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첫 여성 CEO(최고경영자)라는 타이틀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임일순닫기임일순기사 모아보기 홈플러스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임 사장은 2017년 10월,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유통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 리츠 상장에 실패한 홈플러스는 수익창출력 저하까지 겹쳐 막다른 길목으로 몰린 모양새다. 이달 중순 임 사장이 직접 ‘손 편지’로 현재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동반감소
홈플러스가 지난달 14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은 7조6598억원, 영업이익은 1090억8602만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 대비 3.67%, 57.59% 줄어든 수준이다.
홈플러스 측은 △전반적인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불황과 △2개 점포(동김해점·부천중동점) 폐점 △기존 매장 16개 점포를 대상으로 홈플러스 스페셜 전환 준비 과정에서 공사기간 동안 발생한 일시적인 영업 공백 등이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임차료 상승도 원인이 됐다.
홈플러스 스페셜 16개 매장은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인접한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 안산고잔점, 분당오리점 등이 전년 동기 대비 25% 내외의 높은 신장률을 지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전용 풀필먼트 센터를 확대하는 등 온라인 사업 강화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전반적인 시장의 침체기 속에서도 기존의 유통자산네트워크를 전략화한 옴니채널 사업확장과 강화된 유통 데이터를 장착한 영업력의 극대화, 신선식품의 전략화와 지역 맞춤형 점포 조성 등의 고객 니즈를 충족시켜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 홈플러스 스페셜 ‘순항’…연말까지 20여곳 늘려
홈플러스 스페셜은 슈퍼마켓에서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 상품을 한 번에 고를 수 있늠 매장이다. 1인가구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고객까지도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한 ‘주부CEO’ 임일순 사장의 경험에서 우러난 것으로, 임 사장이 취임한 직후인 2017년 말부터 주부들을 대상으로 표적집단면접(FGI)을 진행해 주부들이 원하는 대형마트의 모델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임 사장은 FGI를 통해 대용량 상품만을 판매하는 창고형할인점에서 신선식품 구매를 꺼리고 창고형할인점에서 쇼핑한 후에도 간단한 찬거리를 사러 별도로 집 앞 대형마트를 찾는다는 주부들의 경험담을 듣고, 자신의 쇼핑 경험과 접목해 홈플러스 스페셜 모델을 선보였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 대구점을 시작으로 총 16곳을 전환 오픈한 상태다. 16개 매장은 오픈일부터 현재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0%에 육박하는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 중이며, ·동점, 안산고잔점, 분당오리점 등 기존 창고형할인점 경쟁사(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인접한 경합 점포들은 전년 동기 대비 25% 내외의 높은 신장률을 지속 유지 중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올 연말까지 기존 점포 20여곳을 추가로 전환 오픈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선보일 홈플러스 스페셜은 지난 1년간 운영하면서 겪은 노하우를 반영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홈플러스 스페셜 시즌2’로 포문을 열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2400여종을 운영해왔던 홈플러스 스페셜 전용 상품 종류(SKU)를 1800여종으로 과감하게 줄이고,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은 오히려 약 130종 늘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다.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과일, 축산, 냉동 카테고리는 홈플러스 스페셜 전용 상품을 추가 개발하는 한편, 채소나 신선가공식품은 소용량 상품의 규모를 키운다.
또 홈플러스 스페셜만의 차별화 상품을 개발·운영해 기존 대형마트(하이퍼)와의 상품 중복을 최소화한다.
프로모션 면에서도 팝업숍(Pop-up Shop)과 시식행사 운영을 늘려 고객들의 쇼핑재미를 더할 계획이다.
팝업숍의 경우 기존에는 6개 점포에서만 각각 1곳씩 운영했으나, 올해부터는 모든 점포에 1~2곳씩 팝업숍을 설치해 운영키로 했다.
임 사장은 “대형마트와 창고형할인점의 강점을 융합해 오프라인 유통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한 ‘홈플러스 스페셜’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하고 효율화한 이 사업모델을 통해 다시 새로운 유통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온라인 사업, 구체적인 로드맵 필요
업황 악화와 함께 경쟁사와 이커머스 업체들 간 경쟁 심화로 전문가들은 올해도 대형마트에 녹록하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 대기업과 이커머스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전사적인 집중 투자로 온라인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통합쇼핑몰 SSG닷컴은 지난달 27일부터 새벽배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쓱닷컴의 새벽배송 서비스는 전날 자정까지 주문을 마치면 다음 날 새벽 3시부터 6시 사이 제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주문 마감 시간은 경쟁사인 쿠팡과 동일, 마켓컬리(밤 11시) 보다는 1시간 앞당겼다.
제품 도착 시간도 경쟁사들이 아침 7시까지 배송하는 데 비해 6시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배송 가능 지역은 서울 11개구를 우선적으로 지정했다.
강서·양천·마포·서대문·영등포·구로·용산·동작·서초·강남구 등 10개구 및 송파구 잠실이 이에 해당된다. 경기 김포에 있는 온라인 물류센터(네오 2호)에서 인접한 지역들이다.
올해 말 네오 3호를 가동하면 서비스 가능 지역도 확대될 것으로 신세계는 기대하고 있다.
배송 가능 제품은 1만여개로 국내 최대 수준이다. 신선식품과 유기농 식재료, 베이커리, 반찬류는 물론 기저귀, 분유 등 육아용품, 반려동물 사료까지 다양하다.
이중 식품은 신선식품 2200개를 포함해 8000여개에 이른다. 쓱닷컴 측은 “경쟁사에 비해 신선식품 종류가 두 배 이상 많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국내 최초로 일부 신선식품에 한해 30분을 제시했다. 온라인 쇼핑의 후발주자로서 이커머스 판도를 단숨에 흔들어 버리겠다는 복안이다.
롯데마트는 ‘30분 배송’으로 내년 3월 출범하는 7개 쇼핑계열사 통합 쇼핑몰인 ‘롯데온’과의 시너지도 높인다는 포석이다. 롯데쇼핑의 통합 앱인 롯데온을 필두로 한 e커머스 전략의 축 가운데 하나가 3시간 내 배송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매장 리뉴얼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서울·경기지역은 그룹 온라인 물류가 통합되는 2023년부터 주문 후 3시간 내에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3시간 배송과 더불어 신선식품에 한해서는 이보다 앞서 빠르면 30분 배송을 시행함으로써 배송시장에서도 유통 패권을 쥔다는 복안이다.
온라인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홈플러스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스페셜 매장 전환과 신선 분야, 온라인에 집중하며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 She is…
△1987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 1999년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 1998년 코스트코코리아 CFO, 재무부사장 / 2006년 바이더웨이 CFO / 2010년 호주 엑스고그룹 CFO / 2015년 홈플러스 재무부문장 부사장 / 2017년 홈플러스 경영지원부문장 수석부사장 / 2017년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현)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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