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OMC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00~2.25%로 25bp 올렸다. 금융시장 종사자 대부분이 예상하던 바이며, 연준은 12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올해 4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통화정책 기조가 부양적’이라는 기존 문구를 삭제했다. 통화정책이 중립적 수준에 근접했음을 거론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던 바이며, 이 문구 삭제가 금리인상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관심을 모은 점도표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다. 연준은 올해 추가 한 차례, 내년에 세 차례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이후 2020년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린 뒤 2021년말까지 금리를 동결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금리인상을 종료하는 시점 연준 기준금리 상단을 3%대 중반으로 제시한 것이다. 연준은 또 중립금리 추정치는 2.875%에서 3.00%로 상향했다.
금융시장의 전망은 연준이 점도표에서 제시한 인상횟수를 모두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쪽이다. 다만 올해 초만 하더라도 시장의 연준 금리인상 전망이 2~3회였으나, 지금은 4회(12월 포함) 예상이 지배적이다.
■ 파월 "물가전망 상방리스크 없다" + "기준금리 중립금리 추정치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
연준은 경기와 물가에 대해선 긍정적인 판단을 유지했다. FOMC는 성명문에 '고용시장이 계속 강화되고 경제활동은 강력한 속도로 증가했음을 보여줬다'는 기존 문구를 유지했다.
올해 GDP 성장률 예상치를 이전 2.8%에서 3.1%로 올리고 내년 성장률은 2.4%에서 2.5%로 높였다. 2020년 전망치는 이전 2.0%를 유지했다. 실업률은 올해 말 전망치만 3.7%로 0.1%포인트 높였다.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의 올해 말 전망치는 2.1%를 유지했다. 내년 말은 2.1%에서 2.0%로 낮췄고 2020년 말은 이전과 동일한 2.1%를 제시했다.
파월 의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기조가 부양적'이라는 기존 문구 삭제가 연준의 금리인상 경로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근원 인플레이션이 축적되지 않은 만큼 물가 전망에 상방 리스크가 없다"면서도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추정치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고 했다. 기준금리를 3%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재정정책에 대해선 "정책경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체적으로 FOMC 결과에서 크게 놀라운 대목을 찾기는 어렵다. 통화정책 문구에서 '부양적'이라는 문구 삭제에 큰 무게를 두는 견해도 있지만, 이미 삭제를 예견하는 시각이 상당했던 게 사실이다. 아울러 연준이 12월과 내년 3차례 금리인상을 거론할 것이란 점 역시 전망에 부합하는 것이다.
아무튼 연준이 2015년 12월부터 금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금리를 계속 올린 영향으로 'accommodative' 문구는 삭제됐다. 물론 이 문구 삭제가 금리인상을 멈추겠다는 신호도 아니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 현지의 평가들, 12월 인상 뒤 내년엔 2회냐, 그 이상이냐로 갈려
미국과 국내 시장에선 이번 FOMC 결과가 예상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FOMC 이후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bp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으나 불확실성 해소와 분기말 수요 등을 감안할 때 FOMC가 이자율 시장에 크게 우호적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노무라증권은 이번 FOMC 결과에 대해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주요 금융사들의 전망도 FOMC 이후 크게 변하지 않을 듯하다. FOMC 직전의 전망보고서들을 보면 이미 대다수의 미국이나 유럽 금융사들은 연준이 올해 4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쪽으로 컨센서스를 형성한 상태였다.
즉 12월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보는 가운데 내년에 금리를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초 다수 금융사들이 연내 금리인상 횟수를 2번, 혹은 많아야 3번이라고 관측했던 가운데 골드만삭스, JP모간 등은 4차례의 인상을 예견한 바 있다. 이들은 향후 인상폭도 상대적으로 크게 본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금리인상 횟수를 4회, JP모간은 3회 이상으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즈도 2019년 4회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적어도 연준이 점도표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노무라, 소시에테제네랄, HSBC, 씨티, 크레딧스위스 등은 FOMC 직전 보고서에서 내년 금리인상 횟수를 2회로 예상했으며, BNP파리바는 한 차례 인상에 그칠 것으로 봤다.
