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이 자욱한데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모든 것이 다 갖춰진 것 같은데도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현재 데이터 산업의 상황을 후자로 인용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규제 개선으로 4차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마이데이터로 신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금융당국 및 업계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금융당국은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표준 API 의무화 추진, API 워킹그룹 운영 등을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법안의 제자리걸음으로 시스템 고도화는 한계에 부딪힐 전망이다.
이에 많은 나라에서는 이미 데이터 기반의 금융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치열한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빠르게 시장을 구축했던 미국의 경우에는 이미 ▲금융정보 통합 조회 ▲데이터 분석 서비스 ▲데이터 중개업 등 관련업들이 시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오픈뱅킹을 주도하며 금융 선진국의 전환점을 맞은 영국은 유럽 전체로 시스템을 확산시키는 중이다. 영국은 ‘은행 간 경쟁 금지’를 통해 금융사들이 의무적으로 오픈뱅킹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에 API 호출 건수는 지난해 7월 300만 건에서 올해 2월 2690만 건으로 반년 새 8배가량 급증했고, 오픈뱅킹 제공 업체도 110개로 늘었다.
가까운 일본 역시 금융업의 변화를 꾀하려 2017년 은행법을 개정했다. 일본도 법안에 ‘2년 내 은행은 API 오픈을 위해 노력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언급함으로써 금융권의 참여를 독려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금융업 또한 국가의 새로운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됐다.
이 밖에도 싱가포르는 데이터 개방으로 빅데이터 활성화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2020년까지 고소득 국가 격상을 목표로 데이터 개방에 전면으로 나서고 있다.
필자는 지속해서 ‘데이터 활용의 시작이 1년 늦어지면 산업에서는 영원히 쫓아갈 수 없는 간극이 생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적된 데이터의 양과 반복된 학습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가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제약은 여태껏 해결되지 않은 채 과제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필자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우선 미국은 금융사별 표준 API가 아니어서 업권에 따라 API의 수준이 다르다.
유럽 역시 은행, 카드에만 표준 API를 적용하고 있어 국가별 이해관계나 기술 수준의 편차로 통일된 시스템을 구축하기 쉽지 않다.
일본은 현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 금융 정책을 펼쳐왔지만, 그동안 현금이 일반적이어서 소비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
반면 한국은 디지털 환경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금융 데이터가 체계적이다.
또한 정부와 금융당국에서는 역대 최고의 데이터 오픈(은행, 카드, 보험, 증권)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을 시작으로 데이터 산업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한국의 마이데이터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업계 전문가들이 국내에 파견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주도권을 누가 잡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른 국가 대비 한국은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 있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기 좋은 타이밍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의 변화는 필수 불가결의 요소이다.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 이제는 국회가 나서 데이터 산업에 시원한 단비를 뿌려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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