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증권사(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들의 발행어음 수신잔고는 지난 6월 말 기준 16조473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12조8923억원)보다 4조원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초대형 IB 지정과 동시에 업계 단독으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첫 번째 발행어음 상품인 ‘퍼스트 발행어음’은 출시 이틀 만에 5000억원이 완판됐다.
발행어음 잔고는 2018년 말 4조2355억원, 2019년 말 6조7134억원으로 2조원 넘게 증가한 뒤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간 목표치인 8조원도 조기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한도가 10조원인 만큼 속도 조절에 나선 상태다.
가장 늦게 시장에 진출한 KB증권의 경우 올해 목표했던 금액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KB증권 발행어음 잔고는 지난해 말 2조1049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조2994억원으로 1조원 넘게 늘었다.
KB증권은 지난해 5월 1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후 6월 3일 KB 에이블 발행어음을 출시했다. 출시 당일에 1회차 목표였던 5000억원 규모의 발행어음을 완판한 후 작년 연말까지 목표로 하고 있던 2조원도 조기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발행어음 사업은 회사채 등 다른 수단보다 절차가 간단해 기업대출과 비상장 지분투자 등 기업금융에 활용할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 발행어음 조달 자금으로 취득한 자산은 레버리지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미래에셋대우뿐 아니라 하나금융투자도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발행어음 시장 구도 재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업자가 늘면서 시장 파이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네 번째로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할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일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대우는 현재 금감원으로부터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를 받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미래에셋이 계열사들을 동원해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을 몰아준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징계 수준의 제재를 결정했다.
미래에셋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던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대우는 발행어음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리스크를 덜게 됐다.
자기자본 9조원대의 미래에셋대우는 발행어음은 물론 종합투자계좌(IMA) 업무 인가 요건까지 모두 갖췄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인해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였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11월 초대형 IB로 지정된 뒤 금융위원회에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으나 같은 해 12월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면서 인가 심사가 보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미래에셋대우는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한 후 IMA 사업 진출도 검토할 예정이다. IMA는 고객의 예탁금을 통합해 기업금융자산 등으로 운용하고 원금에 수익을 더해 지급하는 상품이다. 발행어음과 달리 발행 한도 제한이 없어 무제한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증권사만 IMA를 통해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데, 현재 국내 증권사 중에서 요건을 갖춘 회사는 미래에셋대우가 유일하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 비즈니스에서 앞으로 가장 큰 성장성을 확보할 분야는 IMA 사업”이라며 “IMA 사업은 아직 가이드라인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과거 랩어카운트가 매년 20% 이상 성장할 때 당시 수수료 100bp를 운용보수로 대입하고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인 9조원만큼 수탁금이 모집되었을 시 회사에 연간 900억원의 수익 기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미래에셋대우의 분기 IB 수수료수익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뿐 아니라 하나금융투자도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위해 준비 중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올 1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면서 초대형IB 지정 요건을 채웠다.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발행어음 인가 신청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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