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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증권사, RP시장 규제에 불만 확대..리스크 관리 거론하며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기사입력 : 2019-02-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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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경목 기자] 최근 발표된 RP시장 규제안을 두고 중소형 증권사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존 계획대로 시행될 경우 담보비율과 현금보유비율 규제가 커지면서 자금 조달면에서 대형 기관에 밀리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규제안대로 시행되면 RP거래를 위해서 보유해야 하는 자금은 늘어나게 된다. 중소형 기관은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RP거래가 어려워진다. 업계에선 이번 규제를 두고 중·소형사만 정 조준한 규제라는 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시장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규제 방안이 강화되는 것이 불가피했던 것도 사실이며, 중장기 관점에서 시장에는 순기능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중소형 증권사, RP시장 규제에 불만 확대..리스크 관리 거론하며 불가피하다는 주장도이미지 확대보기


우리나라 RP시장에선 시중유동성 증가, 단기자금시장 구조개편 추진 등으로 RP거래 규모가 커지고 비은행권 거래비중이 확대돼 왔다.

일평균잔액 기준으로 2015년 38.8조원에서 지난해 75.4조원으로 잔액이 2배 가량 증가했다. 비은행권 RP매도 비중은 2015년 86.9%에서 2018년 96.4%로 9.5%p 상승했다.

하지만 RP시장이 90% 이상 거래가 익일물에 편중되다보니 구조적으로 시스템리스크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금융위는 "대규모 차환리스크, RP 차입기관의 유동성 리스크 등으로 자금시장 불안이 증폭될 가능성 상존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 레버리지 투자를 위한 익일물 거래를 주도해 잠재적 위험이 증대하는 실정"이라며, 지난달 RP시장 규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 韓 적정금리 프라이싱 한 적 없어 기일물 RP시장 형성 힘들다는 비판 제기

이번 RP시장 규제 방안은 90% 이상 편중된 익일물 거래를 기일물로 분산시켜, 기일물 확대를 유도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러한 규제 방안에 A 증권사 한 딜러는 한국내 단기자금 시장 실정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A증권사 딜러는 "익일물 RP를 억지로 기일물 RP로 바꾼다는 생각은 문제가 많다고 본다"며 "시장이 기일물 RP의 적정 금리 수준에 대해서 프라이싱을 해본 적도 없고, 외국과 달리 머니마켓 시장이 실질적으로 발달되지 않은 한국 내 현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보 시장이 1일물부터 12개월물까지 은행간 머니마켓 금리의 기준선이 분명하고 거기에 일정 스프레드가 붙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런 시장 자체가 없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단순히 기준금리와 CD금리만 있다고 보는게 맞다. 이런 상황이면 일주일이든 한달이든 기간물의 적정 레포금리가 얼마가 될지 프라이싱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일물 RP 시장이 제대로 형성 안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RP시장 리스크 키운 주체, 분명히 설정해야..기일물 늘면 은행 배만 불린다는 주장도

B 증권사 관계자는 RP시장 리스크를 키운 주체가 누구인지 분명히 정한 후에 규제할 대상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국에선 증권사들의 레포 펀딩이 과도하게 늘어서 레포시장이 급격히 팽창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레버리지 때문에 RP가 늘었다면 그것은 증권사 프랍북이 아닌 펀드가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런 식의 레버리지 펀드들이 레포를 몇 배나 키우면서 채권 매입에 나서면서 레포시장이 급격히 무거워진 것에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B증권사 딜러는 "규제대상을 분명히 선별해야 한다"며 "현금에 준하는 유동성자산의 비율 부분은 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규제를 하려면 우선 펀드 규제를 먼저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RP시장 기일물 확대가 은행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계획대로 시행되면 은행에만 좋은 일을 하는 꼴이 된다"며 "안그래도 월말 분기말 연말 이럴때만 되면 은행 자금부에서 여유자금 운용에 열을 올리는데, 익일물이 아닌 기간물로 레포를 하라고 강제하면, 자연스럽게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구실을 마련해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증권사 채권 트레이딩북들이 채권을 가져갈수 있는 여력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며, 채권가격 조성의 순기능도 당연히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우려를 표현했다.

