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쪽에서도 경기 자신감을 더 낮추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관점까지 강해지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떠 받쳤던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내 경기는 수출과 소비가 받쳤으나 이 역시 모멘텀 둔화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어서 우려를 키운다.
■ 점점 더 나빠지는 경기관
KDI는 전날 '경제동향'을 통해 "전반적인 경기는 다소 둔화된 상황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KDI는 경기에 대해 '둔화'라는 표현을 쓰면서 경기관을 한 단계 낮췄다.
KDI는 "추석연휴 이동의 영향이 없는 9~10월 평균 수출은 증가폭이 일부 축소됐다"면서 "9월에는 투자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한 가운데 계절 요인이 더해지며 내수 증가세는 비교적 큰 폭으로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석연휴 이동으로 소매판매 증가폭이 크게 축소된 가운데 전반적인 소비의 개선 흐름도 완만해지고 있다"고 했다.
대외 쪽 상황도 좋게 보지 않았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 경기 흐름이 완만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만간 교체될 것으로 보이는 김동연닫기김동연기사 모아보기 경제부총리도 경기 전망에 대한 '하방위험'을 거론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전일 국회 예결위에서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있는 부분이 있고 경기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국회의원이 '경제위기 아니냐'고 따지며 묻자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거시지표 가운데 수출, 소비에서 좋은 부분도 있다"면서도 "하방 위험은 분명 느낀다"고 했다.
부총리는 용어 선택에 대해 예민했지만 경기가 어렵고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경제학적으로 경기 '침체'라는 표현은 2분기 이상 성장률 마이너스 등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자신은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경기에 대해
과도하게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의 내용도 좋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들어 경기 '회복세'라는 표현을 쉽게 쓰지 못하고 있다.
그린북은 "9월 산업활동동향이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는 설명을 그린북 '종합 평가'의 첫 문장으로 사용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는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 세계경기 모멘텀 둔화되면..어려운 한국 경제 상황 더욱 악화
외국계 기관이 한국경제를 보는 시각도 그리 좋지 않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 전망을 2.7%로 제시했지만, 외국계 금융사들 사이엔 이조차 높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외국계은행의 한 관계자는 "내년 한국 성장률 2%대 중반 시각이 강하다. 최근 한은이나 정부가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말을 했지만, 이미 잠재수준을 밑돌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체적으로 미국이 떠받쳤던 글로벌 경기 회복 모멘텀이 약해지면서 수출 중심의 국가인 한국 경제 역시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관점이 강화됐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현지시각 8일 내년과 내후년 주요 경제권 성장률이 3% 미만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전에 비해 0.2%p씩 하향 조정한 수치다.
무디스는 '글로벌 거시전망' 보고서에서 주요 20개국(G20) 경제성장률이 올해 3.3%를 기록한 후 내년 2.9%로 떨어지고 내후년 2.7%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선진국의 경우 올해 2.3%를 보인 뒤 내년 1.9%로 낮아지고 내후년 1.4%로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성장률은 올해부터 내후년까지 2.9%, 2.3%, 1.5%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재정부양 효과 약화와 지속적 금리인상 여파로 성장세가 가파르게 떨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신흥국은 올해 5.0%, 내년 4.6%, 내후년 4.9%로 점쳤다. 중국 성장률은 올해 6.6%를 기록한 후 향후 2년간 6.0%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전망이 종전보다 0.4%p 하향된 것이다.
글로벌 경기 전망이 나빠지면, 내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한국의 경기 전망 역시 좋게 보기 어렵다.
무디스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올해부터 내후년까지 2.5%, 2.3%, 2.5%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 경기 둔화 속 초장기 금리의 끝없는 하락 두고 논란도
통상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경기 둔화의 전조 현상으로 해석된다. 미국 쪽에선 일드 커브 플래트닝을 두고 경기 논란이 일었고, 지금도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만기물별 금리차가 세계에서 가장 좁은 곳 중 하나다.
우선 국내의 경우 회계처리 문제 때문에 보험사가 장기채권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수급 요인 때문에 이미 일드 커브가 상당히 누워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엔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커브가 더 누우려는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이날은 장중 국고5년물 금리와 국고30년물 금리가 거의 같아지는 일이 나타나기도 했다.
장중 국고5년물과 국고30년물 금리는 2.07% 선에서 서로 만났다가 5년 금리가 이후 좀 더 빠지면서 약간의 거리를 유지했다.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국내 일드 커브는 별 일이 없으면 누울 것이고, 금리들은 서로 붙으려고 할 것"이라며 "정책금리를 1차례 올려야 하니 단기 금리는 한계가 있지만, 장기 금리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경제의 미래가 암울한 상황이다. 어차피 장기금리 반등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30년 금리의 과도한 하락엔 특정 기관의 포지션 노출에 따른 마찰적 수급 요인이 작용한 데다 한국 경제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시선도 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시장에 회자된 그 회사가 손절할 때까지 커브는 누울 수 있다. 30년 금리는 마찰적 요인 때문에 빠졌다. 20년보다 30년 금리가 이처럼 훨씬 낮은 것은 마찰적 수급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정회사의 포지션이 알려지면서 과도하게 숏 스퀴즈를 걸려는 행태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닌데, 초장기 금리가 2% 아래에서 놀 수 있겠는가"라면서 "30년 동안 명목 2%도 성장 못한다는 소리인데, 한국경제의 미래가 아무리 어둡다고 한들 지금의 초장기 금리는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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