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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업 지배구조 리포트 ①] 샘표 등 식음료 기업, 규제 강화 전 ‘지주사 전환’ 막차 탔다

기사입력 : 2020-07-06 00:00

(최종수정 2020-07-0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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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지배력 높아져·오너십 강화 효과
관계 법령 개정 앞두고 지주사 전환 ‘집중’
편법 논란 이유 ‘세금 회피 수단’ 악용 때문

[식품기업 지배구조 리포트 ①] 샘표 등 식음료 기업, 규제 강화 전 ‘지주사 전환’ 막차 탔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최근 3년 사이 음식료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물결이 거셌다. 지주사 전환 요건이 까다로워지기 전 지분 구조 정리에 나선 이유에서다. ‘순환출자 해소’,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합병’이 명분이었지만 ‘자사주의 마법’ 덕분에 오너들의 지배력이 공고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식음료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과정을 살피고 과제도 짚는다. 〈편집자 주〉

식음료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은 2017년 들어서만 4건이었다. 샘표와 크라운해태, 매일유업, 오리온은 각각 홀딩스 등 지주회사를 세우고 회사의 지배구조를 바꿨다. 그 해에 식음료 기업들만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나선 건 아니었다. 현대중공업과 경동가스, 일동제약 등 업종과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지주사 전환 붐이 일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일반·금융지주사는 210개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산총액이 줄어 지주회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회사들이 제외되면서 지난해 9월에는 173개를 기록했다. 지주회사 체제인 대기업 집단에는 SK와 LG, 롯데, GS, 현대중공업 등이 있다. 하림과 하이트진로도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규제 강화 전 지주회사 전환 몰렸다

2017년 몰린 지주회사 전환은 규제 강화 전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막차 행렬에 동참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는 1999년 IMF 외환위기 이후 지주회사 도입을 장려해왔다. 지주회사는 당시 대기업 연쇄 부도 원인이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에 있다고 판단해 지배구조의 단순화를 유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이 지주회사 설립하거나 전환할 때 주식을 현물출자하면 양도차익에 대해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납부 시기를 사실상 무기한으로 미뤄주는 혜택(지주회사 현물출자 과세특례 제도)을 줬다. 3년 일몰제로 도입된 세제혜택에 힘입어 LG·SK·롯데·GS·CJ그룹 등 주요 그룹 상당수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대주주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인적분할을 통해 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가 사업 회사의 자사주(회사가 보유한 자사 주식) 비율만큼 주식을 배정받으면서 자사주 의결권이 살아나는 ‘자사주의 마법’도 발생한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지주회사의 지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대주주나 그 일가와는 달리 일반 투자자들에게 지주회사 투자 매력도는 크지 않다. 지주회사보다 사업회사의 기업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대주주가 사업회사의 지분을 비싸게 매각한 돈으로 지주회사의 지분을 대거 매입하고, 사업회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주주-지주회사-사업회사’ 구조를 갖추는 데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인적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서 대주주 일가가 지주사 지분을 매각하기 전까지는 과세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순환출자와 같이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해소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격려해왔지만 시민단체와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되자 지주사 규제 강화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

2017년 7월부터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주회사 전환의 각종 특혜가 적용되는 기업집단 자산규모 기준이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 이상으로 조정했다. 2000년부터 20년 넘게 이어온 과세이연 특례를 연장하지 않고 오는 2022년 일몰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1대 국회에도 자사주 마법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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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만 네 곳, 결과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경영권 승계’

식음료 회사들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작업을 이미 마무리했거나 남은 지분구조를 정리하고 있다. 2010년대 이전 지주사로 전환한 곳은 동원그룹(2001년), 농심(2003년), 대상(2005년), CJ제일제당(2007년), 하이트진로(2008년) 등이다. 하림과 삼양사는 2011년에 샘표와 크라운해태, 매일유업, 오리온은 2017년에 지주사로 전환했다. 2000년대 초반 2~3개년에 하나씩 지주사 전환이 이뤄졌던 게 2010년대 후반에 몰린 셈이다.

