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을 덜 지급한 소비자들에게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직면하고 있으며, 교보생명은 IFRS17에 대비한 자본확충 수단을 놓고 IPO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통해 금감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4200억여 원의 일괄지급 요구 건에 대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표하고 향후 법원의 판단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여름휴가에 떠난 상태라 이러한 삼성생명의 결정을 보고받긴 했으나 명확한 결정은 유보했었다. 당초 윤석헌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에 대해 "보험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소송을 할 수 있고 이를 이유로 금감원이 검사를 하거나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던 바 있다.
지난 2016년 생보업계를 강타했던 ‘자살보험금 사태’ 당시에도 금감원은 영업정지,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 중징계 카드로 보험사들을 압박하고 나선 바 있다. 다만 이번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의 경우 ‘법적 근거’가 없어 자살보험금 사태와 같은 고강도 압박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화생명 역시 지난 6월 과소지급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을 일괄지급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직면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미지급금 규모는 약 850억 원 규모로 전해졌다.
한화생명은 금감원 측에 일괄지급을 유예하고, 이달 10일까지 분조위에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를 금감원이 수용하면서, 한화생명은 10일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다만 이번 의견서는 분쟁조정 신청을 제기한 가입자 1명에 대한 것으로, 전체 가입자에 대한 일괄지급 건에 대한 결정은 아직까지 정해진 바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복수의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한화생명이 삼성생명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예측을 보이고 있다.
한편 8월 10일은 한화생명이 분조위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날임과 동시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가지는 날이기도 하다.
생명보험사들은 2021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보험료 규모가 큰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보장성보험을 늘리고 있는 데다, 신계약 건수도 줄어들면서 순이익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5663억 원에서 3899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64억 원(31.1%) 줄었으며, 한화생명 역시 2355억 원에서 1103억 원으로 1252억 원(53.2%) 줄어든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다만 보험업계 및 IB업계 관계자들은 체질개선 과정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생보사들의 순이익 낙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이 반영돼 전년대비 200%가량 늘어난 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 교보생명, 미루고 미뤘던 IPO 카드 만지작.. 자본확충 방안 고심
교보생명은 지난달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자본 확충 방안에 ‘기업공개(IPO) 추진’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2년 지분 24%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IMM PE,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 등에 1조2054억 원에 매각하며 2015년 9월까지 상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신창재닫기신창재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IFRS17 등 보험산업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섣부른 상장에 나섰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상장을 수 년 째 미뤄오고 있었다.
그러나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자니 가산금리가 부담이 되고, 후순위채를 고려하자니 최장 만기가 10년으로 짧아 임시방편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교보생명은 투자자들의 불만도 달래고, 효과적인 자본 확충도 가능한 IPO 카드를 마침내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보생명 측은 “IPO는 여러 자본확충 방안의 하나일 뿐,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통한 자본 확충도 병행될 예정”이라며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 및 IB업계 역시 교보생명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적어도 올해 안에 IPO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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