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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막으려면…“내부감시기구·외부감사인의 독립성 강화해야”

기사입력 : 2018-11-28 15:34

(최종수정 2018-11-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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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국제회계기준(IFRS)의 모호함과 경영자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남용한 사례라는 주장이 나왔다.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내부감시기구와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제고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손혁 계명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판정이 남긴 교훈과 과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를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5년 말 지분 91.2%를 보유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기업가치를 장부가액 3000억원에서 공정가액(시장가) 4조 8000억원으로 바꿔 평가했다. 이를 통해 지난 2011년 설립된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회계연도에서 1조 9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

손 교수는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행한 지분법 회계처리 및 공정가치 평가는 콜옵션부채 인식에 따른 자본잠식에 대한 방어수단이었으며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음을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문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서 “기업의 감추어진 의도가 여실히 드러났으며 해당 수치와 대안들을 삼성 미래전략실과 외부감사인 및 회계법인과 긴밀히 협의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이 1997년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에도 끊임없이 발생했던 분식회계 사건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제회계기준의 적용 및 회계 투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문제점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하는 회계 투명성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016년 61개국 중 61위, 2017년 63개국 중 63위로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이전에 중하위권에 머무르던 순위는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한 2011년 이후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손 교수는 “IMD의 조사는 설문조사이므로 경영자, 감사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며 “2011년 이후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이 급격히 하락한 이유는 이번 삼성바이오 사건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회계기준의 원칙 중심의 회계 하에서 경영자가 재량적인 회계선택을 통해 빠져나갈 구멍을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국제회계기준은 원칙 중심의 회계처리이며 기업의 실질을 보고할 수 있는 회계처리를 경영자의 재량권 내에서 허용하고 있다“며 “이때 중요한 점은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용인될 수준의 재량권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지 경영자가 의도를 가지고 국제회계기준에서 부여한 재량권을 마음대로 남용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서 보여준 내부문건처럼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상장을 하기 위해,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했다면 그 의도는 국제회계기준에서 부여한 경영자의 재량권을 넘어선 부분이 될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사건은 국제회계기준에서 제공하는 원칙 중심의 개념을 넘어서는 재량권의 남용을 분별한 중요한 첫 사례”라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내부감시기구 및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제고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오너와 자손들이 실질적 경영자이기 때문에 기업을 공개하더라도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아닌 소수의 지배주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러한 배경에서 회계감사나 내부감시기구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 교수는 “내부감시기구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감사 및 감사위원회의 수준 높은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부감시기구의 선발에 대한 엄격하고 체계적인 감사 및 사외이사 선임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하고 소액주주나 노동자, 심지어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비율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책임도 강화해야한다는 제언이다. 손 교수는 “금융감독원의 상장기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기업이 재무제표의 본문과 주석 등은 스스로 작성하지만 이연법인세 등 어려운 회계처리는 자문을 받고 있고 연결재무제표는 공인회계사가 작성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사전 재무제표 작성능력을 배양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감사 전 재무제표의 공개, 공인회계사의 기업 채용에 대한 장려, 회계 전문부서의 인증 등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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