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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 자동차보험 위기 속 홀로 웃었다

기사입력 : 2018-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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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계약 줄여 손해율 관리 성공…업계 유일 70%대

기업보험·일반보험 강화 전략 추진…새 먹거리 발굴

▲사진: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4000억 원 넘게 곤두박질치면서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는 와중에, 메리츠화재는 상위 6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합산비율을 100% 미만으로 유지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업계가 평균 87% 수준의 높은 손해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와중에 홀로 78%대의 양호한 손해율을 유지했다.

손해율이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회사의 영업수지를 결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통한다. 통상적으로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77~78% 선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안정적인 손해율에 힘입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빅4도 이뤄내지 못한 3분기 자동차보험 흑자를 내는 기염을 토했다.

메리츠화재는 3분기까지 누적 1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얼핏 보기에는 그리 크지 않은 수치로 보일 수 있지만, 같은 기간 삼성화재는 269억 원, 현대해상은 360억 원, DB손해보험은 284억 원, KB손해보험은 71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 인수심사 강화로 업계 유일 70%대 손해율 마크

메리츠화재가 양호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철저한 언더라이팅 강화를 통해 불량 매물을 최소화한 것이 꼽힌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가 있으면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므로 고객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그러나 반대로 지급보험금의 규모도 커 손보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품으로 통하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조직적 보험사기가 늘어나면서 누수보험금 규모가 커져 보험사 측의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심지어는 설계사가 직접 보험사기에 가담했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할 정도로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사 측의 손해율 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상반기 자동차 보험사기의 적발금액을 살펴보면 2016년도 1558억원, 2017년도 1643억원, 2018년도 1684억 원으로 매년 증가해온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자동차보험 가입 시 사고율이 높은 불량 고객들의 인수를 반려하면서 손해율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었다.

덤프트럭과 대형버스 등 손해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차량들의 가입을 줄인 것도 주효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연간 1000만 원대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차량이라 한들 사고가 한 번 나면 수 천 만 원의 보험금이 나가는 구조상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대형사가 아닌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시장점유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어렵다”며,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보다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 전체적인 성과를 늘리는 방향으로 영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의 올해 3분기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9.7%로 손보업계 최저를 기록한 것은 물론 유일하게 70%대의 손해율을 달성했다.

△삼성화재 83.0% △현대해상 82.2% △DB손해보험 83.9% △KB손해보험 85.1% △한화손해보험 85.0% △악사손해보험 84.5% △롯데손해보험 89.4% △더케이손해보험 91.2% △MG손해보험 95.4% △흥국화재 95.9% 등으로 다른 모든 손해보험사들이 80%에서 많게는 90%까지의 높은 손해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메리츠화재의 기록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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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혈경쟁 부메랑에 신음하는 자동차보험 시장, 연내 보험료 3% 오를 수 있나

자동차보험 시장 침체의 최대 원인으로는 지난 2016년부터 이어져온 손보사들의 보험료 인하 출혈 경쟁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이렉트 채널의 성장세로 사업비가 줄어들고,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거의 찾아오지 않으면서 손해율이 안정된 영향으로 손보업계는 전에 없던 자동차보험 호황을 맞이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손보사들은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그러나 올해는 기록적 폭염과 태풍 등의 환경적 요인은 물론, 정비수가와 최저임금 상승 등 제도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 3분기까지 누적 2100억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보며 울상을 짓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이러한 점을 들어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에서 지나치게 적자가 발생할 경우 다른 상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당국 역시 이러한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외적으로 인상 요인이 많아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도, “자동차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데다 가입자 수도 많아 섣부른 인상을 논하기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다른 상품보다도 훨씬 빈번한 보험사기에 노출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단속을 통해 보험사 측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업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적정 수준’의 인상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과 보험업계는 정비수가 인상폭 등을 고려해 약 3% 수준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먼저 인상에 나서면 나머지 대형사와 중소형사들 역시 차례대로 보험료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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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츠화재, 장기인보험 강화 노력…약관 개선해 소비자 접근성 높였다

일각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이 한화손해보험에 밀린다는 점을 들어 이를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확보에 목을 매기보다는, 장기인보험과 일반보험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 눈을 돌려 영업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기업보험총괄 사장에 골드만삭스 한국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최석윤 서울대 경영대학 겸임교수를 선임했다. 보험업 전문가도 아니고, 보험사 경험도 없는 최 사장의 선임을 두고 업계에서는 ‘깜짝 인사’라는 평을 내놨다.

최 사장은 정보기술(IT)회사와 증권사 등을 거쳐 다수의 외국계 투자회사 대표를 역임한 금융투자 전문가다.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 한국 공동대표, 바클레이즈캐피탈 한국 대표,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한국 대표, 골드만삭스 한국 공동대표 등의 화려한 이력을 지니고 있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뉴 페이스다.

이번 발탁을 두고 업계는 김용범닫기김용범기사 모아보기 메리츠화재 부회장의 또 다른 ‘실험정신’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김용범 부회장은 취임 이후 법인보험대리점(GA) 및 사업가형 점포를 중심으로 공격적이고 실험적인 전략을 선보이며 눈부신 성과를 이뤄낸 바 있다.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부회장 부임 직후였던 지난 2014년 기준 당기순이익이 1127억 원에 그쳤으나, 이후 2015년 1713억원, 2016년 2372억 원, 2017년 3846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기존 지역본부와 영업지점 등 2단계로 돼 있는 조직체계를 영업지점 한 곳으로 통합해 운영비 절감 효과를 낸 것은 물론, ‘성과주의 경영’으로 임직원 및 설계조직의 동기부여에도 힘을 쏟았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주력 상품군인 장기보장성 인보험 판매의 신규 월납 보험료 부문에서 삼성화재를 추월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실제로 메리츠화재의 3분기 보장성 인보험 신계약 규모는 301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자동차보험의 비중을 줄이더라도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시장에서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의 등용 역시 이러한 전략을 위한 포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사장은 증권 및 파생상품, 구조화상품 분야 전문가로 김용범 부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 사장은 김 부회장의 서울대 선배이기도 하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두고 업계의 의아한 시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 사장이) 오히려 보험 전문가가 볼 수 없는 전문적인 부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공시된 보험사의 약관이해도 평가에서도 메리츠화재는 지난 평가와 비교해 10점 이상 오른(58.9점→67.0점) 점수를 거두며 금융감독 당국의 지적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소비자들의 편의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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