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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동학개미들이 다시 지지 않으려면

기사입력 : 2020-06-01 00:00

(최종수정 2020-06-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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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들 출현 계기로 단타매매 위주 방식 변화 조짐
끈기와 인내심이 외국인에 맞선 의외의 무기가 될 수도

▲사진: 김재창 증권부장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김재창 증권부장
[한국금융신문 김재창 기자] 올해 상반기 증권가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된 키워드 하나를 고른다면 아마도 ‘동학개미운동’이 아닐까 싶다.

이 말은 3월 초 한 회계사가 진행하는 투자관련 유튜브 방송에서 처음 언급된 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는데 이제는 주식투자에 조금의 관심만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1894년 ‘녹두장군’ 전봉준이 반외세 반봉건의 깃발을 내걸고 이끌었던 동학농민운동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126년 전 조상들의 ‘아픔’을 거울 삼아 오늘날 주식시장의 큰손인 외국인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동학개미운동’에 담겨져 있다.

3월 이후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20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우며 떠날 때 이를 고스란히 받아내며 국내 주식시장을 지켜낸 것은 다름아닌 동학개미들이었다. 코스피지수가 두달여 만에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인 2000선(5월28일 기준 2028.54)을 회복하며 반등한 것도 동학개미들의 힘 덕분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동학개미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3월 이후 현재까지 수익률은 어땠을까.

동학개미들이 주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우량주 삼성전자 주식을 예로 들어보자.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개인은 3월에 4조9587억원, 4월 4367억원, 5월에는 25일까지 1조158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개인들과 반대로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팔아치웠다. 삼성전자 주식을 두고 외국인과 개인의 치열한 힘겨루기 싸움이 전개된 셈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3월6일 5만6500원을 기록한 이후 예상과 달리 5만원대 밑에서 쭉 맴돌다 5월28일에야 겨우 5만원대(종가 5만400원)에 턱걸이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이 넘던 시기에 들어온 개인은 이 기간에 수익을 올리기는커녕 앉아서 손해만 본 셈이다.

모든 동학개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산 뒤 주가등락에 관계없이 손에 움켜쥐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중 일부는 기대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자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기도 했고 어떤 ‘불개미’는 원유처럼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필자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3월과 4월, 5월을 거치면서 자신이 산 삼성전자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는데 어떻게 용케도 팔지 않고 잘 버텨냈는지 진심 궁금했다.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은 단타매매 위주의 거래방식이 주류를 이루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쌀 때 들어갔다 비쌀 때 팔고 나오는 식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개미들이 반대로 비쌀 때 들어갔다 눈물을 머금고 후퇴하곤 했다).

그런데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동학개미들의 출현을 계기로 이러한 전형적인 투자패턴에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주식은 짧은 시간에 단순히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보유하면서 장기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투자상품이라는 일종의 ‘깨달음’이 우리 주식시장에도 퍼져나가고 있다고 보면 너무 오버하는 것일까.

이 쯤에서 ‘전국민 주식투자운동’의 주창자이자 동학개미운동의 지도자 ‘존봉준(존 리+전봉준)’으로 불리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의 이야기를 한번 귀담아 들어보자.

“주식은 상식과 훈련이다. 훈련은 안 파는 훈련이다. 주위 사람 말 듣지 않고 팔고 싶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훈련이 필요하다. 오래 가지고 있는 사람이 승자다.”(국민일보 인터뷰 중)

“주식은 2~3개월 투자해서 얼마 버는 게 아니고, 5년 10년 가지고 있다가 10배, 20배 버는 것이다.”(위 인터뷰)

이 대표는 실제 이러한 장기투자로 큰돈을 벌었는데 그는 1990년대 초 SK텔레콤을 주당 3만원에 사서 10년 뒤에 440만원에 팔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주식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위의 말이 얼마나 실천하기 어려운지 잘 알고 있을 게다. 하지만 월가의 펀드매니저와 자산운용사 대표 경력을 합쳐 무려 30년 이상의 세월을 자본시장에서만 일해온 존 리 대표의 말에는 왠지 거부하기 힘든 권위와 무게가 실려 있다.

‘주식농부’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도 언론인터뷰에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투자법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동학개미’가 성공의 길을 걸으려면 자신이 투자한 기업과 평생 동행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를 충분히 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학농민군은 ‘우금치 전투’에서 관군과 일본군의 연합군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고 몰락하기 전까지는 승승장구했다.

동학농민군은 한창 기세가 올랐을 때 전주성을 점령하기도 했는데 동학군의 기세에 깜짝 놀란 조선 조정은 농민군과 전주 화약을 맺었고 이 덕분에 잠시나마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현재의 시장상황을 126년 전 조선 조정과 동학군이 맺었던 전주 화약에 비교하기도 한다.

단순 비교에 무리가 있지만 동학개미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한지가 얼마되지 않은데다 아직까지는 큰 타격을 시장에서 받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흔히 한국 증시에서 조선 관군과 일본군이 기관투자가나 외국인이라면 동학개미는 농민군에 비유된다. 숫적으로 살펴보면 이 말은 맞다. 개인투자자는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숫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동학농민군이 관군과 일본군에 패한 결정적인 요인은 무기였다.

영국제 스나이더 소총과 일본군이 자체 개발한 무라타 소총 등 최신식 총기 앞에 동학농민군이 거머쥔 죽창과 칼은 초라할 뿐이었다.

그럼 오늘날은 어떤가. 투자금액은 물론이거니와 정보력에서도 개인은 기관이나 외국인에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간 개인이 시장에서 쓴 잔을 마신 것도 이러한 요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학개미들은 무기가 없을까. 존봉준은 말한다. 참고 기다리라고. 인내와 끈기가 의외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동학개미들은 ‘지도자’의 말을 가슴 속 깊이 새겨두었으면 좋겠다.

김재창 기자 kidongod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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