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그룹의 금융 계열사 매각 관련 예비입찰이 오늘(30일) 개시되면서, 각 계열사의 예비입찰 흥행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롯데손해보험의 가장 큰 장점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가 맞물리는 것은 물론, 장수사회로 접어들면서 은퇴 후 여생이 점차 길어지는 상황에서 퇴직연금에 대한 주목도는 날로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향후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170조 원대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투자수익률도 우수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퇴직연금의 연간 수익률은 1.88%에 그쳤지만,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투자수익률은 2017년 3.5%를 기록했으며, 세계적인 경기 불황 등 악재가 많았던 지난해에도 3.6%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해 특별계정 비중이 높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정부의 대기업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영향으로 계열사 물량도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롯데손보의 고민 ‘재무건전성’, IFRS17 대비도 큰 부담요인
이런 롯데손보 인수를 놓고 구매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낮은 롯데손보의 재무건전성이다. 롯데손보는 3분기 기준 157.6%로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인 150%를 근소하게 상회하며 다소 불안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직전분기 155.6%에 비해 소폭 오르긴 했지만, 퇴직연금 특별계정 신용위험액 및 시장위험액이 늘면서 책임준비금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향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퇴직자가 늘어난다면 해당 지급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들의 자본확충 필요성은 더욱 큰 상황이다.
업계는 통상적으로 1%의 지급여력 비율을 올리는 데 약 20억 원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롯데손보의 재무건전성을 안정궤도인 200%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면 약 1000억 원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할 전망이다.
여기에 롯데손보의 임직원 수와 이들의 고용승계 문제,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프라 관련 비용까지 고려하면 예상보다 훨씬 큰 예산이 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사자인 보험업계 역시 현재 상황에서 보험사 M&A를 진행하는 것은 리스크가 클 것이라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업계는 오는 2022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에 여념이 없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는 골자로 한다. 간단하게 보이지만 보험업계의 체질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대격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존에 팔았던 저축성보험들이 부채로 잡힐 위기에 처하면서, 보험사들은 보장성 위주의 체질개선에 앞다투어 나서며 시장 판도를 서서히 뒤바꾸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만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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