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는 2008년 12월 총 10조원 규모로 출범해 캐피탈 콜 방식으로 5조원이 가동된 바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 공동출자를 기반으로 우량 회사채에 투자해 유동성을 신속히 지원하는 형태다. 세부 내용은 내일(24일) 나온다.
당국은 또 금융권의 공동출자를 통해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주식시장 안전판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용을 원칙으로 하고 개별종목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시장대표 지수 상품에 투자하는 구조다. 기존 증시안정기금, 채권시장 안정펀드, 연기금 투자풀의 사례를 준용해 자금조성·운용·환매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역시 24일 좀더 구체화된 내용이 나온다.
■ 정부 50조원 민생 및 금융안정 패키지..채안펀드 곧 베일 벗는다
이런 가운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일단 채안펀드가 출범한다.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부채를 얻어 쓰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일단 채안펀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회사채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등 기업들 자금경색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채안펀드가 CP와 전단채, 회사채 등 신용채권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다시 출범하는 채안펀드..한은 적극적 역할 기대감도
과거 경제위기로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때 채안펀드를 포함한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펀드나 기금은 크게 3차례 조성됐다.
지난 1999년 대우 사태 이후 채권안정기금 30조원, 2000년 IT버블 붕괴 이후 20조원 규모의 채권형 펀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채권시장안정펀드 10조원 등이 출범했다.
이 사태 때 한국은행은 RP매입, 국채 단순매입, 통안채 매입(중도환매 포함) 등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했다.
한은은 이미 대출 때 적용하는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를 포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2008년 위기 당시 필요시 은행채를 포함한 신용채를 RP방식으로 매입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은행채와 특수채의 단순매입 가능성도 열어두고 대응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한은의 역할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비상한 시기의 비상한 대책을 주문했으며, 한은 총재는 지난주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정부와 정책공조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미국이 CP에 이어 회사채 매입까지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당국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위기 당시 채안펀드를 10조원 한도로 출범해 5조원으로 운용했고 한은도 금융기관 출자금 50%까지 유동성을 지원했다"면서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한은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풀이했다.
■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경험..채안펀드 출범은 금리안정으로
현재 신용시장 불안이 증폭돼 있지만 채안펀드 출범이 회사채 금리 하향 안정 등에 기여하면서 크레딧 우려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기대감들도 엿보인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가동으로 금리안정과 신용경색 완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사태, IT버블 붕괴, 금융위기 이후 출범한 채권시장 안정대책 이후 시장금리는 1~2개월 동안 적게는 95bp, 많게는 200bp 넘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엔 10조원 규모로 조성하되 1차로 5조원 규모의 펀드로 우선 출범했다. 은행과 보험을 비롯한 91개 금융 기관이 캐피탈콜(capital call,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 형태로 출자했으며, 한은이 RP 매입 등으로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신용등급 AA- 이상인 회사채와 여전채, 은행채, 그리고 A2 이상인 PF-ABCP, P-CBO 등에 투자했다.
2009년 3월 말 기준 채안펀드의 4개 하위 펀드 중 하나인 회사채 펀드(18.7% 비중)는 250억원 규모의 한 종목을 제외하고 모두 AAA 등급 회사채에만 투자했다.
출범 후 5개월 동안은 총 3조원을 집행했다. 은행채펀드 5,620억원, 회사채펀드 1.2조원, PF-ABCP/P-CBO펀드 1.5조원, 여신전문채권펀드 4,351억원이었다.
그 중 신용보증기금이 발행하는 CBO 매입의 경우 A 등급 이상은 회사채 펀드가, BBB+ 이하는 P-CBO펀드가, 기초자산이 여전채인 것은 여전채펀드가 각각 매입했다. 나머지 자금 1.8조원은 MMF를 통해, 1,742억원은 콜론을 통해 운용됐다.
채안펀드 출범 이후 시장의 변동성이 이어지지만, 결과적으로 안정화를 이뤘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8년 11월 중순 이후 국고채 금리는 급격히 하락해 2009년 1월 8일에 저점을 기록했다"면서 "이후 1분기 말까지 재차 상승했으나 2008년 11월 대비로는 낮은 레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간 3/10Y 스프레드는 68bp에서 123bp로 확대됐다. 반면 회사채 AA- 3Y 스프레드는 12월 초까지 확대 추세를 이어가다 이후 축소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은 투자대상에 회사채와 금융채, CP 등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과거 채안펀드 발표 이후 금리 흐름과 한은의 국고채 매입, 미국과 통화스왑 체결 조치들을 감안할 때 최근 금리 급등세는 다소 진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채 스프레드는 연준의 CP 매입처럼 조치 단행 이후 시차를 두고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 채안펀드 추후 규모 늘어날 수 있어..저등급 채권 사줘야 한다는 지적도
2008년 채안펀드 시행은 사후 수습 상격이 강했다면 이번 채안펀드는 사전 예방 성격이 짙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사채, CP 만기 등을 감안할 때 더 큰 규모가 필요하다는 지적들도 제기된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2020년 만기도래 예정인 회사채(금융채 제외)와 CP/전단채(일반)는 총 116조원 규모"라며 "이중 회사채가 37.1조원, CP/전단채가 78.8조원이며, 따라서 연간 만기도래 규모를 생각하면 채안펀드 10조원내외는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 연구원은 전체 만기도래예정금액 중 높은 등급(회사채 A+이상, CP A20 이상) 물량은 무사히 상환된다고 가정할 경우 총 상환예정금액은 43조원 수준이고 우선 상반기를 무사히 넘기는 것을 목표로 6월달 전까지 돌아오는 물량은 회사채 2.5조원, CP/전단채 25.8조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보수적으로 50% 이상 상환이 안될 경우 대략 15조원 이상은 있어야 시장은 안심할 듯하다"면서 "물론 과거 1999년에는 3차에 걸쳐 추가 증액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향후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중심으로 채안펀드 10조원을 조성하고 필요시 증액하기로 한 상태다.
당국의 말처럼 필요시 증액과 함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채권 매입 대상을 비우량 기업 쪽으로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편 지난 20일 금융위원회는 2008년 12월 금융권이 공동으로 마련한 채권시장 안정펀드가 차질 없이 재가동될 수 있도록 은행들의 책임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참석한 은행장들도 펀드가 적시에 집행될 수 있도록 기존 약정대로 은행권이 중심이 돼 10조원 규모 펀드 조성에 기여하고 자금소진 추이를 봐가며 펀드 규모 확대가 필요한 경우 증액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