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 빅밸류 대표는 지난 20일 개최된 ‘2020 한국금융미래포럼-데이터 금융혁신 길을 찾다’에 주제 발표자 및 토론 패널로 참여하여 “데이터 신산업에서 왜 부동산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빅밸류는 지난 2017년 2월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연립과 다세대 주택의 시세를 제공하는 ‘로빅’ 서비스를 공개한 후 같은 해 12월부터 신한은행, 하나은행, 산업은행 등의 여러 금융기업과 계약을 체결하여 공급 및 상용화를 시작한 업체다.
빅밸류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시세 공개에 초점을 맞추고 서비스 개발을 진행했다.
미 오바마 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공공데이터 오픈 정책을 추진했고 영국이 2010년부터 내무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에서 오픈데이터 정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며 발생한 해외 시장 데이터 기반 부동산 비즈니스 성공 사례에 자극 받아 시스템을 성장시켰다.
이와 달리 국내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15년 3월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가 정부를 통해 공개되기 전까지 1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 KB아파트시세가 제공되고 있던 것 외에는 약 60% 가까이 되는 주택에 관해서 어떠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던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마이데이터 시대에 보험, 카드, 전자결제 등의 서비스 외에 가장 상승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일부 업계 전문가들이 예측한다고 빅밸류 측은 부동산 데이터 산업의 가능성에 대해 강조했다.
금융업계에서 핀테크와 빅데이터, AI의 접목이 낯설던 시기부터 스타트업 특유의 패기로 은행의 모든 부서를 돌며 설명, 설득을 거쳐 협조를 얻어낸 일은 김진경 대표 스스로가 증권사의 투자은행 부문에서 일하며 느낀 확신에서 비롯되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학과의 대다수가 회계사 등의 경제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는 분위기 속에서 홀로 사법고시를 준비하며 처음 1년은 선배와 정보가 없어 아무도 보지 않는 책을 혼자 N회독한 과거를 회상하며 빅밸류 창립 계기를 언급했다.
이후 고시를 패스하고 기업 변호사로 부동산 관련 실무를 다루는 부서에서 일하며 부동산과 빅데이터, AI의 결합에 관심을 갖게 되고 시세 공개 서비스가 원안대로 만들어진다면 이는 틀림없이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창업에 나섰다고 한다.
그리고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를 목표로 삼고 출발했을 때 자산관리의 기초가 되는 가격정보가 없는 점과 아파트에 한정된 정보로 연립, 다세대에 거주하는 이들이 소외되어 있어 시세공개에 초점을 맞추고 서비스가 개시되기까지 2년가량의 연구개발 기간이 소요되었다.
특히, 아파트와 다세대 모두 연간 거래 비중이 5~6%에 불과해 예측이 쉽지 않은 구조에서 실거래가를 단순히 가져와서 보여주는 일에 그치지 않고 건축물대장, 실거래 통계, 지적정보 등을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고 데이터를 정제하는 데에 상당한 자원이 투입된다고 언급했다.
빅밸류는 이러한 투자를 통해 지난 2018년 12월 기준으로 서울 시세 제공율은 96.0%를 기록했으며 사용승인 이후 최소 40일 이내에 신축빌라 시세를 제공할 수 있는 등 시세 제공 속도와 제공 범위 확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빅밸류의 시작은 연립, 다세대 주택이었으나 현재는 나홀로 아파트, 대단지 아파트, 단독 및 다가구 주택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상가와 관련된 매출 추정 시스템, 토지 등 분야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셋 구축으로 서비스 준비 중에 있다. 김 대표는 이어 공공 영역에서 취합할 수 없는 사용자 기반의 민간 데이터 수집에도 나서 빅밸류가 부동산 데이터 산업에서 정보 비교 우위를 점하게 할 것이라고 계획을 알렸다.
사세 확장 및 영역 확대에 따른 현장 데이터 취합으로 실거래가 외에 ‘내 마음 속 집값’과 같은 정성적인 정보 또한 데이터 알고리즘 내에 반영되게 할 수 있는 청사진을 그렸다.
또한, 사용자 기반의 민간 데이터 수집 시스템 도입으로 자체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서비스의 자가 성장을 통한 이용자 편의 확대 역시 시사했다.
한편, 김진경 대표는 마이데이터가 기존에 없던 시장을 여는 만큼 기존 대기업의 데이터 독점화를 강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우려 역시 많이 든다며 스타트업 등의 기업이 사업 내용과 관계 없이 데이터를 수집, 제공하는 용역 회사로 분위기가 잘못 흘러갈 것에 대한 걱정도 표했다.
작은 기업들이 대기업에 비해 보안과 손해배상 등의 문제에서 상대적인 역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데이터 접근성에 차별을 두면 결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핀테크지원센터, 정부 기관 등이 균형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오승혁 기자 osh040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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