2017년 당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던 오리온과 크라운, 매일유업은 자산 규모가 각각 3290억원, 2221억원, 1929억원, 3290억원으로 지주회사 자산 규모 기준이 강화되면 전환이 불가능했다. 다만 공정거래법 개정 전 지주사 전환을 신고하고 10년 이내에 자산 총계 요건을 충족시키기만 하면 됐다. 오리온은 투자사업 부문인 오리온홀딩스와 식품사업 부문인 오리온으로 회사를 인적분할했다. 허인닫기허인기사 모아보기철 부회장이 오리온홀딩스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오리온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이화경 부회장(지분율 32.63%)으로 담철곤 회장은 2대 주주다. 오리온홀딩스가 현물출자 등을 거쳐 지주회사가 되고, 그 아래 식품사업 오리온, 영화사업 쇼박스, 음료사업 제주용암수 등의 사업 회사를 뒀다.

매일유업도 지주사 매일홀딩스와 유가공 사업 담당 매일유업으로 인적분할했다. 고(故) 김복용 매일유업의 장남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이 매일홀딩스의 대표이사를 맡아 자회사 지분관리와 투자를 담당한다. 김선희 사장은 신설법인인 매일유업의 대표이사를 맡아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그룹은 지주회사 크라운해태홀딩스와 사업회사 크라운제과로의 분할을 완료했다. 지주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는 ‘두라푸드’라는 비상장 계열사가 최대주주다. 인적분할 전인 2016년 10월 당시 윤영달 크라운제과 회장이 크라운제과 주식을 두라푸드와 장남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에게 각각 60만주, 45만주를 넘긴 영향이다. 두라푸드는 윤석빈 대표가 최대주주인 회사다. 크라운제과의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한 상황에서 바뀐 지분구조로 윤 대표를 후계자로 공표한 셈이어서 당시 화제가 됐다. 신설법인 크라운제과는 장완수 대표이사가 경영을 맡았다가 지난 3월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후 윤석빈 대표가 그 자리에 올랐다. ‘윤석빈-두라푸드-크라운해태홀딩스-크라운제과’로 이어지는 고리에서 알 수 있듯이 윤 대표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선 총수로써 그룹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중이다.

◇ 지주사 수익=오너 일가 수익

크라운제과그룹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지주회사 전환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도 사용되는 카드다. 지주회사는 별도 생산 활동 없이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계열사를 관리하기 때문에 사업회사처럼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대신 그룹 브랜드 사용수익, 부동산 임대수익, 자회사 등 종속회사로부터 얻는 배당금 수익 등을 주 수입원으로 삼는다. 특히 배당금 수익이 핵심 수익원이여야 하지만 공정위는 지주회사들이 당초 목적과 달리 자·손자회사 등 소속 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배당 외 편법적 방식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

자회사 배당금은 사업회사의 실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지주회사 마음대로 배당성향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영업손실이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자회사를 상대로 배당금을 가져갈 수는 없어서다. 그러나 브랜드 로열티나 상표권, 임대료 등은 통상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간 계약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 지주회사마다 수익 구조가 다르다는 뜻이다. 매일홀딩스는 지난 1분기 56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는데 이 중 경영자문 및 브랜드 수익이 46%(25억원)에 달한다. 오리온홀딩스는 영업수익 중 배당수익이 73%(107억원)을 차지하는 반면 로열티 수익은 16.5%(24억원)밖에 안된다. 지주회사 지분을 오너 일가가 대부분 들고 있는 경우 ‘지주회사 수익=오너일가 수입’이 된다. 자칫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기업 분할 방식 =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구분된다. 신설 법인 주식 소유권이 기존 회사 주주와 기존 회사 중 누구에게 주어지느냐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신설되는 기업의 주식을 지분율대로 나눠 갖는다.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에서 일부 사업을 분리해 100% 자회사로 삼는 방식이다. 물적분할시 기존 회사의 주주들은 기존 회사의 주식만 갖고 있게 된다. 통상 오너가 있는 대기업들은 후계 구도를 굳히거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인적 분할 방식을 선호한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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