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한 의혹제기가 오히려 공정한 승계 기틀을 확립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조석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차기 포스코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정권 코드 인사’논란으로 쟁점화에 나선 것이다.
이에 재계에선 정치 입김 없이 포스코의 미래를 고려하는 회장선임이 이뤄지는 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승계카운슬’(이하 승계카운슬)은 지난 14일 7차 회의를 열고 11명이던 회장 후보를 6명으로 압축했다. 이어 승계카운슬은 오는 20일 8차 회의를 열어 최종면접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승계카운슬이 최종 후보를 선정하면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늦어도 오는 8월 말에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전·현직 포스코 출신 인사들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회장 여덟 명 가운데 외부 인사는 재무부 장관을 지낸 김만제 회장(1994~1998년 재임)뿐이었다.
승계 카운슬은 당초 “외국인 등 외부 인사로 후보군을 다양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각종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내부 인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포스코 안팎에서 우세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외부 인사 선임은 힘들 것”이라면서도 “기업 고유의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정권 코드’ 인사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 “청와대 핵심인사 선임 요청” 주장
앞서 지난 4일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5월 29일 아침 인천의 한 호텔에서 포스코 전 회장들이 모인 가운데, 청와대 특정 핵심인사의 뜻이라며 특정 인사를 포스코 회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전임 회장들의 협조를 요청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이라면 일부 인사들로 대표되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포스코마저 장악하기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개적으로 경쟁하고 심사해서 선발해야 할 포스코 회장을 청와대 실세의 입김으로 내정한다면 이것이 적폐가 아니라면 무엇이고, 이전 정권들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라며 “해당 모임에서 청와대의 부적절한 인사개입이 있었는지 청와대는 밝힐 것을 요구한다. 만약 청와대 실세들의 부적절한 개입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한 일벌백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민정 부대변인은 “바른미래당 대변인이 특정인사를 거론하며 특정기업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책임 있는 정당의 대변인이 ‘아니면 말고’ 식의 루머 수준 의혹을 제기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논평을 철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역공을 취한 바 있다.
◇ 후보선정·심사 투명·공정성에 박차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확산되자 포스코 승계 카운슬는 오히려 4차례에 걸쳐 후보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국내외 ‘서치 펌’ 7개사 그리고 0.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0여 개 주주사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았다.
여기에는 외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후보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추천받은 내·외부 CEO 후보는 20여 명 정도다.
포스코는 대상자 면접 등 심사 과정을 거쳐 이사회에 상정할 최종 후보 1인을 빠르면 22일 전후로 결정할 방침이다.
선출된 후보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된다. 임시 주총 기준일이 5월 31일로 정해짐에 따라 3개월 이내인 8월 말까지는 주총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는 차기 회장 후보들 가운데 오인환 사장과 장인화 사장이 유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오인환 사장은 권 회장이 철강사업 중심의 포스코 운영을 책임지는 COO(Chief Operating Officer·철강부문장) 체제를 도입하면서 철강 마케팅분야 전문가로써 이 자리를 맡으며 사장으로 승진됐다.
장인화 사장은 오인환 사장과 함께 포스코 철강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최근 조직 개편으로 철강부문 중 2부문장을 맡으면서 철강생산본부와 경영지원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권오준닫기권오준기사 모아보기 회장 체제에서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경제 사절단에 포함된 적이 있다. 전직 가운데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준닫기김준기사 모아보기식 전 포스코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광주 출신으로 장하성 청와대 경제수석과 초·중학교를 함께 다녔고, 이낙연 국무총리와 광주제일고 동문이라는 인연이 강점으로 꼽힌다.
외부 인사로는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포스코에서 일한 경력이 짧은 데다 포스코가 20년 동안 내부에서 회장을 뽑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의 이해 논리로 기업의 고유 권한이 침해되선 안된다”라면서도 “실질적인 지배주주가 없다 보니 정부가 오히려 그 점을 이용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주도 아닌 정부가 주주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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