그는 "RP시장 규제안과 관련해서 당국이 세부사항을 좀 더 신경써서 레포 셀러(펀딩 니즈 사이드)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주면 그래도 상황은 조금 나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레포 매수하는 은행, 투신 기일물 꺼려..CD 수요만 느는 부작용 지적도

C증권사 헤지펀드 운용역은 이번 RP시장 규제 방안이 진정한 해결책이 될지 의구심을 표현했다.

그는 "당국이 RP시장 규제 방안을 내놓은 것은 첫째 레포금리 기간이 좀 장기화됐으면 하는 바람과 둘째 레포규모 증가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는 요인이 작용한 것 같다"며 "이러한 규제 방안이 진정한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레포 매수자인 은행, 투신 등이 기일물이 꺼리는 성향이 있다며, 이러한 규제 방안 여파에 CD수요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레포 매수자인 은행이나 투신은 기일물을 꺼리는 기관이다. 하루하루 지준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기일물을 쓰기는 리스키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현금자산 보유 방안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CD수요만 많아지는 현상이 발생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의 오락가락하는 기준 탓에 헤지펀드 업계내 다수 관계자가 난색을 표현하고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는 "금융당국은 개인들의 자산 투자를 증가시키겠다는 목적에 사모전문 운용사를 인가해준다"며 "사모자산운용사의 핵심은 레버리지로 (은행의 BIS비율이나 증권사의 레버리지 비율처럼) 금융기관은 레버리지를 8~10배 일으켜서 돈을 버는 구조"라고 말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들이 그걸 못하다보니 길을 열어주려는 것인데, 전문사모자산운용사 설립 취지까지 저버리려는 규제 방안이 발표되고 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모르겠다"며 "큰 방향이 나왔지만 대충 이런 내용들 자체도 말이 안되는 것이다. 더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고, 확정안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니 더이상 의견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대형증권사 등 리스크 관리 거론하면서 규제 옹호하기도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들이 RP시장 규제 방안에 불만을 토로한데 반해서 일각에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규제 방안 시행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D증권사 한 딜러는 "운용사 레버리지펀드나 증권사 딜커들, RP쪽 등 다들 현재보다 불리하게 되니 반발이 있는 것 같다"며 "객관적으로 보면 당장 하루짜리 거래에서 기일물 거래로 레포 거래를 다변화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장기 관점에서 보면 언젠가는 시장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규제 방안이 강화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예전 IMF 직전에 콜로 자금을 조달해서 해외에 장기투자 했던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상황이 좋을 때 대비를 어느 정도씩은 해둬야지 나중에 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콜 시장을 축소하고 레포 중심으로 단기자금시장을 재편하면서 오래전부터 규제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 레포시장이 빠르게 정착됐고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다 보니 더이상 리스크 제어장치 도입을 늦추면 안되겠다는 판단이 당국자 사이에서 조성된게 아닐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규제 방안이 시행되면 나타날 순기능에 주목하는 의견도 있었다.

E증권사 한 관계자는 "RP시장 규제이 있어서 익일물 및 기일물 RP에 대한 현금성자산 보유 비율이 이번 규제 방안의 관건일 것 같다"며 "그 비율 정도로 현금성 자산 보율비율에 따른 수익률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적으론 현금성 자산 인정 종목에 따라서 큰 이슈가 없을 수도 있다고 본다"며 "규제라고 해서 시장에 좀 거부감이 있어서 그렇지 개인적으로 볼 땐 순기능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당국의 규제 내용은 RP거래의 만기 다변화(현재 익일물90%)를 위해 현금성자산 보유 비율 규제를 신설하는 것, 담보증권과 차입자 신용도를 헤어컷(최소증거금율, 현재는 5% 일괄 적용)에 반영시킨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RP시장 규제가 중장기 관점에서 금융시장 안전성 제고에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도 엿보인다.

정태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비은행권 관리강화 방안 도입으로 당장 이익이나 성장에의 훼손 가능성은 제한적인 가운데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금융업계에서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현금성 자산 보유비율 규제의 경우 당국의 의도대로 기일물 시장이 확대되면 RP마진이 상승하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담보증권과 차입자 신용도를 헤어컷에 반영시키는 것은 부채조달 내 RP 비중이 높은 회사일수록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두가지 효과가 상쇄되며 전체적인 이익력 훼손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목 기자 kkm341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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