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만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에게 은산분리 규제 완화 가능성에 대해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과연, 지난 30여 년간 철옹성(鐵甕城) 같았던 ‘은산분리’ 규제의 벽에도 균열(龜裂)이 생기는 것일까. 단정짓을 수 없지만 분위기는 이전보다 우호적인 것 같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비롯해 수많은 과제들은 금융위원회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실현할 수 없습니다. 금융혁신 과제의 조속한 제도화를 위해 필수적인 입법(立法)이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정무위원님들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올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선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규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촉구한 것이다.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입법기관인 국회(國會)도 지난해와 달리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한다. 그 동안 반대 기조를 보였던 여당까지 최근 토론회를 열어 규제 완화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은 민병두 의원은 공공연하게 은산분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참고로 여당 간사인 정재호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 법안은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4%까지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과 주무 부처, 국회까지 교통정리가 사실상 끝나면서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이 특례법 형태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는 금융혁신의 길을 터줘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시대(四次産業革命時代) 규제개혁(規制改革)으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혁신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리만 넋 놓고 있어선 안된다고 본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대기업 지배 문제를 과거의 잣대로만 볼 것도 아니다. 은산분리의 취지는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 방지에 있지만 다른 방식의 규제 그물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信用供與限度) 제한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이 대주주에 대해 검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은행의 사금고화 문제는 과거 개발시대의 유산이다. 이런 케케묵은 규정을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터넷전문은행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대기업이 현금을 과도하게 쌓아두니 문제인 게 작금(昨今)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은산분리를 뿌리째 흔들자는 얘기는 아니다. 적어도 금융시스템 위험이 크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전향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최종구 위원장의 말대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산업(銀行産業) 혁신의 아이콘이 되기 위해서는 은산분리 규제를 푸는 것이 첫 출발이자 마지막 단추라고 생각한다. 규제 완화는 ‘친기업(親企業), 친시장(親市場)’을 원칙으로 하지만, 정부는 겉으로만 혁신성장을 외치면서 시장에는 시그널을 거꾸로 주고 있는 게 아닌지 되짚어 볼 때이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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