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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예상 뛰어넘는 우한 바이러스 충격...'이번엔 다르다' vs '이번에도 같다'

기사입력 : 2020-02-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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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중국 보건당국이 3일 중국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361명, 확진자가 1만 7205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40명대 사망자가 이어지다가 하루 사이에 사망자가 56명이나 더 늘어났다.

지난 2002~2003년 사스 당시 중국 본토의 사망자와 확진자수는 각각 349명, 5327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전염병 사태가 사스의 충격을 웃돌 수 있다.

이번 전염병의 치사율이 사스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확산 속도는 사스를 크게 능가하는 수준이다. 사스 사태의 경우 확진자가 1천명을 넘는 데 4개월이 걸렸으나 이번엔 1달이 채 걸리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했던 발언 등을 살펴보면 전염병 확산과 관련해 이번주와 다음주가 중대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중국 곳곳이 경제 활동을 중단하는 등 강력한 처방전을 제약하고, 한국도 전날 중국 위험지 관광객 입국 금지를 발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이 중국인 유입을 차단하는 조처에 나서는 가운데 전염병 확산이 언제 진화될지 알기 어렵다.

특히 최근 개선되던 글로벌 경기 상황이 우한 전염병이라는 복병을 만나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졌다.

일단 최근 나타난 경기회복 신호는 중국 전염병 때문에 그 의미가 평가절하되고 있다.

■ 최근 데이터 상의 경기회복 모멘텀 보다는 우한 바이러스 사태 추이에 더 관심

한국의 1월 수출은 전년비 6.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2.5일 줄었기 때문에 감소는 예상되던 바였다.

일평균 수출은 4.8% 증가해 2018년 11월 이후 14개월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또 마찰적 요인을 제거한 선박제외 일평균 수출은 14개월 만에 1.9% 플러스 반전해 수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번 데이타에 의하면 중국 폐렴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진정되지 않으면 사태를 낙관하기도 어렵다. 이러다 보니 최근 경기 데이터는 할인해서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03년 사스 사태 당시 중국 GDP의 글로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그쳤으나 현재는 무려 16.8%까지 급증했다"면서 "특히 한국의 높아진 중국 의존도를 감안하면 사스 사태와의 1:1 비교는 힘들다. 금번 사태가 ‘사스급’이라면 분명 한국 경제에는 당시보다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금융시장의 매매자들 사이에 이번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이 사스 충격을 능가할 수 있어 안전자산선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중국 내 사망자수가 사스 때를 넘어섰고 이번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다"면서 "경기 위축 정도 역시 과거의 잣대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확인한 데이터 개선과 과거의 경험..이번 전염병 과장할 필요 없다는 분석도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예상 뛰어넘는 우한 바이러스 충격...'이번엔 다르다' vs '이번에도 같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이나 중국 모두 이번 바이러스 확산이 있기 전 경기 회복 기대감을 키우는 경제지표가 적지 않았다.

주말에 나온 1월 수출 지표도 경기 회복 기대감을 키울 만했으나 전염병 우려 때문에 각광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1월 지표들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으나 지표 호조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1월 제조업(50)/비제조업(54.1) PMI의 선방은 서베이 집계가 1월 20일까지의 기간에 한정되었다는 점 때문에 평가절하됐고 한국 수출도 반도체 부문에 힘입은 1월 서프라이즈(일평균 수출 +4.8%)보다는 우리나라의 對중국 수출비중이 크다(2019년 기준 25%)는 우려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1월 지표의 의미를 완전히 폄하할 필요는 없다. 확진자수와 사망자수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하고, 더 이상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이후로는 경제활동이 'V자형 회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태 발생 이전까지 글로벌 제조업이 동반 개선되고, 한국 수출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사실상 플러스로 전환됐다는 점은 사태 진정 이후 지표들이 작년 하반기에 비해 개선된 수준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이번 우한 바이러스의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사스 사태 등 경험에 비춰 볼 때 V자 반등 가능성은 높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한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스 우려가 본격화됐던 2003년 4월 대중국 수출은 계절적 수출 확대 시기임에도 전월대비 5.8% 감소한 바 있지만, 사태가 진정되자 수출은 바로 회복했다"면서 당장은 수출 모멘텀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사태가 진정되면 모멘텀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7%p 확대됐으나 장기화되지만 않는다면 수출 타격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 전염병 확산에 따라 커진 금리인하 기대감

중국 전염병 확산에 따라 한국, 미국 등 금융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미국 시장금리가 지난 금요일 인하 기대를 반영하면서 빠르게 내려오기도 했다.

