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GA의 급격한 성장세 속에서 크고 작은 부작용들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GA는 보험업계에 있어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본 기획에서는 국내 GA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명과 암, 그리고 미래상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지난 5월 30일 보험대리점협회의 6대 협회장으로 선출된 조경민 협회장(사진)의 말이다.
조경민 협회장은 금융감독원 보험조사실 보험조사팀장, 보험검사1국 검사팀장, 보험조사실 특별조사 대책반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또한 IBK기업은행 방카슈랑스사업 단장(부행장), IBK연금보험 감사, 동양생명 CS본부장 전무 등을 지낸 경력도 있다.
GA업계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뒤로도 대형GA만이 아니라 중소형GA들의 사정까지 직접 발로 뛰며 챙기는 등 포용력 있는 행보로 GA 관계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조 협회장은 취임 당시 인사말을 통해 “우리 보험대리점은 설계사 판매역량 강화 및 전문성 제고, 내부통제 및 완전판매를 통한 소비자 보호강화, 보험대리점에 대한 신뢰도 향상 등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으며,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협회를 중심으로 모두 힘을 합쳐 새로운 환경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본지에서는 충정로에 위치한 한국보험대리점협회 사무실에서 조경민 협회장을 직접 만나 현재 GA업계가 처한 상황과 나아갈 방향, 그리고 그를 위해 보험대리점협회가 제시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아직 영향력 부족한 보험대리점협회, 전문가 연구용역 기반으로 도약시킬 것”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처음 설립된 것은 무려 50년여 전인 1970년이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보험대리점협회가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생명·손해보험의 통합대리점협회가 출범한 이후로 알려져 있다.
전임 협회장들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험대리점협회는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비해 업계에 미치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GA는 상대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그늘에 서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합집산이 잦은 연합형·개인형 GA들을 하나로 뭉쳐 제도권 하에 두는 것 역시 애로사항이 많았다.
대부분의 민간 보험사 관계자들은 보험대리점협회와 직접적으로 연계할 일이 없어 협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혹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조경민 협회장 역시 이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보험대리점협회가 생·손보협회에 비해 많은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임기 안에 협회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단계적인 노력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보험대리점협회는 보험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GA업계의 이익수수료, 건전성, 모집방법 등 종합적인 GA 발전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 협회장은 “연구용역의 결과는 오는 10월에서 늦어도 올해 중 나올 것으로 보이며, 향후 연구용역 결과를 기반으로 세미나나 공청회 등을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협회장은 “보험대리점협회가 모집 전문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찾으려면 공신력 있는 데이터가 먼저 쌓여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며, “이번 연구용역은 그러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보험대리점협회가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당국과의 협업도 점차 늘려나가 ‘기타 단체’에서 ‘보험협회’의 테두리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 “GA업계 불완전판매 문제, GA와 보험사 모두가 책임 있어”
전속설계사에 비해 시책(인센티브)이 높고 분위기가 자유롭다는 특성 때문에, GA채널의 불완전판매 문제는 보험업계 전체의 신뢰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 되어왔다.
올해 상반기 금융감독원을 통해 이뤄진 금융사 제재조치 163건 중 GA의 제재 건수가 56건으로 가장 많았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제제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역시나 수수료에 관련된 문제로, 소속설계사 외에 타인에 의한 모집이나 수수료·보수 등의 부당지급 문제가 주로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0인 이상 대형 GA의 불완전판매율은 0.19%로 보험사 전속 설계사 채널의 0.1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3회차 계약 유지율은 81.6%였다.
이들 수치는 모두 전년 0.29%, 80.0%에 비해 모두 개선된 수치였지만, 여전히 높은 시책을 악용한 가짜계약 문제나 설계사의 잦은 이직은 GA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조경민 협회장은 “시책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GA 설계사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면서도, “시책 경쟁을 부추긴 보험사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 협회장은 “최근 보험사들이 출시하는 상품이 획일화되는데다 손해율 관리가 고려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 판매됐다가 과도한 손해율 역풍으로 보험사에 큰 타격을 입혔던 ‘요실금 보험’의 사례를 들며 최근 판매되고 있는 초간편 유병자보험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조 협회장은 “시장이 워낙 포화되고 빠르게 변하다보니 한 보험사가 특정 상품을 판매하면 다른 보험사들이 이를 따라 비슷한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를 판매하기 위해 GA에 시책을 높게 걸다보니 설계사들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는 등의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조 협회장은 “그간 GA업계도 쉬쉬해온 감이 없지 않지만, 불완전판매나 작성계약(가짜계약) 등의 문제는 분명히 근절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 “모범 GA 사례 확산시켜 업계 자정 노력 이끌 것”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 협회장은 크게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모범GA의 사례를 업계 전체에 전파함으로써 업계에 자정효과가 발생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었다.
조 협회장은 “일부 문제가 되는 GA도 있지만, 뚜렷한 내부통제 기준을 가지고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GA들이 더 많다”고 설명하며, “이들의 사례를 업계 전반에 확산시킨다면 소비자 신뢰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는 양질의 계약과 유지율, 보험사고 발생건수 등의 지표를 설계사의 추가적인 인센티브 지급 기준으로 삼는 방안이었다. 조 협회장은 “이러한 방안들이 GA를 넘어 보험업계 전체의 성숙도를 높이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 밖에도 보험대리점협회는 GA의 내부통제 표본기준 마련, 설계사 순환교육 등의 자정노력 또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협회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보험대리점 신뢰도 제고 및 보험소비자 권익강화를 위한 ‘회원사 대상 자체 순회교육’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자체 순회교육은 회원사 대상으로 보험모집질서 준수사항(준법 및 내부통제), 완전판매 및 승환계약, 개인정보보호 테마 중 회원사가 요청하는 부문을 테마교육 형태로 대리점협회에서 직접 교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GA 가운데 우수 설계사와 우수 지점을 선정해 시상하는 ‘우수인증설계사 시상식’ 역시 GA업계의 올바른 영업관행 확립을 위해 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다.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우수지점 시상’과 ‘우수인증설계사 시상’은 업계의 건전한 발전과 올바른 영업문화 조성의 일환”이라며, “보험대리점소속 설계사가 완전판매 및 건전한 모집질서 확립과 소비자 권익보호를 최우선으로 자정적 노력을 할 것이며, 더 많은 우수인증설계사에게 혜택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조 협회장은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제공하고 있는 ‘e클린보험서비스’ 역시 GA업계의 신뢰도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e클린보험서비스’를 통하면 생명·손해보험협회별로 별도 공시되고 있는 GA의 모집실적 등 주요 경영현황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또 설계사 500인 이상의 대형GA는 불완전판매비율, 보험계약유지율 등 신뢰도 정보를 중심으로 비교·조회가 가능해진다. 조 협회장은 이를 통해 ‘먹튀 영업’이나 고아계약 양산 등 업계의 모집질서를 해치는 설계사들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끝으로 조경민 협회장은 “GA는 크기별·형태별로 처해있는 상황이 달라 특정 집단의 입맛을 맞추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며, “어느 한 곳이 아니라 GA업계 전체의 올바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협회로서의 위상을 갖추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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