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타결을 기대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19년 만에 파업에 들어갔다. 8일 하루짜리 경고성 파업이었던 1차 파업이 마무리됐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오는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사흘간 2차 파업 등 다섯 차례나 총파업이 예고돼 있어서다. 총파업이 예정대로 실행된다면 고객은 물론 은행 역시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총파업은 노조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라는 위협이다.
8일 노조 파업으로 허인닫기허인기사 모아보기 은행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일단 귀족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끌려 다니지 않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협상을 주도하지 못해 고객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은행 노조 파업은 단순한 '성과급'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년간 쌓인 노동조합의 불만과 존재감 없는 허인 은행장의 리더십 부족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사실 허인 은행장은 시중은행장 가운데 첫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강성’으로 꼽히는 은행 노조와 관계가 부드러워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갔다.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미래 지향적인 노사관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며 “우리는 한배를 탄 공동 운명체”라고 강조 했지만, 정작 KB국민은행 노사 관계는 허인 은행장 취임 이래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극한 대립은 결국 양측의 '불만 누적'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평가다. 그래서인지 은행 안팎에서 허인 은행장의 리더십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19년만의 총파업은 노조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결국 허인 은행장이 총파업을 철회할만한 '명분'조차 노조에게 쥐어주지 못한 게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총파업을 두고 KB국민은행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찬반투표에는 찬성률이 95%를 훌쩍 넘겼다고 한다.
과거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했던 시절에 노조와 임단협 과정에서 매년 마찰을 빚긴 했지만 결국 한발씩 양보하며 타결안을 만들어냈다. 임금피크제 적용 후 5년간 급여를 265%로 조정한 2017년 임단협이 대표적이다. 은행은 250%, 노조는 300%를 제시했다가 서로 절충한 것이다. 2016년 3000명 중 불과 80여명이 승진했던 2차 정규직도 임단협 타결 후인 지난해엔 승진자 수가 크게 늘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