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오승혁 기자] KT가 후원금을 회수하려고 회사 공식 계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상품권을 현금화하여 임원 명의로 국회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게 불법 후원금을 전달한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해당 후원금이 회사 자금인 점을 자인하는 것이다. 지금껏 해당 돈의 성격에 대해 “경찰 조사와 법정에서 가려질 사안”이라고 밝혀왔던 과거의 발언이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해당 임원 계좌로 반환된 의원의 후원금을 사업협력부문 기획팀 계좌로 입급하고 담당 직원이 정기적으로 재무실 계좌로 이체하는 시스템이다. 사업협력부문 계좌의 입금내역에는 의원과 임원명과 반환금액 등이 명시돼 있다. KT는 의원들한테서 돌려받은 돈을 ‘기타잡이익’으로 잡고 있다.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KT 임원 이름으로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 가운데 일부만 돈의 성격에 의문을 제기하며 즉시 반환했고, 나머지 대다수는 그냥 받았다.
그러나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경찰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상반기엔 후원금을 돌려주겠다는 의원들이 속출했던 사실도 알려졌다.
KT 한 관계자는 “임원 이름으로 의원들에게 제공한 돈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반환됐다. 금액으로 치면 1억원이 조금 넘는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에 따르면, 2015년 이후에만 임원들 이름으로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 80여명에게 각각 100만~1500만원씩 총 4억여원을 제공했다.
KT는 후원금을 반환한 의원들이 더러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경찰에게 전해듣고 임원들에게 반환받은 돈을 입금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누가 반환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되지 않는데다 반환 과정에서 ‘배달사고’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후원금을 아직 반환하지 않은 의원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처지다. KT 측이 회사 자금으로 제공된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공식화했으니 안돌려줄 수 없지만 뒤늦게 돌려주려니 모양새가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KT는 “현재 회수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1월 경찰 조사가 시작된 뒤에 돌려받은 것이다. 회사에서 나간 돈이니 돌려받았으면 입금하라고 하는 것이지, 국회의원들에게 반환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승혁 기자 osh040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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