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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모 산은캐피탈 사장 “한발 앞선 리스크관리 필수”

기사입력 : 2019-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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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융 분야 전문성 확충 나서
매각 이슈 딛고 영업력 회복 성공적
분산 포트폴리오로 경기변동 방어

김영모 산은캐피탈 사장 “한발 앞선 리스크관리 필수”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김영모닫기김영모기사 모아보기 산은캐피탈 사장은 여의도 사옥에서 본지와 만나 금융회사로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숱하게 강조했다. 산은캐피탈이 강점을 보이는 기업금융은 경기변동에 따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내수경기 하강 및 대외 경기둔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자산 건전성 관리가 금융회사마다 중요하게 대두되기 때문에 더욱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 기업금융이 강점이자 약점…균형잡힌 포트폴리오로 대응 우선

“우리 회사는 소비자금융 중심의 타 여전사와 달리 기업금융에 특화해있습니다. 중소·중견기업 등에 대한 여신 취급에 있어 최고의 경험과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고 특히 벤처,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한 투자 분야에서는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자부합니다.”

산은캐피탈의 DNA에는 기업금융이 있다. 창업부터 성장, 구조조정까지 기업의 Lifecycle 단계별로 최적화된 복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1999년 한국기술금융이 한국산업리스를 합병해 출범한 회사로, 산업은행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5년부터 산은캐피탈 매각을 두 차례 시도한 적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 분리됐던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2013년 들어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에 따라 합쳐지는 과정에서 금융 계열사들은 매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매각 불확실성은 산은캐피탈에게 큰 타격이었다. 영업자금을 모두 조달해야 하는 캐피탈사 특성상 조달 금리를 최대한 낮추는 게 중요하다. 조달 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산은캐피탈이 매각되면 신용등급에 반영된 산업은행의 지원 가능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등급 하락으로 이어진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조달이 어려워지는데 이 경우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만큼 이익은 줄어드는 건 물론 포트폴리오 구성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이동걸닫기이동걸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산업은행과의 정책금융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매각 잠정 보류로 결정이 된 상태다.

최근 산은캐피탈은 스타트업 투자 기능을 대폭 강화해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지원에 정책금융 역할로 활약하고 있다. 벤처금융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바이오, ICT, 콘텐츠 등 신생 유망 산업과 틈새시장에 대한 투·융자를 제공하고, 산업은행과의 업무 시너지를 통해 구조조정·재무개선기업 등에 대한 자금을 제때 공급하면서 산업구조 재편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에 따라 산업은행이 주관하는 8조원 규모의 성장지원펀드에 정책출자자로 참여한 산은캐피탈은 지난해부터 매년 1000억원 약정을 이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조성된 총 28개, 4조2000억원 규모의 펀드에 자금을 공급했고, 약정 이행은 내년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 시장 수요 많은 투자금융…‘비중 키울지 논의 중’

기업금융 성과는 순익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산은캐피탈의 순익은 2015년 893억원, 2016년 979억원, 2017년 1181억원으로 점차 증가하다가 지난해엔 1518억원을 기록했다. 설립 이래 최대 규모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올해도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는 중이다.

기업금융은 최대 실적이라는 보상을 가져다줄 만큼 특색있는 사업 부문이지만 경기변동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는 건 단점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대출을 내준 회사들의 형편이 어려워져 연체,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투자금융의 경우 운이 나쁘면 원금 회수도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한 대응을 묻는 말에 ‘분산 포트폴리오’를 꼽았다. 그는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경기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토로하면서도 “기업금융의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자동차 중심의 리테일금융에 진출해 안착하면서 기업금융, 리테일, 투자 3개 부문의 영업자산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산은캐피탈의 영업 자산은 5조3470억원으로 기업금융부문 48.9%(2조6145억원), 리테일부문 25.7%(1조3762억원), 투자부문 25.4%(1조3563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산은캐피탈은 리테일 부문을 자동차금융으로 구성해 기업금융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있다. 2012년 오토리스·오토론(신차, 중고차)의 자동차금융 부문을 리테일 본부로 승격하고 본격적인 자동차금융 확장에 나섰다. 이를 통해 분산 포트폴리오는 이뤘지만 최근 자동차금융 시장 자체가 경기변동 영향이 있다는 건 고민이다. 김 대표는 “요즘 자동차 금융 업계 화두는 중고상용차 연체율이 점점 높아진다는 것”라며 “우리 회사는 자동차 금융 포지션 유지나 확대보다는 부실 여신이 많아지는 걸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적정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경기 변동에 영향을 받아 부실 지표가 늘어나는 건 금융회사로써 좋지 않은 징조기 때문에 김 대표는 리테일 부문 임직원들에게 각별한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김 대표는 투자 대상에 대한 산은캐피탈만의 마케팅 역량과 심사 전문성을 기반으로 투자 부문의 선두주자로 달리는 중이다. 주요 투자 분야는 ICT(정보통신기술),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산업 분야로, 2017년 초기기업 투자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통한 미래수익기반 조성에 공을 들였다. 2017년 5200억원, 2018년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면서 투자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총 투자자산 규모는 2017년 말 9500억원에서 작년 말 1조2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증가(전년 대비 29%)해 현재 영업자산의 약 25%를 점유하는 주요 포트폴리오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지노믹트리, 엔지켐생명과학 등 바이오 부문을 주축으로 벤처투자에서 약 667억원의 투자 수익을 얻었다.

