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는 13일 오후 임시 회의를 열고 오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6개월간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시행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에 이어 역대 3번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8% 넘게 떨어지며 1680.6까지 추락했다. 2011년 10월 5일 장중 1659.31을 기록한 이래 8년 5개월여만의 최저다. 이에 장 초반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와 주식매매를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시장에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으나 장중 낙폭은 13%를 넘어서며 490선이 붕괴됐다. 같은 날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국내 증시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로 증시가 패닉 장세를 이어가자 공매도 거래대금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거래소 공매도종합포털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1일보다 27.6% 증가한 1조8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5월 공매도종합포털에서 투자자별 공매도 거래대금 통계가 발표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정부의 공매도 대책이 발표된 지난 10일 반짝 줄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9일 1조806억원에서 10일 6686억원으로 감소했다가 11일 7931억원으로 다시 증가한 뒤 전날 1조85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게 제기됐다.
특히 예탁결제원의 주식 대차시스템을 통해 언제든지 다른 기관의 주식을 빌릴 수 있는 외국인이나 기관과는 달리 개인은 물량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공매도 투자를 활용하기 힘들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거나 아예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실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증시가 폭락한 상황이어서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지난 10일 “공매도 지정 종목 완화제도는 이미 공매도가 급증해 주가변동이 일어난 종목에 취해지는 조치”라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전체적인 투자심리위축과 경기전망의 불확실성 등이 시장 전체에 대한 불안심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 공매도 자체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불안정성이 높을 때 일부 세력이 공매도 제도를 악용해서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며 “정부는 코로나19가 가라앉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제한하는 조치를 시급하게 취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날 성명을 내고 “마치 핀셋규제처럼 공매도 투기 과열종목의 지정 요건과 기간을 일부 강화한다고 해서 주식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억측은 금융위원회의 오판”이라며 “조속하게 한시적으로 공매도 자체를 즉각 금지하고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 구체적인 컨틴전시플랜을 당장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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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임시 금융위 직후 브리핑에서 “지난 월요일(9일) 워낙 시장이 좋지 않아서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와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 두 가지 카드를 다 갖고 있었다”며 “하지만 화요일(10일) 아침 유럽 시장부터 우리나라 시장이 다시 오르면서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오늘까지 이런 시장 상황이 왔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하는 것이 맞았다”며 “그 당시로는 약간 희망이 섞여 있어 그런 판단을 했지만 ‘지금 보니까 그때 했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변명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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