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사업장 많은 빅2 ‘미분양 부담 가중’
하지만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 소비심리지수는 2016년부터 급격히 하락해 올해 상반기 바닥을 찍었다. 특히 비수도권 부동산 소비심리지수는 2015년 상반기 128.2% 고점을 기록한 후 2019년 하반기에는 상반기 저점에서 조금 회복해 94.4%를 기록했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두 상장 신탁사에 직격탄이 됐다.
주로 지방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두 신탁사의 평균 분양률은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을 받아 2018년 이후 뚜렷하게 저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분양한 사업장의 6개월 분양률은 67%, 12개월 분양률은 79%를 보인 반면 2018년 분양한 사업장의 같은 기간 분양률은 각각 51%와 61%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인 6개월 동안 분양률이 31%로 매우 낮았다. 통상 업계에서는 신탁사가 안정적으로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분양률을 75~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한신평은 두 신탁사 모두 현안사업장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위험 요소로 분석했다. 현안사업장이란 신용평가사 기준에 따라 분양 개시 기간에 따라 달성해야 하는 분양률을 12개월 60%, 24개월 70%, 36개월 80%, 40개월 이상을 장기미분양사업장으로 설정한 개념이다.
해당 기간 목표 분양률에 이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장을 분류해보면 한국자산신탁의 현안사업장 비율은 25%, 장기미분양사업장 비율은 15%로 40%다. 한국토지신탁의 현안사업장 비율은 17%, 장기미분양사업장 비율은 6%로 23%다.
또한 “투입한 사업비 회수가 부실화되어 실제로 손실이 발생한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면서 “BEP(손익분기점) 분양률은 80% 내외로 관리해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감 메말랐는데... 신규 진입사와 또 나눠야
신탁업 활성화의 기틀을 닦은 한토신과 한자신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9개의 비상장신탁사들 가운데 하나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이 선방하고 있다. 하나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은 금융지주계열 부동산신탁사로 그룹이 주는 신용도라는 경쟁 우위를 발휘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두 신탁사는 전체 사업비의 80% 이상 자금을 확보한 후 개발에 착수하는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비중이 70~80%로 높다. 양현조 한국신용평가 본부장은 “책임준공 능력은 시공사의 공정 통제능력과 유동성 및 자본완충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부동산개발 사업 자금을 조달할 때 두 신탁사는 책임준공형 개발신탁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실적도 좋다. 하나자산신탁은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이 635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2% 급상승했다. KB부동산신탁은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이 585억으로 소폭 증가했다. 두 신탁사는 하반기 실적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날 예정이라며 조심스레 전했다.
하지만 양사를 비롯한 기존 신탁사들은 지난해부터 시작해 올해까지 점증된 신규 수주 저하 양상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신규 수주 성과는 2~3년에 걸쳐 재무제표 영업수익 등에 이익으로 반영된다. 2017년부터 전체 11개 부동산신탁사들 신규 수주 규모는 대략 10%씩 매해 감소하고 있다.
또한 2009년 무궁화신탁과 코리아신탁에 대한 신탁업 허가 이후 10년 만에 증권계열 신탁사 세 곳을 새로 허가함에 따라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이 부동산신탁사로 들어와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탁업계는 “부동산 호황기에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했다면 전략적 차원에서 일부러 신규 수주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신규 수주를 하고 싶어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나아가 “이러한 신규 수주 절벽이 재무제표로 체감되는 때는 내년 말부터 예상한다”는 관계자도 있었다. 대응책이 있냐는 질문에는 “면밀하게 사업성을 분석해서 영업에 보다 적극적인 역량을 투입하고 싶지만, 정부의 주택사업 인허가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답했다.
부동산업계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분양률이 올라 기업이 살아날 텐데 지금은 그 기미조차 없다”며 “서울이 아닌 지방은 대구, 대전, 광주처럼 규제가 없어 흥행한 일부 도시를 제외하면 울산 등 전반적인 경기 자체가 위축되며 부동산시장마저 죽어 버렸다”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신탁사들은 물권을 신규 수주하는 시점에서 입지 분석, 분양가, 인구 수요 등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정 분양률을 예측해 사업 진행 여부를 판단한다”며 “하지만 주변 개발 변수 등에 따라 준공 과정과 준공 후 분양률은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장기 저성장 기조에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신탁업계는 신규 수주를 위해 더 피나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 말했다.
조은비 기자 goodra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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