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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패션·리빙·면세 ‘3대 화살’로 2020년 매출 20조 조준

기사입력 : 2018-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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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비전 선포…지난해 16조원 달성
패션·리빙 M&A 성과…면세점 성공 좌우
‘사람과 조직’ 강조…근로환경 개선 앞장

▲사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한국금융신문 신미진 기자] 정지선닫기정지선기사 모아보기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올해 2020년 매출 20조원 목표를 골자로 하는 비전 ‘패션 비전(PASSION VISION) 2020’ 달성에 박차를 가한다.

이와 함께 경상이익 2조원, 현금성 자산 8조원을 기록해 ‘성장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게 현대백화점그룹의 목표다.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 29개 계열사의 매출은 약 16조억원. 목표 달성을 위해선 2년 반 동안 약 4조원의 매출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면세 사업에 도전장을 던진다. 또 지방 및 수도권에 아울렛을 대거 출점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 내진설계 첫 발

현대백화점그룹은 2010년 대대적인 사업 다각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진설계에 나섰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정 회장은 취임 3년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힘을 실었다. 보수적 경영으로 유명했던 현대백화점그룹이 변신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의 매출은 8조원 가량이었다. 이를 2020년까지 3배 가량 늘린다는 게 ‘패션 비전 2020’의 주요 골자다.

비전 달성을 위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사업부문을 △유통 △미디어 △종합식품 △기업간거래(B2B) △미래성장 총 5개 부문으로 구체화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내진설계에 나선 이유는 백화점 사업의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0년 국내 백화점 매출은 전년대비 9.5% 증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세를 타고 고성장이 계속되는 듯 했으나 지난해에는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백화점의 저성장 기조는 편의점과 온라인 등 신규 유통채널의 등장과 맞닿는다. 1~2인 가구 증가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전통 유통채널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실제 산자부는 2013년과 2016년부터 각각 편의점, 온라인을 주요 유통업체 매출 집계에 포함 시키기 시작했다.

당시 정 회장은 “2020년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함께 전 임직원의 비전에 대한 확신과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며 “성장과 내실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 공격 M&A의 시작

의지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로 이어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리바트와 패션기업 한섬을 인수하면서 패션·가구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2016년 SK네트웍스 패션부문까지 품은 뒤 그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도 차지하면서 신사업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약 6년이 지난 지금 현대리바트와 한섬은 각각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각각 업계 2위, 4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백화점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패션과 홈퍼니싱 부문으로 M&A를 집중하면서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한섬의 지난해 매출은 1조228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2% 급증했다. 2012년 인수 당시 496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최근 3년간 매년 10%의 성장세를 보여왔으나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인수로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한섬은 이랜드, LF,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이어 ‘패션 빅4’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리바트의 지난해 매출은 888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0% 성장했다. 2016년 매출성장률이 6%에 그쳤던 데 비하면 3배 이상의 성장을 달성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초 미국 홈퍼니싱 브랜드 ‘윌리엄스 소노마’와 10년 간 국내 독점공급계약을 체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전문 자재 유통기업 현대H&S 합병 효과로 매출 1조원 돌파가 유력시되고 있다.

◇ 현대그린푸드의 부상

2010년 이후 가장 숨가쁘게 달려온 계열사는 현대그린푸드다. 식품·여행·자재 공급·중장비 제조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그린푸드는 2010년 현대푸드시스템, 현대H&S, 현대F&G 등이 차례로 합병되면서 현재 모습을 갖췄다.

지난해 매출은 2조5340억원으로 2010년(9932억원)보다 약 2.5배 가량 늘었다.

여기에 올해 4월 현대백화점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현대그린푸드는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다. 정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의 지분이 15.3%에서 23%로 늘면서 향후 경영권 향배의 중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리바트(39.9%)와 현대홈쇼핑(34.64%)의 최대주주다. 현대홈쇼핑은 한섬 지분 34.64%를 보유해 ‘현대그린푸드→현대홈쇼핑→한섬’으로 이어진다.

결국 현대백화점그룹의 M&A를 통해 성장한 신사업이 모두 정 부회장 책임 아래 있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계열분리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다만 계열사별 시너지가 높은 유통업 특성상 계열분리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정교선 부회장의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형제경영 이미지로 비춰지지 않는 건 그만큼 정지선 회장의 존재감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면세점, 비전 성공 좌우

현대백화점그룹의 2020년 매출 20조원 달성 비전의 마지막 기회는 면세점에 달려있다. 기존에 진출했던 신사업이 시장에 안착한 가운데 목표 시점까지 매출을 증폭시킬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100% 자회사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오는 11월 서울 코엑스 인근에 위치한 무역센터점에 문을 연다. 백화점 3개층(8~10층)에 1만4005㎡(4244평) 규모로 들어서며, 약 380여개 국내외 브랜드를 유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이른바 1·2차 면세점 특허 대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이듬해 벌어진 3차 대전에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했다.

특히 15년 만에 도전하는 신사업이라는 점에서 그룹 역량을 모두 쏟아붓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사업 시작 전인 현재까지만 현대백화점면세점에 출자한 금액은 400억원에 달한다.

