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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최저임금에 관한 중앙은행의 두 가지 보고서

기사입력 : 2018-12-1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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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2018년 내내 한국사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특히 올해 중반부터 고용지표가 급격히 둔화되자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터졌다.

경제 상황과 기업(사업체)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두 자리수 최저임금 인상은 몰매를 맞아야 했다. 저소득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그들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주장도 많았다.

소득 5분위(상위 20%)는 소득이 급속히 늘고 1분위(하위 20%)는 급격히 감소하는 양극화 패턴의 분배지표가 공개되자 최저임금 인상이 못 사는 사람을 더욱 괴롭힌 것 아니냐는 주장들도 많이 나오곤 했다.

올해 고용지표 악화에 최저임금이 '기여'했다는 데는 대다수가 동의한다. 정부 역시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빨랐다면서 고용 상황 악화에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악화의 전적인 원인은 아니다. 조선, 자동차 산업 등 과거 한국경제를 주도했던 산업들의 경쟁력 저하와 구조조정 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다만 사람에 따라 최저임금이 얼마나 고용악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또 경제구조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는 시각은 매우 다양하다.

■ 선방한 11월 고용지표..내용의 아쉬움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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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지표를 보면 11월 취업자수는 2,718만 4천명으로 전년동월에 비해 16만 5천명(0.6%) 증가했다. 최근 수년 상황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수치에 대해 '나쁘다'고 말하겠지만, 최근 고용지표 흐름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상당히 개선됐다는 걸 느낄 법했다.

취업자 증가자수는 올해 7월 5천명, 8월 3천명을 기록하면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이후 9월 4만 5천명, 10월 6만 4천명으로 다소 회복됐다. 그런 뒤 11월엔 16만명 이상 늘어나면서 다시 10만명 넘는 증가를 나타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질적으로 많은 문제도 엿보인다. 한국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취업자가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령계층별 취업자의 전년동월대비 증감을 살펴보면 60세 이상에서 27만명, 20대에서 11만 1천명 늘었다. 20대에서 10만명 이상 늘어난 게 고무적이지만, 증가에 상당한 기여를 한 연령층은 60대 이상이다.

과거 같으면 은퇴했을 연령층에서 취업자 증가자수를 주도한 것이다. 반면 한국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부진했다. 40대에서 12만 9천명, 30대에서 9만 8천명 각각 감소했다. 50대는 2만 7천명 증가하는 수준이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노년층이 주도하는 취업자 증가 상황은 결국 경제 효율성이나 역동성과 관계없는 복지정책이나 세금 퍼주기 성격이 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지표인 고용률을 보면 20대, 60세 이상에서 전년동월대비 상승했으나 50대, 40대, 그리고 30대에서 하락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취약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20대와 노년층 위주의 노동 여건 개선에 정부가 힘을 쏟은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취업시간대별 취업자의 전년동월대비 증감을 살펴보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227만 1천명으로 29만 8천명(-1.3%) 감소했으나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461만 2천명으로 44만 9천명(10.8%) 증가했다.

한국의 노동구조를 감안할 때 36시간 미만 취업자 위주로 취업자가 늘어나는 것 역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산업별 취업자 상황을 보면 보건업및사회복지서비스업(16만 4천명, 8.2%), 농림어업(8만 4천명, 6.2%) 등이 늘었으나 제조업(-9만 1천명, -2.0%) 상황의 개선이 더뎌 제조수출업 위주의 한국 경제의 활력이 둔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남아 있다.

다만 최근까지 고용지표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11월의 개선세는 상당히 두드러져 보이는 면이 있었으며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전체 근로자 중 상용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34만 3천명(2.5%), 일용근로자는 2만 1천명(1.4%) 각각 증가했으나 임시근로자는 11만 6천명(-2.3%)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 비중은 51.1%로 전년동월대비 0.9%p 상승했다.

■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난과 속도조절론

최저임금이 고용 악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분석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그 영향을 놓고는 올해 내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와 야가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주장을 편다.

자유한국당은 홍남기닫기홍남기기사 모아보기 신임 부총리의 취임 후 발언을 들은 뒤 "이제 와서 최저임금 속도를 조절한다는 말로 모든 게 마무리가 될지는 의문"이라는 논평을 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인사 청문회와 취임 직후 최저임금, 주52시간 이슈에 관한 속도조절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미 결정된 내년 임금 인상률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8년 최저임금을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한 뒤 2019년엔 8350원으로 10.9% 올리기로 했다. 이는 2017년까지 10년간 평균 6% 올린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속도로 인상한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산업계에선 높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에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으로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다면서 반발하기도 했다.

