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진보(進步) 정부의 부동산(不動産) 대책도 ‘과잉(過剩)’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부동산 규제 공화국(共和國)이란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문재인 정부는 있는 규제(規制), 없는 규제 다 끌어 모아 고강도(高強度) 규제 대책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집값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치솟는다.
진보 정부의 ‘으름장’에도 집값이 수억 원씩 뛰니 국민들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부동산 전문가(專門家)가 다 됐다. 그 어렵다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진행 절차와 부동산 세제(稅制),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동네의 아파트 매매가·전세금을 파악하는 게 당연한 공부처럼 여긴다.
그 동안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결과를 지켜본 투자자들 가운데 '규제 폭탄'에도 집값이 과거의 가격으로 ‘원상회복(原狀回復)’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철석같이 믿는 건 단 하나다. 지금과 같은 반시장적(反市場的) 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절대로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을. 백약(百藥)이 무효(無效)인 셈이다.
6.17대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민간의 부동산 매매와 관련해 돈의 흐름을 일일이 감시하고 나아가 주택거래(住宅去來) 허가권(許可權)까지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쯤 되면 시장경제(市場經濟)의 근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거래허가제 방안을 통과시켰다.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 등을 토지거래허가(土地去來許可) 구역으로 묶어, 대지 지분 18㎡ 초과 주택의 취득 때 구청장 허가를 받도록 하고 2년간 매매·임대를 금지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대출규제 강화 등 기존의 대책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6.17대책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부분적(部分的)이나마 허가제(許可制)가 시행되면서 앞으로 적용 지역 확대, 허가 조건 강화 등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길을 텄다는 점이다. 아무리 집값을 잡고 싶다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오죽하면 "부동산 사회주의(社會主義)를 하자는 거냐."는 비아냥까지 나올까.
공급 없는 규제일변도(規制一邊倒) 정책은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약발은 단기적이고, 더 센 규제를 부를 수밖에 없다. 시장은 내성(耐性)이 커지고, 정책 효과를 내기 위한 역치(閾値)는 올라간다. 그 사이 시장질서는 무너지고 국민의 정책 불신(不信)은 더 깊어지게 된다.
지금이라도 진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고 싶으면 그간의 잘못에 대한 반성(反省)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 뒤 장기적인 정책으로 시장의 신뢰(信賴)를 얻어야 한다는 소리다.
모든 규제(規制)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보려는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규제가 자칫 ‘이상(理想)의 덫’에 빠져 더 큰 재앙(災殃)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늘 경계해야 한다. 무엇이 불요불급(不要不急)하며 무엇이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인지를 말이다.
‘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한 가지 해로운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고, 한 가지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한 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하다(興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800년 전 몽골 제국의 한 재상이 남긴 말이다. 집권 4년차 문재인 정부가 기억하고 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싶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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