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총재는 18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작년 7월 이후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을 시산한 결과 무역 경로를 통한 영향과 불확실성 경로를 통한 영향이 각각 0.2% 포인트씩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관세부과가 우리 중간재 수출을 직접 제약하는 한편 미·중의 내수 둔화로 우리 수출이 영향을 받았다”며 “세계산업연관표(WIOD)를 이용해 시산한 결과 미·중 추가 관세 인상은 수출 감소를 통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정도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제주체들의 관망행태 경향이 증가함에 따라 투자, 소비 등 기업·가계의 경제활동이 둔화됐다”며 “한국은행 거시계량모형 (BOK12)을 이용해 추정한 결과 불확실성 경로를 통해서는 우리 경제성장률을 0.2%p 정도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올해 성장률 하락폭을 중국 약 1.0%포인트, 미국 0.3%포인트, 유로지역 0.2%포인트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큰 만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도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IMF도 미국과 중국 양 당사국을 빼고는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했었다”고 말했다.
다만 “작년에 볼 때는 미·중 무역분쟁이 이렇게까지 안 좋은 쪽으로 진행될 줄 모르고 조기에 타결될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올해 투자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 한 해 성장률 둔화는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 대외요인 악화 탓이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내년 성장률은 다소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부분적 합의에 그쳤으나 최악은 면했으니 내년에는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내년 중반에는 반도체 경기도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내년 경제 성장세는 올해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서는 “현재 금리도 1.25%로 낮은데 제로(0)금리까지 가기에는 아직 여러 가지 조심스러운 문제들이 있다”며 “정책 여력이라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막상 리세션(침체)이 왔을 때 제일 먼저 움직여야 할 중앙은행이 정책 수단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두 차례의 금리인상(2017년 11월·2018년 11월)과 관련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당시 올리지 않았다면 지금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물가는 0% 내외 물가 상승률이 한두 달 정도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낮은 게 중앙은행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골칫거리가 됐다”며 “그만큼 저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인데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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