당시 미국채10년물 금리는 7.97bp 속락한 1.5069%, 국채2년물은 9.96bp 급락한 1.3191%를 기록했다.

뉴욕 주가지수가 2% 내외로 급락한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증폭되자 일드 커브가 스팁된 것이다.

국내 통화당국도 전염병 사태의 '지속성'과 파급 효과를 점검하면서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과거 경험은 전염병이 국제적 성격을 띌 때 기준금리가 인하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사스 사태 당시 국내 기준금리는 4.25%에서 3.75%, 메르스 사태 때는 1.75%에서 1.50%로 내려간 바 있다.

온전히 전염병 때문에 정책금리가 인하된 것은 아니지만, 전염병도 일정 부분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향후 중국 경기 상황이 얼마나 악화돼 한국에 영향을 미칠지는 국내 통화정책에 있어서도 중요한 변수인 셈이다.

당장 2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감은 제한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등 내부적인 이슈나 총선과 같은 정치 변수도 얽혀 있어 사태가 더 크게 악화되지 않으면 한은이 2월에 움직일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평가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최근 우한 폐렴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달 인하에 대해 크게 자신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선거 변수와 부동산 이슈를 감안할 때 한은이 2월 금리 인하에 나서긴 어렵다"면서 "선거 때문에 경기가 안 좋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주 비둘기적으로 얘기하기도 어렵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 사스효과 상기하면서 사태 흐름 주시하는 한은..통화당국도 지속성과 확산성 주시

중국은 지난해 12월 중 수출, 산업생산 등이 반등하면서 4분기 성장률이 3분기와 같은 6.0%를 기록했다. 작년 연간 성장률은 6.1%로 2018년(6.7%)에 비해서는 0.6%p 하락했으나 연말 지표들은 반등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12월중 제조업 PMI가 2개월 연속 기준치를 넘는 등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전염병 확산으로 일부 외국계 등에서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4%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중국 성장률은 둔화 흐름을 보일 수 있다. 국내 통화당국 입장에선 둔화폭이 어느 정도일지 주시하고 있다.

한은은 주말에 나온 해외경제포커스에서 "중국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성장률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최근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정도 및 지속기간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사스 발병 당시 중국 경제는 2003년 2분기를 중심으로 일부 영향을 받았으나 곧 회복되면서 10%대의 높은 성장세를 시현했다고 기술했다.
사스는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중국·홍콩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면서 29개국 8,096명의 감염자와 774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바 있다.

중국 경제의 2003년 2분기 성장률은 전년비 9.1%로 관광 관련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1분기(11.1%)보다 2.0%p 하락했다.

보고서는 "당시엔 전염 우려로 인한 해외 바이어 방문 연기, 조업 일시중단 등으로 생산 및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으나 산업생산과 수출 증가율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2003년 2분기 교통·운수업이 전분기보다 5.4%p, 숙박·음식업이 3.6%p 하락하는 등 여행, 숙박, 운송, 소매업 등이 위축됐으나 이후 전체적인 경기가 다시 반등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사스가 2003년 연간 GDP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선 관광지출에 대한 전체, 추정 시기 등에 따라 0.5~1.5%p 가량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했다.

2003년 사스 사태가 중국 성장률에 미친 영향을 관광지출에 대한 전제, 추정시기 등에 따라 0.5~1.5%p 정도로 상이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번 사태의 전개 양상은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타격을 받고 확산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업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시장엔 이번 전염병이 '과거와 다르다'면서 그 효과가 역대급일 것이란 관측이 있는 반면 과거처럼 영향이 제한될 것이란 진단도 있다.

당장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성장률과 금융 가격변수의 'V자 반등'을 예상하는 시각과 '사스 그 이상'의 충격으로 경기 개선 흐름 자체가 꺾일 수 있다는 관점이 대립돼 있는 상태다.

한편 중국 금융당국도 전염병 사태에 따른 경제심리 악화를 제어하기 위해 완화적 스탠스를 강화했다. 춘절 연후 후 열린 주식시장에서 상하이지수는 9% 가까이 폭락하면서 출발한 뒤 낙폭을 다소 줄였다.

인민은행은 전날 1조 2천억 위안에 달하는 유동성 공급을 발표한 뒤 이날은 예고 없이 7일물과 14일물 역레포 금리를 2.4%, 2.55%로 10bp 낮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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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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