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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수 KB생명 사장, 실적 부진 탈출·체질개선 부심

기사입력 : 2018-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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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불황·지주 내 낮은 존재감 등 악재
‘모바일 청약 플랫폼’ 영업력 강화 나서

허정수 KB생명 사장, 실적 부진 탈출·체질개선 부심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KB손해보험이 손해보험업계 ‘빅4’로 군림하며 업계를 선도하는 보험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KB생명보험은 2017년 기준 국내 25개 생명보험사 중 17위에 그칠 정도로 존재감이 작은 편이다.

KB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와 함께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초라한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KB금융지주 내에서도 KB생명이 차지하는 위상은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올해로 취임 첫 해를 마무리하고 2년차에 돌입하고 있는 허정수 KB생명보험 사장의 무거운 사명감도 이러한 부분과 관련돼있다. 허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KB생명보험을 KB금융그룹의 위상에 걸맞은 회사로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지만, 취임 1년여가 지난 현재 KB생명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IFRS17 도입 준비와 생보 시장 포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오히려 KB생명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올해 3분기까지 KB생명보험이 거둔 순이익은 13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5%나 줄었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 순이익에서 KB생명보험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0.83%에서 올해 0.46%로 줄었다.

수익성 지표도 악화됐다. 3분기 KB생명의 총자산 이익률(ROA)은 0.2%, 자기자본 이익률(ROE)은 3.4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15%포인트, 2.18%포인트 낮아진 상태다.

생명보험업계는 IFRS17 대비를 위해 저축성보험에서 보장성보험으로의 포토폴리오 개편 및 체질개선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KB생명 역시 영업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험설계사와 대리점, 방카슈랑스 등 영업채널을 다각화하는 등 사업비를 늘려 영업 드라이브를 건 것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당초 KB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지만, 인수가격을 두고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역시 비은행권 계열사 강화에 관심이 많던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품에 안으면서 생보업계 최고의 우량 매물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허정수 사장은 지난 2016년 현대증권을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KB증권을 출범시키는 인수 후 통합 작업의 실무를 총괄한 ‘M&A 전문가’로 꼽혔다.

2015년에 KB금융지주가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KB손해보험을 출범할 때 LIG인수후통합추진단 조사역도 맡아 보험 M&A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평이 많다.

그러나 허 사장은 취임 당시부터 보험업계에 몸 담았던 경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허정수는 1990년 KB국민은행에 입사한 뒤 주로 은행에서만 근무했다.

따라서 오렌지라이프 인수가 물 건너간 시점에서, 허 사장의 역할에도 다소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록 아직 동양생명이나 ABL생명 등 생명보험업계의 M&A 매물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오렌지라이프에 비해 인수 시 리스크가 작지 않은 회사들이라 KB금융지주가 예전처럼 적극적인 M&A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모바일 청약 플랫폼 오픈 승부수…영업력 강화 가능할까

이 같은 상황에서 KB생명보험은 지난 17일 모바일에서 보험 상품을 직거래할 수 있는 ‘모바일 청약 플랫폼’을 오픈하는 동시에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KB착한저축보험’을 출시했다.

‘모바일 청약 플랫폼’은 간편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쉽고, 편리하게 보험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인스턴트 메신저에 익숙한 2040세대에 맞춰, 청약과정을 대화형으로 구성하여 편의성을 높인 점도 눈에 띈다.

이는 KB금융그룹이 추구하고 있는 디지털 혁신과도 맞닿는 부분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생명보험 계열사에도 디지털 확산 노력이 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모바일 청약 플랫폼과 함께 출시된 ‘무)KB착한저축보험’ 역시 2040세대를 겨냥하여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테마로 개발된 상품이다.

기존에는 본인인증을 위해 복잡한 공인인증서를 이용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신용카드, 휴대폰으로도 본인인증이 가능하다. 특히 새로 출시된 모바일 청약 플랫폼을 통해 휴대폰만으로 즉시 가입할 수 있게 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KB생명이 지난 7월 출범시킨 CPC전략본부 또한 KB생명의 향후 상품개발 및 영업 강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부서는 상품과 채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요를 반영한 상품을 기획·개발하고 판매촉진 등을 정교화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은 ▲영업활성화를 위한 CPC전략 ▲무한경쟁 시장 환경 대응 ▲지속가능 기업으로 성장을 위한 조직가치 등의 방침을 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화를 검토해 2019년 사업계획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KB생명보험이 GA대리점 교육지원 프로그램인 ‘AMIGO(아미고)’를 상표등록 하고 GA대리점과의 관계강화에 나선 점은 영업력 강화를 위한 또 다른 포석으로 풀이된다.

KB생명보험은 GA대리점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상표권등록을 통해 ▲GA설계사 역량강화, ▲GA대리점과 보험사간 상생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KB생명보험 관계자는 “AMIGO를 브랜드화하기 위하여 상표권등록을 했다”며 “설계사들에게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보험사와 대리점이 함께 상생하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올해 KB생명은 보험 플랫폼인 ‘보갑’을 운영 중인 보험 O2O(온·오프라인 연계) 전문회사 ‘보험오픈마켓’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판매 채널 늘리기에도 힘쓰고 있다.

KB생명보험은 자사 주력 상품인 ‘투자의힘(무)KB변액연금보험’과 온라인 전용보험 ‘(무)KB착한정기보험Ⅱ’에 관한 정보를 보험오픈마켓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GA채널 설계사에게 제공하고 있다.

◇ “‘M&A 통한 성장’ 한계…내실 다지기로 위기 돌파해야”

2019년은 KB생명에게 있어 M&A를 통한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도모하느냐, 내실 다지기를 통해 안정성을 되찾느냐를 결정지을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IFRS17이 시행되면 수많은 중소형 보험사들이 도태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은 상황에서 모그룹이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언제까지고 KB금융지주의 자본력에만 기대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지주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지주 내 취약점으로 꼽히는 생명보험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M&A 카드를 수차례 만지작거렸지만 현재까지도 성사되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회사 자체의 영업력 강화보다 M&A를 통한 외형성장에만 관심을 보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으며, 일부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생명보험이 M&A 없이 자생하기 위해서는 허 사장의 전임 CEO이자 현재 생명보험협회장을 지내고 있는 신용길 회장의 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길 협회장이 KB생명 사장을 지낼 당시에는 영업부 세분화 및 보장성 상품 확대로 업계 최고의 신계약비 상승세를 이끌었던 바 있다”며, “M&A가 어렵다면 결국 영업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키를 잡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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