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은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업계의 자산 건전성이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좋아지고 있고 실적 또한 꾸준히 개선 중이니 예보료율을 낮춰달라지만, 예보는 부실 사태 수습에 투입된 공적 자금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데다가 앞으로 업권 환경 변화로 인한 리스크가 우려되고 있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예금보험료는 금융사가 파산 등으로 고객의 예금을 지급할 수 없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지급을 보장하는 대신 금융사로부터 납부받는 보험료를 뜻한다. 부보금융사는 이런 과정을 거쳐 예보료를 납부하고 예보에 지급 보장을 받는 금융사를 말한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현재 부보금융회사별 보험료율은 은행 0.08%, 보험·금융투자사 0.15%, 저축은행 0.4%다.
저축은행의 0.4% 예보료율 배경은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부 저축은행이 서민들의 예금으로 불법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건설 사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형태)에 무분별하게 투자했고,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가 우리나라에까지 미치게 되면서 건설사들이 부도를 내기 시작했다. 채권들이 급격하게 부실화하며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도 예금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하는 등 경영진들이 도덕적 해이를 보인 것이 뱅크런(고객들이 한꺼번에 은행으로 달려가 예금을 찾는 일)의 단초가 됐다. 이후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건전성 악화를 보인 저축은행들이 연쇄적으로 영업정지를 받았던 일을 일컬어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부른다.
또 시중은행과 비슷할 정도로 건전성 지표가 좋아진 것도 인하 요구의 배경이다. 예보료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 비율과 연동해 책정되는데, 올해 9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54%로 규제 비율이 7~8%인 것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시중은행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5.55%로, 저축은행과 비슷한 규모다.
◇예보, 저축은행 과거 전력에 '인하는 안 돼'
2011년 사태뿐만 아니더라도 예보의 저축은행 자금 지원은 지속해서 있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저축은행에서 부실이 발생해 예보의 지원이 계속됐다. 예보는 저축은행의 보험료율 인상만으로는 저축은행 계정의 누적 적자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지원 자금 조달도 힘들 것으로 판단해 2010년 '공동계정'을 만들었다. 공동계정은 부보금융사들이 공동으로 보험료를 적립하는 계정으로, 당초 계정 생성의 목적은 특정 금융사에서 부실 발생 시 해당 금융사 계정의 보험료 적립 재원으로 부족할 때 이 계정의 재원을 활용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예보의 적자가 막심해지자 정부는 공동계정을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으로 변경해 2026년 12월까지 한시 운영하기로 했다. 운영 목적도 저축은행계정의 건전화를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게 됐다. 이 때문에 다른 금융사들이 내는 예보료 가운데 약 45%가 저축은행 부실을 정리하는 용도의 특별계정으로 적립되고, 이 계정은 다른 금융권역이 아닌 저축은행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따른 재원 투입 책임을 전 금융 업권이 나눠 지고있는 셈이다. 예보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저축은행에 따가운 눈총이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사들이 저축은행 특별계정에 부담하지 않아될 보험료율을 부담하고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보험료율을 낮추면 타 업권에서 불공평하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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