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가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저축은행 예·적금의 퇴직연금 운용 상품 편입이 허용됐다. 금융위는 평균 1%대에 그치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저축은행의 예·적금 상품을 퇴직연금의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추가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퇴직연금 편입은 매력적이다. 가입자가 중간에 상품을 바꾸지 않는 한 운용 기간이 20년, 30년으로 길어질 수 있어 고심해왔던 장기고객 확보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효과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 변동에 민감한 고객들은 1년 단위로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을 갈아타는 경우가 많아 사업비 절감 차원에서도 이득을 볼 수 있다”며 “퇴직연금으로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 그만큼 예금금리 인상으로 고객 혜택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세 가지로 나뉘는 퇴직연금, 저축은행은 ‘약정 이율’ 높은 상품 선택
근로자들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2005년 말 도입된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3가지로 나뉜다.
DB형은 근로자가 속한 회사가 퇴직연금 운용방법을 정한다. 회사가 외부 금융회사에 퇴직연금 운용을 위탁하는 만큼 운용 책임도 회사에 있다. 적립금 운용을 잘해 금융수입이 발생하면 그 수익은 회사에 이익이 되고, 반대의 경우 회사 손실이 된다. 근로자는 회사와 약속한 수익을 보장받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DC형도 회사를 통해 가입하지만 회사가 아닌 근로자가 직접 운용할 수 있다. 근로자가 회사와 계약을 맺은 몇몇 금융회사 중 하나를 골라 퇴직연금 상품을 선택하고 변경하며 수익률에 직접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근로자가 회사를 통해 가입한 금융회사는 운용 방법과 상품 정보를 제공할 뿐 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은 없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상품은 사실상 DC형과 IRP에 적용되는 약정이율만 따지면 된다. 수익률은 약정이율보다 보통 0.01~0.0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약정이율은 퇴직연금 운용상품으로 저축은행 정기예금을 선택했을 때 제공받는 이율이고, 수익률은 저축은행 상품과 다른 금융사의 상품을 동시에 운용했을 때 적용된다.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만 퇴직연금을 운영할 거라면 저축은행 상품의 이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약정이율을 보면 된다.
다만 DC형과 IRP 가입 전 꼼꼼히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DC형과 IRP는 자신의 퇴직연금에 저축은행 예·적금을 직접 선택해 편입할 수 있다. 다만 직장인이 직접 운용하는 만큼 그 책임이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퇴직연금 운용사에서 어느 저축은행의 상품을 취급하는지, 해당 상품별 수익률이 얼마인지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다.
◇키움예스저축은행 DB형 약정금리 2.8%...‘금리 인상기니 약정 기간은 짧게 잡아라’ 조언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결정한 저축은행은 전체 79개사 중 23개사로, 퇴직연금 상품을 출시할 계획 중인 저축은행까지 더하면 그 수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페퍼저축은행, 대신저축은행, KB저축은행, 키움YES저축은행 등은 이미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2개월 약정이율 기준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키움예스저축은행이다. DC·IRP형의 경우 연 2.7%, DB형은 연 2.8%를 적용받는다. OK저축은행도 최근 퇴직연금 상품을 내놓고 경쟁에 불을 지폈다. OK저축은행 공시에 따르면 이달 기준 퇴직연금 상품 금리로 DC·IRP형 2.7%, DB형 2.6%를 적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JT저축은행은 DC·IRP형 2.6%, DB형 2.7%, 유진저축은행은 DC형·IRP 2.7%, DB형 2.7%의 수익률을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21일 국민은행, 우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국내 주요 금융사 12곳과 업무 협약을 맺고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은 ‘퇴직연금 정기예금 DB형’, ‘퇴직연금 정기예금 DC형’, ‘퇴직연금 정기예금 IRP 개인형’, ‘퇴직연금 정기예금 IRP 기업형’ 등 총 4가지 상품으로 금리는 12개월 기준 2.5~2.6%를 제공한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SBI저축은행 퇴직연금 정기예금 가입자들이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번 업무제휴를 맺은 12개사뿐만 아니라 다른 퇴직연금 운용사들과의 추가적인 업무 협약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두지 않은 시중은행이나 독립계 대형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사와 손을 잡고 적극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퇴직연금 수익률 공시에 따르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시중은행의 퇴직연금정기예금은 제주은행으로 12개월 기준 DB형과 DC형 및 IRP 모두 2.06%다. 최저 1.88%(NH농협은행 및 IBK기업은행 DC형·IRP), 평균 1.9~2.0%대 초반으로,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최대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예치기간이 길면 은행과의 격차는 더 생긴다. 유안타저축은행은 36개월 예치 시 DB형은 2.9%, DC형 및 IRP는 2.8%의 약정이율을 적용한다. 유진저축은행은 5년 예치 시 DC·IRP·DB형 모두 2.95%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키움예스저축은행 역시 5년 만기 이율은 DC·IRP형 2.7%, DB형 2.8%다. 시중은행에 5년 예치 시 받는 약정이율은 최소 1.91%(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 DC형·IRP), 최대 2.2%(제주은행 DB·DC형·IRP)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꾸준히 인상될 전망이기 때문에 1년 기간을 잡고 자산을 굴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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