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9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맞았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국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산업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SK하이닉스를 찾았다.
SK그룹에서 반도체용 특수가스 등을 담당하고 있는 SK머터리얼즈는 지난달 순도 99.999%의 초고순도 기체 불화수소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불화수소는 지난해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3대 소재 가운데 하나로 반도체 생산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다.
SK는 국내 중견기업 솔브레인이 국산화한 액체 불화수소 생산에도 협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찾은 곳도 SK하이닉스 내 솔브레인 제품 테스트 현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에서 이런 시설들을 갖춰 주니까 소부장을 육성하는 데 아주 큰 힘이 된다”며 “SK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좀 홍보를 많이 해야겠다”고 화답했다.
최 회장은 이처럼 SK가 소부장 육성 중심 기업으로 주목받기 전까지 수년간 소재 수직계열화를 위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 당장 SK머터리얼즈도 2016년 2월 OCI그룹으로부터 약 4700억원을 들여 인수한 기업이다.
최 회장의 ‘소재 사랑’은 또 다른 반도체 소재기업 SK실트론에서도 엿볼 수 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판인 실리콘웨이퍼를 생산한다.
SK실트론은 2017년 8월 LG그룹에서 SK그룹으로 인수됐다. 최 회장이 적극 나서며 딜이 성사됐다. SK는 약 1조원을 들여 실트론을 인수했는데 여기에는 최 회장이 투입한 개인자금 약 2500억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실트론은 SK그룹 편입 이후 승승장구했다. 2016년말 8363억원이던 SK실트론 매출은 2019년말 기준 1조6342억원으로 2배가량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0억원에서 3755억원으로 11배나 증가했다.
이 같은 호실적의 밑바탕에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이어진 반도체 초호황이 있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라는 든든한 매출처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매출 급신성도 쉽게 장담하기 어려웠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019년 SK실트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의 24%에 해당하는 3979억원을 특수관계자와 거래를 통해 올렸다. 거래 99%는 SK하이닉스 계열사와 이뤄졌다.
이와 비교해SK실트론은 LG그룹 시절인 2016년말 특수관계자와 거래는 50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적극적인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2016년말 684억원에 불과했던 SK실트론의 설비투자액은 2017년말 3338억원, 2018년말 6336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업황 둔화 속에서도 4675억원을 집행했다.
새로운 시장 질서 아래에서 성장하기 위한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SK실트론은 올 3월 약 5400억원을 들여 미국 듀폰으로부터 실리콘카바이드(SiC)웨이퍼 사업부를 전격 인수했다. SiC는 기존 실리콘웨이퍼 대비 열에 강하고 에너지 효율도 좋은 소재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자동차 전장이나 5G 등의 전력반도체에 주로 쓰인다.
SK실트론에 대한 기업공개(IPO)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일본 숨코나 독일 실트로닉 등 경쟁사가 보수적인 사업을 전개하는 것과 달리, SK실트론은 신규사업에서 선제적이고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려고 한다”며 “상장시 시가총액은 4조원 이상이 정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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