즉 전체적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분기말에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다만 내년 2회 정도의 인상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절반 이상으로 다수 금융사들은 연준의 내년 금리인상이 올해보다는 누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연준이 성명서에서 ‘완화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했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12월 금리인상은 확실시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 신중한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총재, 완화 정도는 축소하고 싶은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휴가 끝나고 FOMC 결과가 나온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은 만나 특유의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이 총재는 향후 한국의 금리결정과 관련해 "연준의 금리인상과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 그리고 미중 무역분쟁을 보면서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총재는 그러면서 "국내 통화정책은 완화정도를 줄여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그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다만 올해 고용지표가 극심한 부진을 보인 가운데 '지나치게 신중한' 한은이 금리 인상 타이밍을 연내로 잡을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낙연 총재의 '금리인상 필요성' 발언 등으로 연내 금리인상 기대감이 다시 부쩍 커진 상태다. 투자자들은 10월보다 11월이 확률적으로 좀 더 높을 것으로 본다.
이 총재는 국내외 경제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만큼 당장의 변수들을 보다 면밀히 살피면서 결정을 할 것이라고 암시했다.
이 총재는 "다음 금리결정회의까지 3주가 남았고 그 사이에 봐야 할 변수가 많다"고 했다.
총재는 또 "금리결정 여건이 점점 어려워진다. 합리적인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면서 "금리결정에 있어서 거시경제변수가 제일 중요하며, 그 다음이 금융불균형 문제"라고 했다.
앞으로도 고용지표 등이 중요할 수 있다. 7월과 8월 고용지표가 극심한 부진을 보인 가운데 9월 지표는 더 나쁜 수치를 보여줄 여지도 있다. 지난해 9월 베이스가 높았던 탓에 기저효과가 작용할 수밖에 없는 데다 추석 연휴 효과 등을 감안하면서 취업자 증가자수가 마이너스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한미 정책금리차가 더 벌어진 만큼 이 총재는 "내외금리차 문제는 좀 더 경계심을 갖고 자금흐름의 추이를 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FOMC 결과에 대해 이 총재는 "시장에서 예견된 것"이라며 "국내도 곧바로 큰 영향을 안 받을 것"이라고 했다.
■ 국내시장, 금리인상 감안해 금리되돌림 한계 vs 펀더멘털 장세로 바뀌면 금리 되돌림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이 75bp로 커진 가운데 국내 이자율 시장은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금리 하락 등을 보면서 강세로 출발했으나 장 초반 약세로 전환했다. 미국 이벤트 결과가 예견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은 가운데 국내시장은 연내 금리인상 부담을 떨치지 못하는 상태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은 총재도 이번 FOMC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고, 결국 대내 재료가 더 중요하다"면서 "총재의 아침 발언은 완화정도의 축소 여지에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FOMC로 미국 금리가 빠졌지만, 국내시장엔 별로 호재가 못 됐다"면서 "지금의 상황에선 일단 한은이 금리를 인상해야 오히려 안정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이 작년 11월에 6년 5개월만에 금리를 인상한 뒤 계속해서 금리 정상화와 관련해 변죽만 울려 피로감만 키웠으며, 일단 한 번 인상하는 게 모두를 위해 좋다는 얘기도 들린다.
아울러 한미 금리차가 커진 만큼 자본 유출 문제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 있다. 한미 정책금리차 역전폭은 과거에 150bp까지 커진 적도 있으며, 금리차만으로 자본 유출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갭이 벌어질수록 긴장감 역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채10년물 금리가 3.05% 수준, 국내 국고채10년물 금리가 2.4%를 약간 넘는 수준이어서 외국인 입장에선 향후 원화 강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투자 메리트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국내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 평가는 여전한 데다 과거 금리가 100bp, 150bp 역전됐을 때 역전 자체가 자금유출을 이끌어내지 않았다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국내 금리가 계속 오르긴 어렵다는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오히려 경제지표에 집중을 한다면 금리 되돌림이 일어날 것으로 보기도 한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시장이 애매해 하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영향력만 계속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외국인은 국채선물을 매도하면서 채권가격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오늘도 외국인 선물 매도로 장이 밀리는데, 크게 밀리긴 어렵다"면서 "FOMC는 예상과 다를 바 없었고 달러/원 환율도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내외 금리차나 자금유출 우려에 대한 얘기는 약발이 떨어진 것으로 본다. 한 동안 비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시장이 출렁였는데, 이제부터는 펀더멘털에 좀 더 관심을 두는 장세로 바뀌어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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