특히 사모펀드(PEF) 투자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운용사(GP)로서 2008년 리더스PEF를 시작으로 총 1조3000억원의 펀드를 결성해오면서 엑시트(Exit)도 성공적이고 꽤 괜찮은 트렉 레코드(투자 실적)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투자유망 프로젝트에 대한 LP출자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국내 PE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투자역량을 바탕으로 PE부문에서는 지난해 총 631억원의 투자이익을 얻었다. 대표 사례로는 셀트리온헬스케어, 현대엘리베이터가 있다.

최근에는 자산의 25%를 차지하는 투자 부문 비중을 더 키울지 고심하고 있다. 시장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재 시장의 투자 수요가 많이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 부문 비중을 어느 정도까지 할 건지 내부적으로 컨센서스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투자 부문 비중이)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외부에서 산은캐피탈도 투자를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오퍼가 많이 와요. 투자 부문 비중 25%를 유지하려면 만기가 돌아오거나 회수되는 한도에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 시장 수요가 많기 때문에 비중을 얼마로 설정할지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영업하는 쪽에서는 더 하고 싶어 하고, 심사나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는 신중하기 때문이죠.”

◇ 영업력 회복과 우량자산 축적에 주력…최근에는 ‘리스크 관리’ 중요

김영모 대표는 1983년 산업은행에 입행해 부행장까지 역임하면서 금융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식견을 쌓아 왔다. 김 대표는 2016년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지내고 이듬해 산은캐피탈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2018년 5월부터는 사장을 맡아 그간 쌓은 역량으로 산은캐피탈의 성장을 견인했다. 우선 그는 산은캐피탈에 몸담은 이후 매각 이슈로 정체된 영업자산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았다. 올해는 경기 영향이 큰 만큼 부실 요인 축소를 위한 리스크 관리를 중요하게 여겼다.

“산은캐피탈에 부임했을 때는 매각 이슈의 여파로 장기 자금 조달이 어려워 영업의 애로가 큰 상황이었습니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님의 취임 이후 매각 작업이 중단되면서 자금조달 구조가 정상화하자 위축된 영업력 회복과 우량자산 축적에 주력했습니다. 이에 3년간의 정체 상태를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했습니다. 올해는 자산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중점사항으로 두고, 자산 포트폴리오 모니터링을 강화해 부실 요인을 예방하고자 노력했죠.”

김 사장은 투자금융 선발주자로써 후발주자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근 수익성 향상을 위해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특히 투자 영역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기업금융은 경기민감도가 상당히 높고 여신규모가 커서 경기침체기에는 회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우리 회사도 몇 번의 위기를 겪었다”고 회상했다.

경기민감도가 높은 사업 부문인 만큼 편중된 자산보다는 물건별 한도 설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혹여 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해도 회사가 타격을 입지 않아야 해서다. “현재처럼 경기둔화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산 건전성 관리 능력에 따라 회사 실적이 좌우됩니다. 먼저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편중 여신이 발생하지 않도록 산업별, 상품별 한도를 설정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또한 사전적, 사후적 부실차단을 위해서도 영업, 심사, 사후관리 부문에서 리스크관리 체제를 확고히 가져가야 할 것입니다.”

지난 6월 취임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에게는 ‘원활한 통로 역할’을 기대한다고 전하며 말을 맺었다. “여신전문금융업권은 국내외 경기둔화와 더불어 규제 강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금융감독 기관에게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는 통로 역할과 함께 업무범위 확대 등 규제 완화 방안 등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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