아무튼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전반적으로 손을 보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비판,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나타난 고용지표 악화 때문에 이런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주류 경제학의 관점, 그리고 긍정론

학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효과를 두고도 이론이 대립돼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은 수급 원리에 의해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인건비 증가로 인해 노동에 대한 수요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거론한다.

예컨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노동비용 상승은 기업, 자영업 등으로 하여금 고용을 줄이게 만들 수 있다. 아울러 기업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비정규직의 경우 인건비가 싼 데다 인력 조절 등도 쉽기 때문이다. 이밖에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비용 절감을 꾀하는 노력을 할 수도 있다.

반면 최저임금의 긍정적인 영향을 주장하는 이론도 있다. 효율성 임금론은 임금상승이 노동자의 사기를 진작시켜 노동생산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또 노사 관계 개선으로 이직률을 줄여 신규 고용에 드는 비용을 줄이거나 고용안정을 꾀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울러 노동자들의 지위를 안정시키면 직업훈련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또 구조조정의 한 방법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버티지 못할 정도의 기업은 부실기업일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들 위주로 생태계를 재편하면 결과적으로경제가 건실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중앙은행에서 나온 최저임금 관련 두 개의 보고서...최근 상황 반영 못해 아쉬움

2018년 현재까지도 최저임금은 한국경제의 핫 이슈 중 하나다. 하지만 논쟁이나 주장에 비하면 그 효과를 냉정하게 분석한 연구자료는 별로 없다. 오히려 정치권이나 각종 이익집단에서 일방적 주장만 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국은행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한 두 개의 보고서를 냈다. 한은 금융통화연구실의 육승환 연구원과 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교수가 작성한 '최저임금과 생산성: 국내 제조업 사례'라는 논문을 보면 우선 "최저임금 인상이 임시일용 근로자의 임금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육 연구원과 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최저임금영향률 변화를 통해 임금과 고용에 미친 영향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최저임금영향률이 클수록 임금상승률이 더 높아지고, 고용증가율은 더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냈다.

이들은 "최저임금영향률은 최저임금 수준과 기업의 임금분포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예를 들어, 전반적인 임금수준이 매우 높은 기업의 경우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도 최저임금영향률은 거의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에 속하면서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상식적인 추론과 비슷하다.

최저임금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정도의 급여를 받는(주는) 산업이나 기업, 혹은 자영업의 경우 최저임금 영향으로 고용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이나 산업에 다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관점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동네 편의점은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반면, 고임금을 주는 대기업의 경우 최저임금이 얼마나 오르든 큰 부담은 느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최저임금 영향률을 시산한 결과 식료품, 의복 등은 20% 이상, 석유정제, 기타운송수단 등은 5% 이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별로는 소규모(5인 미만) 기업의 경우 30% 이상, 대규모(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5% 이하 수준인 것으로 시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최저임금영향률 변화를 통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제조업 전반적에 긍정적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자동차, 식료품, 1차금속, 섬유제품 등에서는 긍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으나 전자제품, 비금속제품 등은 부정적 영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제조업 전체로 보면 규모가 클수록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연구자들의 결론은 애매한 쪽이었다. 최저임금 상승이 초래하는 노동비용 증가, 고용 감소 효과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오는 생산성 개선 효과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얘기지만 최저임금이 고용, 임금,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이 속해 있는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상이할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 문제로 큰 비난을 받은 정부는 향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경제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내년 임금인상률을 되돌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이들의 연구는 제조업에 국한됐으며, 최저임금이 급등한 2017~2018년 기간을 제외하고 이뤄진 것이었다. 따라서 최근의 급격한 고용지표 악화에 최저임금 인상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한은은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논문도 발표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와 임현준 한은 연구원, 신우리 시립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또는 경기 및 노동시장 수급상황 변화 등으로 산업내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는 사람과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상승하는 경우, 이 비율 상승이 근로자들의 비정규직화 비율 및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간 임금 격차확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최저임금 영향자의 비율 1%p 증가시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간 월평균 급여의 격차는 약 5천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면서 "이는 분석대상 기간중 정규직-비정규직간 월평균 급여 격차(약 159만원)의 0.3%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결론은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사람, 그리고 최저임금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급여를 받는 사람의 비율 상승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도 2010년~2016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최근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2018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폭이 크게 확대되고 이에 따라 최저임금 및 영향자 비율 상승폭도 높아졌을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하면 그 영향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나타낼 가능성을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임금인상은 생산성 증가 정도를 고려해서 이뤄는 게 상식이지만, 최근 최저임금 인상엔 정책적 의지가 과하게 반영된 측면이 컸다. 아울러 급작스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전반에 미친 영향에 관한 분석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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