가장 좋은 벤치마킹 상대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다. 신세계면세점은 2015년 출범 이후 약 2년도 채 안 돼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면세점 효과에 힘입어 신세계백화점 명동본점도 승승장구세다.

지난해 1~11월 신세계 명동점을 외국인 고객 수는 전년대비 15.6% 증가했다.

다만 사업 환경이 밝지는 않다. 올해 서울 시내면세점 수는 13개로 2015년 6개보다 두 배 가량 늘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고속터미널에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도 강남 지역 선두 자리를 놓고 초반 경쟁이 불가피하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1만3570㎡(약 4105평) 규모로 설화수·구찌·브레게 등 총 350여개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특히 고속터미널과의 연계로 유동 인구가 하루 평균 100만 명에 달하는 게 최대 강점이다. 현대백화점 면세점 역시 외국 관광객들이 필수적으로 찾는 코엑스에 위치해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줄어든 중국 관광객 수 회복이 아직이라는 점도 우려로 꼽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45년 간의 백화점 운영 능력을 내세웠기 때문에 향후 럭셔리 브랜드 유치력에 의해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백화점 지방서 부활 예고

백화점과 아울렛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성장 가능성도 열려있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대전점(2020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2020년) △현대시티아울렛 동탄점(2021년) △현대백화점 여의도 파크원점(2021년) 총 4개 점포 출점을 예고한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 출점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대구광역시에 위치한 대백아울렛과 임차계약을 맺고 다음 달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을 오픈한다. 현대백화점이 지방 광역상권에 아울렛을 출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차하는 건물은 연면적 7만1934㎡(2만1760평), 영업면적 2만8519㎡(8627평, 지상 1층~8층) 규모다. 지하 6층부터 지하 1층까지 총 711대가 주차할 수 있다. 임차기간은 10년이며, 추후 연장이 가능하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서울 등 수도권에만 5개 아울렛(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송도점,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가산점,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을 운영 중이다. 이번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 출점으로 사업 영역이 지방상권으로 확대되게 됐다.

현대백화점은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의 콘셉트를 ‘도심 속 세련되고 편안한 아울렛’으로 정하고, 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스포츠, 여성·남성패션, F&B 등의 MD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직선으로 3.3km 거리에 있는 현대백화점 대구점과 시너지도 극대화해 대구·경북상권 내 현대백화점의 위상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2011년 8월 영업면적 5만6100㎡(1만7000평) 규모의 대구점을 오픈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앞으로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아울렛 출점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사람과 조직’ 신뢰경영 강조

현대백화점그룹이 비전 달성과 함께 목표로 내세운 건 조직문화 개선이다. 이는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정지선 회장의 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고 이를 추진하게 하는 것은 조직문화”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 회장은 평소 임원들과 회의 도중에도 말을 끊는 법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임직원들을 믿고 자율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경영 스타일로 분석된다. 정 회장의 직원 신뢰는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업’이라는 그룹 비전으로도 이어진다.

직원간 신뢰는 조직문화 개선에서 시작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등 계열사 소속 비정규직 직원 23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는 현대백화점그룹이 2016년 한 해동안 뽑은 신규 채용 인원 2340명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또 같은 달에는 유통업계 최초로 2시간 단위로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2시간 휴가제’를 도입했다. 이는 여성 종사자가 많은 서비스업 특성상 자녀를 둔 기혼 직원이나 임산부 직원 등을 배려한 조치하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재 현대백화점과 한섬에 우선 적용되고 있으며 점차 대상 계열사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밖에 육아 휴직 남성 직원 3개월 간 통상임금 100% 보전, 임신을 인지한 순간부터 출산까지 ‘임신 전 기간 단축 근무제’,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직원에게 가사 도우미 비용 절반을 지원하는 ‘워킹맘 해피아워’ 등의 제도를 시행하면서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중 아동복지에 관심을 두고 2006년 ‘현대백화점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했다. 해당 재단은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사재 출연을 통해 출범했다.

현대백화점 사회복지재단의 연평균 아동복지사업 규모는 20억원 수준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를3배 이상 늘려 2022년까지 5년간 총 300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대홈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리바드·한섬 등의 계열사가 각각 진행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아동복지사업 중심으로 통합·재편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총수 일가가 사재를 투입해 그룹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는 행보도 보였다.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소요된 자금은 정 회장과 동생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각각 은행 차입과 보유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했다. 소요 자금은 정 회장이 320억원, 정 부회장이 1200억원이다. 이를 통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총 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소멸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계열사간 순환출자가 많지 않음에도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이는 주주권익 강화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 높아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한섬, 현대리바트, 현대HCN 등 그룹 내 6개 상장 계열사의 이사회 산하에 내부거래위원회를 이례적으로 신설하고 현행 공정거래법 이상의 기준을 적용해 심사를 받는 등 경영 투명성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 He is…

△1972년 10월 20일 생 / 1997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 1999년 하버드대학원 아시아경제학전공 졸업 / 1997년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 경영관리팀 과장 / 2002년 현대백화점 기획 및 관리부문 부사장 / 2003년 현대백화점그룹 총괄 부회장 / 2007년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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