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지난 2001년 론칭한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을 앞세워 국내 주택 시장 선두주자로 달려왔다. 래미안은 자이와 함께 업계 최고를 다투고 있으며, 최근 분양하는 래미안 단지는 청약 흥행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지난 2015년 9월 이후 신규 수주에 소극적으로 나섰던 재건축 시장에서도 예년과 달리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강남 재건축 시장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반포 주공 1단지 3주구(이하 반포 3주구)’ 재건축 시공권을 시작으로 신규 수주 확보에 돌입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6개 단지, 9702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 오는 5월에 전체 분양 단지의 절반을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을 앞두고 있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삼성물산 첫 분양 단지는 ‘안양 비산’이 유력하다. 이달에 분양 일정을 잡고 있는 이 단지는 600가구를 공급한다. 일반 분양 물량은 330가구다.
11~12월은 2곳의 대단지 분양을 앞뒀다. 11월에 ‘용두 6 재개발(1048가구)’, 12월 ‘신반포3 재건축(2971가구)’가 분양 일정을 잡고 있다.
삼성물산의 올해 분양은 서울과 부산에 집중됐다. 이달에 분양 일정을 잡고 있는 안양 비산을 제외하고는 부산 2곳, 서울 3곳에서 분양을 계획했다.
특히 상아 2차 아파트 재건축, 신반포 3재건축이 주목받고 있다. 상아2차 재건축 일반 분양 물량은 115가구다. 지하철 7호선 청담역 바로 앞에 위치했으며, 언북초·언주중·경기고·영동고 등이 인접해 학군 강점이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 등을 준비 중인 삼성역에 가깝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신반포 3차 재건축은 경남아파트과 통합한 사업장으로 약 3000가구에 육박하는 대규모 단지다. 지하철 3·7·9호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인 데다 고속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성모병원 등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어 눈길을 주고 있는 수요자가 많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상아 2차 아파트 재건축, 신반포 3차 재건축 등은 뛰어난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교통과 교육, 생활 인프라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래미안은 최근 몇 년간 높은 소비자 선호도를 앞세워 분양 흥행 행보를 달려왔다”며 “올해도 유사한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3년 만에 재건축 수주전 등장 예고
삼성물산이 지난 3년 여간 신규 수주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단 한 것도 없다. 지난 2015년 9월 진주아파트 재건축 시공권 확보가 마지막이다.
삼성물산 측에서는 지난 3년여간 신규 수주한 재건축 사업장이 전무하다는 것에 대해 ‘수익성이 생각보다 낮다는 생각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일관되게 말한다. 이 기간 동안 관심 받는 재건축 사업장을 살펴봤지만 자체 기준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런 삼성물산의 행보는 ‘주택사업 철수설’까지 나오게 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 삼성물산은 예년과 달리 ‘재건축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과 재건축 시공사 계약을 파기한 반포 주공 1단지 3주구(이하 반포 3주구) 수주전에 삼성물산이 등장한 것. 시공 입찰 의향서 제출뿐만 아니라 주요 건설사들이 모두 참가한 지난 10일 열린 설명회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했다. 물론 삼성물산이 시공 입찰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반포 3주구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올해 삼성물산 내부에서 지난 2017년 반포 1단지 1·2·4주구(이하 반포 1단지) 수주전 이후 재건축 시장이 투명해지고 있다고 판단, 전략을 바꿨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사업은 수주과정에서 각종 편법·불법 논란에 휩싸일 뿐만 아니라 민원도 많아서 그동안 삼성물산 최고위층에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반포 1단지 이후 건설업계 자정 노력과 정부의 규제 강화로 투명화되고 있다고 판단,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보여진다”고 언급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삼성물산이 주요 관심 재건축 사업장에 대해서 관심을 드러낸 적은 있으나 시공 입찰 의향서 제출까지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삼성물산의 이번 행보를 놓고 올해는 재건축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는 업계 시선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물산 내부적으로는 더 이상 수주를 미루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올해는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신규 주택 수주 필요
수주잔고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삼성물산이 올해 주택 사업 강화에 나선 이유로 판단된다. 삼성물산 주택 수주잔고는 2015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5년 13조290억원이었던 주택 수주잔고는 2016년 10조1860억원, 2017년 10조331억원, 지난해에는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 주택 수주 잔고는 5~6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서초 무지개 아파트 수주전 이후 시공 국내 정비사업장에서 종적을 감췄다. 즉, 주택 수주잔고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 내부적으로 올해는 이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
라진성 키움증권 건설·부동산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올해도 안정적인 수주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올해 총 수주 잔고는 11조7000억원으로 전망, 전년 대비 6.4%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의미 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주택 수주잔고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수주 잔고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주택 부문 수주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물산은 최근 실시한 인사에서 해외수주와 반도체 공장 건설 등 하이테크 건설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승진한 이병수 부사장은 해외 현장 운영·관리·수주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하이테크 프로젝트를 수행한 최남철 부사장 역시 주택사업 전문가는 아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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