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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주주 자본주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기사입력 : 2019-04-29 00:00

(최종수정 2019-05-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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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희윤 부장
▲사진: 정희윤 부장
[한국금융신문 정희윤 기자] 미국 일본 따라 걷는 게 사회주의?

“그렇다면 자본시장 중추라할 수 있는 증권사에 사회주의자가 수두룩하단 말입니까?”

최근 만난 금융투자사 한 간부에게서 들은 반문이다. 듣고 보니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악의적으로 매도하는 사람들 말이 참으로 허무맹랑한 거였구나 쉽게 이해가 간다.

많은 상장사들의 주식을 소유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자는 것에 사회주의 딱지를 붙이는 일.

나중에 돈 많이 벌면서 살아야겠다고 신문을 열심히 보기 시작한 중학생쯤이면 알고 있을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 그 제도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증권사 이코노미스트, 퀀트, 애널리스트들이 사회주의자일 리가 없지 않은가?

국민연금 가입자가 누군지 분류하자면 노동자인 건 맞다. 그런데 가입자들이 도대체 무슨 경로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에 관여할 수 있단 말인가? 위임을 받은 정부가 다시 전문가들에게 다시 위임해 놓은 현재 상황을 못 본체 한다고 없어질 현실인가?

연기금 주주가 기업 경영 현안에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통은 미국에서 가장 앞섰던 일이다.

일본은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들인지 5년이 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그 결과 ▲주주환원 정책 확대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활용 기업 증가 ▲투자지표로서 지배구조 활용도 개선 등의 긍정적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먼저 태동했지만 우리 나라 기업 경영진이 더욱 발전시키는 게기로 삼아낼자격은 충분하다고 보인다. 제도를 먼저 도입했다는 미국과 일본은 그럼 연금사회주의가 실현된 나라인가.

주식회사 시스템이 건강 해지려면

‘글이나 말 등으로 여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행해지는 커뮤니케이션 행동’

이런 것을 학자들은 ‘선전’이라고 부른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사회주의 딱지를 붙이고 나선 것은 정치선전일 수도 있고 현재 대한민국 상장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변동이 와서는 안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신봉자들이다.

근대화 이후 수많은 나라에서 일어난 ‘선전’ 활동이 반드시 사실관계에 기초했던 것은 아니다. 공포감 조성, 날조된 거짓말을 앞세운 선동과 짝을 이루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먹혀들지 않는 공포감 조성 시도라고 평가하는 게 정확해 보인다.

동조하는 여론이 높지 않은 까닭은 주식회사 시스템을 더욱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실제 우리나라 상장사들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건 아니 건 국민들의 상식 수준과 정서는 이미 바뀌었다.

창업자 가문의 적통을 이어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출자한 지분 이상의 권한을 행사하는 관행에 반대하는 여론이 훨씬 커진 시대.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 눈에는 기관투자가로서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가 불편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주주에게는 주주총회에 참여해 이사의 선임과 해임, 결산보고서 승인 같은 결정에 의사표시를 하고 표결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그게 주주 자본주의다.

주식회사 시스템 제대로 보기

이번 기회에 재벌체제를 옹호하는 금융경제학자로 알려진 한 지식인이 펴 낸 교과서를 다시 읽었다.

주식회사 시스템이 등장한 것은 유럽 열강들이 대항해 식민지 경영이 한창일 때라고 한다. 1555년 영국에서 세워진 머스커비(Muscovy), 1600년 영국의 동인도회사와 1602년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를 꼽는다.

하지만 19세기부터 주식회사가 활성화도기 전까지 주식회사 체제는 선호되지 않았다.

소수의 투자자들이 모여 그들만의 회사를 만들어 폐쇄적으로 결정하고 경영성과를 나눠 갖는 파트너십 형태가 편리했던 게 첫 번째 이유라고 한다.

