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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보험사도 체면보다 생존 중시…'틈새’에서 ‘대세’ 된 초단기·미니보험

기사입력 : 2019-10-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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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수입보험료 성장률 ‘0%’ 전망... 대형사도 위기
2030 소비자 취향 맞춘 초간편-초단기 상품으로 시선몰이

△사진=삼성화재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삼성화재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겹겹이 쌓인 악재로 유례없는 위기에 처한 보험사들이 떠나가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미니보험’ 공세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미니보험은 중소형 보험사들이 대형사가 점령한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틈새 상품’ 정도로 인식돼왔다. 중소형사들은 커피값보다 저렴한 미니보험을 앞세워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이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활용하는 등의 전략을 구사하고는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삼성생명·화재를 비롯한 대형 보험사들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몰이에 나서고 있다. 어려워지는 영업 환경에 맞춰 영업력을 잃지 않기 위해, 틈새시장으로 여겨지던 미니보험이 어느덧 대세 시장으로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

◇ 심상치 않은 대형 보험사 부진, 내년 수입보험료 증가율 ‘0%’ 시대 전망

보험연구원은 2020년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2019년 대비 0.0%로 성장 정체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시장 성숙, 기대여명 상승,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종신보험 수요 감소와 경기부진으로 인한 해지(해약) 확대 등으로 이러한 저성장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보험업계는 지난 2017년부터 저성장을 넘어 역성장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위기에 처해있다.

그간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면 중소형사들은 어려움을 겪어도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 등의 대형사들은 상대적으로 불황에 대해 여유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보험업계에 불어 닥치고 있는 혹독한 겨울은 회사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회사들에게 어려움을 안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24개 생보사의 상반기 순이익이 2조1283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보다 1조204억 원(32.4%) 줄어든 규모다. 특히 '빅3'로 불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의 동반 부진이 뼈아팠다. 한화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은 934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1.8% 줄었다. 삼성생명 역시 47.7% 줄어든 7566억 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삼성전자 지분 매각 기저효과가 사라진 것이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 나왔다.

손해보험사들 역시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 여파를 직격으로 맞으며 적자폭이 확대됐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상반기 42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줄어든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 역시 36.1% 하락한 1639억 원을, DB손보는 31.3% 하락한 2063억 원, KB손보는 11.6% 하락한 166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한숨을 쉬었다.

△사진=미래에셋생명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미래에셋생명


◇ 가망고객 잡아라, 2030 세대 눈길 사로잡을 ‘쉬운 보험’ 대세로

기존에 보험업계가 주력으로 판매하던 상품들은 대부분 납입기간이 긴 장기상품에 속했다. 경기불황이 길어지고, 모아놓은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보험에 가입하기도 전에 긴 납입기간과 비싼 보험료, 그리고 복잡한 상품 구조를 이유로 보험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은 특정 암 한 종류만을 집중적으로 보장하는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미니보험’ 상품부터, 만기를 1~3년 정도로 줄인 소액 단기보험을 잇따라 선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중소형사들만이 아닌 삼성·한화생명 등 대형사들도 이러한 경향을 따라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형사들은 주로 우량고객들을 대상으로 장기상품 위주의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영업을 지향해왔다. 그러나 보험업계가 장기적인 불황에 빠지자 대형사들조차도 생존을 위해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선보였던 ‘미니 암보험’은 ‘커피 한 두 잔만 줄여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을 표방한 상품이었다. 다른 보장 없이 암 진단에 대해서만 보장함으로써 보험료 수준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DB손해보험 역시 이와 비슷한 미니 암보험 상품을 선보인 바 있으며, 최근에는 미래에셋생명 역시 여성을 위한 온라인 미니 암보험을 선보였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자사 다이렉트 앱으로 가입할 수 있는 '원데이 애니카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만 21세 이상의 운전자가 타인 소유의 자가용 승용차 또는 렌터카를 운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하는 단기 자동차보험이다. 보장 기간은 최소 1일부터 최대 7일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하루 단위로 고객이 원하는 기간을 설정하면 된다.

이들의 미니보험 러시는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토스·인바이유 등 플랫폼들과의 협업을 통해 점점 영토를 넓히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겨냥해 금융 플랫폼과의 제휴를 맺고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대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보험 역시 쉽고 빠른 것을 쫓는 소비자들이 주류가 되고 있다”며, “최근 나타나고 있는 미니보험과 초단기, 초간편 상품 및 서비스는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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