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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영미권과 독일 금리 연계 DLS 사태의 비극

기사입력 : 2019-08-2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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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전일 금감원이 최근 불완전 판매와 관련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현황과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합동검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한 뒤 불완전 판매 여부 등 분쟁과 관련한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 우리·하나 4천억원 내외로 팔고 개인들 2억원 내외로 투자..고용보험도 5백억 가까이 손실

금감원 발표를 보면 이달 7일 기준 국내 금융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즉 DLS와 DLF의 판매잔액은 8224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이 4012억원, 하나은행이 3876억원을 팔아 판매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민은행이 262억원, 유안타증권이 50억원, 미래에셋대우증권이 13억원, NH증권이 11억원 어치를 팔았다.

은행들이 펀드(사모DLF) 형태로 판 규모가 8150억원으로 판매잔액의 99.1%를 차지했다. 증권사가 사모 DLS로 판 금액이 74억원이었다.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금액이 7326억원으로 전체 판매잔액의 89.1%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이 개인에게 판매한 규모는 3603억원으로 투자자수는 1829명이었다. 우리은행이 개인에게 판 규모는 3414억원으로 투자자수는 1632명이었다. 투자자 1명당 평균 2억원 정도를 투자한 셈이다.

법인이 투자한 규모는 898억원으로 188사에 달했다. 특히 고용보험기금은 독일 10년 국채와 연계된 DLS 상품에 투자해 477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 이 상품에 투자한 뒤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직장인은 최대 월급의 0.65%까지 고용보험으로 납부하며 기금 규모는 10.5조원 수준에 달한다. 정부(고용노동부)는 이 돈으로 실업급여, 육아휴직 수당 등에 활용한다.

A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한투에서 고용보험 돈 500억원 가까이를 날려 먹었다"면서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이런 손실이 괜찮다는 얘기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왜 저런 상품에 국민의 자금을 투자했는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레버리지 크게 걸린 비대칭적 구조의 상품..독일 국채 관련 상품은 원금 거의 날릴 듯

문제가 된 DLS는 미국, 영국, 그리고 독일 금리 움직임과 관련된 상품이었다. 일단 영미권 금리와 관련된 상품이 많이 팔렸다.

금감원은 영국과 미국 CMS(Constant Maturity Swap) 금리 관련 상품의 판매잔액이 6958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상품은 8월 7일 현재 86%(5973억원)가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만기까지 지금의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경우 예상 손실액은 3354억원으로 평균 예상손실액은 56%에 달했다.

금융당국이 8일을 기준으로 계산했으나 현재 글로벌 금리들이 더 내려와 있어 예상 손실액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독일 국채10년물 관련 DLS에 투자한 사람들의 손실률은 더 크다. 독일 국채 관련 상품의 판매규모는 1266억원으로 판매 금액 전체가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했으며, 원금을 거의 날리게 생겼다.

금감원은 현재 금리가 올해 9월~11월까지 유지될 경우 예상 손실 금액은 1204억원으로 평균 예상손실률은 95.1%에 달한다고 밝혔다.

결국 영미권 CMS와 독일국채 관련 DLS 상품 8224억원 가운데 손실 진입금액은 7239억원, 예상손실액은 50%가 넘는 4558억원에 달했다.

물론 최종 손실은 만기 시점의 기초자산(금리)의 레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현 수준에서 손실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 은행의 수익구조 다변화 의욕이 가져온 비극

은행은 기본적으로 이자 장사를 하는 곳이다. 고객으로부터 받는 예금금리와 고객에게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대출금리의 차이, 즉 예대마진이 수익의 기본이다.

하지만 이자 외의 수수료 수익 등을 얻으려는 과정의 조바심에서 이번 사태가 터졌다는 진단도 많다.

시중금리가 계속 빠지는 과정에서 이자 차이로 얻는 이익의 폭이 줄어들면서 은행들의 다른 수익원에 대한 욕구도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상품을 팔아 수수료를 챙기려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비판도 많다.

B 금융사의 한 FICC 전문가는 "은행 내부 평가 과정에서 비이자 이익의 비중을 높게 쳐주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수수료가 높은 물건을 찾다가 이번 사태가 터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3%, 4% 수익을 안겨줄 상품에 목말라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외국계 S은행 같은 곳이 접근을 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사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상품들은 수익와 손실의 비대칭구조가 두드러진다. 레베리지를 이렇게 크게 건 은행용 상품으로서 애초에 문제가 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C 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에서 PB 쪽에서 이런 물건을 팔면서 고객들은 얼씨구나 했을지 모르지만 결과가 나빴다"면서 "글로벌 저금리가 이렇게까지 진행될지 몰랐다고 변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금리 전망에서 확실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올해 5월까지 이 상품이 팔린 것으로 안다. 그 때 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위험이 있었다"면서 "은행원들의 비전문성과 무지, 수수료 창출 욕구 등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 불완전판매의 문제..투자자들은 얼마나 돌려 받을 수 있을까

자료=최근 독일 국채10년물 금리 흐름 (코스콤 CHECK)이미지 확대보기
자료=최근 독일 국채10년물 금리 흐름 (코스콤 CHECK)


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과거 몇 년간 이런 일이 없었으니 괜찮을 것'이란 말을 쉽게 믿으면 안 된다.

올해 3월 벌써 독일 국채10년물 금리는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일시 반등하는 듯하다가 최근에 -0.7%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 영국 7년 CMS, 미국 5년 CMS, 독일 국채 10년 금리가 연초 대비 각각 70bp, 120bp, 90bp 이상 하락했다.

금융시장에선 보수적인 투자자가 주로 활용하는 은행에서 전혀 손실 방어구조를 갖추지 않은 상품을 판 게 문제라는 지적들도 적지 않았다.

독일 10년물 연계 DLS의 경우 예컨대 금리가 특정 베리어(-0.2%, -0.25% 등)를 밑돌 경우 추가 금리 하락폭 0.01%, 즉 1bp 당 원금 2.5%가 날아가는 구조였다.

이를테면 금리가 특정 레벨(예컨대 -0.2%) 아래로만 가지 않으면 4%의 연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배리어에서 금리가 40bp 더 밑으로 빠지면 원금을 몽땅 날릴 수 있는 형태였다.

연 3~5%의 수익을 위해 이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이나 판매자들의 경우 글로벌 금리가 이렇게까지 빠질줄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앞날을 예견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향후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계속해서 말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 책임이 얼마나 인정이 될지, 피해를 본 고객들이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 피해자의 다수는 PB 고객들이었다. 이들은 은행들로부터 비교적 자세한 설명을 듣는 부류"라며 "과거 이 고객들의 투자 패턴,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불완전 판매 인정으로 날린 원금을 많이 돌려 받는 게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불만을 감안해 금융당국 쪽에서 적정한 선에서 고객들의 피해를 보상하는 주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현장 조사를 통해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경우 법률 검토, 판례 및 분조례 등을 참고해 분쟁조정을 신속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백두산 연구원은 "은행의 경우 내부통제시스템 관련 노이즈(기관조치)와 더불어 금감원 분쟁조정위(분조위)에서 불완전판매에 따라 일부 배상비율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문제는 과거 키코 사태보다는 리테일과 관련됐던 2005년 판매된 뒤 2008년 문제가 된 파워인컴펀드 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당시 금감원 분조위에서 파워인컴펀드에 대한 은행의 책임비율을 50%로 결정했고 이후 2014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은행 책임비율을 20~40% 로 판결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번 사태가 워낙 큰 이슈로 불거진 상황이어서 거래건별로 전수조사 및 일부 배상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무조건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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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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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감원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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