둘째로는 상강기간에 걸쳐 비도덕적인 경영행태로 도산에 이른 사례가 그치지 않았던 탓이다. 막대한 빚을 동원해 사업을 벌이다가 실패하더라도 주주들은 출자금에 해당하는 만큼만 책임을 지면되었던 구조가 맹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영자에 의한 과실과 낭비는 물론 주식회사를 앞세워 온갖 악행을 저질러도 유한 책임 특성으로 인해 처벌받을 자가 아무도 없었던 시대가 무척 길었다,

그래도 주식회사 제도는 자본주의 발전 도상에서 필연적이었다.

후발 공업국 처지에 놓여 있던 미국에서 카네기가 철강산업을, 포드가 자동차산업을 에디슨이 GE를 창설할 수 있었던 것이 위험 자본 동원능력을 풀가동할 수 있는 주식회사 시스템 덕분이라는 것이다.

역사적 진화 우리 앞에 놓인 단계

인류 역사상 가장 번창했다는 글로벌 경제를 떠받치는 가장 큰 동인은 뭘까. 주식회사 시스템이다. 기업경영 집행과정과 성과 배분을 둘러싼 역사적 성숙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성장이다.

주식회사란 게 거액 자본력을 갖추는 과정에서 많은 주주들을 끌어들이는 만큼 주주들 사이의 관계조정은 기본이다. 여기다 기업들이 추가로 필요한 자금을 대어 준 채권자들, 기업 종사자들 등의 이해관계자들의 권리까지 합리적 체제로 전환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성장은 가능했다는 뜻이다.

무수한 공방을 낳았고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아직도 최종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핵심 쟁점들이 남아 있기는 하다.

주주와 경영자 밀착에 따른 단기 업적주의가 좋은가 나쁜가, 자본시장을 통해 주주들을 규율하는 게 필요한가 아닌가. M&A 과정에서 대량해고를 비롯한 가혹한 구조조정을 거친 뒤 막대한 이익을 주주와 경영진이 독점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것인가 경영의 효율화에 따른 당연한 귀결인가.

긴 시간 동안 여러 나라에 걸쳐 논쟁과 비판에 반박을 주고받은 끝에 건강한 주식회사의 지배구조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가 모습을 갖췄다. 이제 더 이상 지배력을 지닌 주주의 소유물로 간주해서 안되고 특정 주주의 전횡을 허용해선 안된다는 규범이 많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리잡고 있다.

주주 만족 경영에 모든 답 있어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창업주 일가사 대기업집단 전체를 소유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인식이 아직도 강하다는 특징이 남아 있다.

고도 성장기를 거치는 동안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자리와 소득이 언제나 늘어나는 경제상황에서 창업주 가문의 사유물처럼 경영하더라도 기업의 성과가 좋았고 사회적 분배도 이뤄졌으니 문제 삼을 겨를조차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사회적 각성의 계기가 느닷없이 찾아왔다. 고통을 수반한 전환이나 혁신은 위기에 봉착하거나 파국에 직면했을 때 급격히 추진될 수 있기 마련인데 1997년 외환위기가 대한민국에선 도화선이 됐다고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

소액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회사 장부를 들여다보고 창업주 2~3세대 전횡을 들춰내는 일이 벌어지고 주주총회에서 장시간에 걸쳐 의견을 제시하는 당시로서는 낯선 상황이 연출된 것도 외환위기 이후다.

거수기 이사회 논란은 사외이사 책임 강화로, 소유 지분에 비해 과도한 주주 권한 행사 논란은 지배구조 개선 입법을 둘러싼 공방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그러니까 침묵하던 주주가 행동하는 주주로 바뀌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 된 게 사실이란 이야기다. 이제 주식회사들의 사명은 일차적으로 주주 눈높이에 걸맞은 경영을 하고 사회적 책임을 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연기금 주주가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도 좋은 경영. 대한민국 상장사 경영자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가득한 자본주의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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