로 기억될 듯하다. 첫 예금 계좌를 열었던 은행을 아직까지 이른바 주거래은행으로 이어오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저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에서 만들었을 뿐이지만 나름 의미를 두고 있다. 또 처음으로 차곡차곡 저축해서 만기까지 부었던 적금 통장의 경우 종이통장 실물을 아직까지 버리지 않고 갖고 있다. 개인적인 시작과 만남들이 깃들어 있는 셈인데, 그래서 지금의 빠른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분명한 것은 빅테크의 독점도 바람직한 현상이 될 수 없다. 빅뱅크 역시 획기적인 혁신의 자세가 없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무한경쟁이 아닌 협력, 공멸하지 않기 위한 공생이 필요하다는 해법도 나온다. 추구해야 할 본질은 예전이고 지금이고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빅테크와 빅뱅크간 ‘만남의 광장’ 경주가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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