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주요 경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이른바 김동연 패싱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그가 ‘허수아비’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권 초창기에 이어 또다시 논란을 촉발한 청와대는 김 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라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과 경제계 안팎의 시선은 이미 싸늘해진 뒤였다. 벌써 세종정부청사 안팎에선 사실상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 그의 발언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이 코앞인데, 이를 보완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이 어떻게 흘러갈지조차 오리무중이다.
물론 진짜 김동연의 패싱일 수도 있다. 조짐은 정권 초기부터 있었다. 세율 인상은 없다던 그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여당은 소득세·법인세 인상을 밀어붙였다. 청와대도 기다렸다는 듯 호응했다. 그래서 김동연만 왕따 당했다는 말이 나왔다. 부동산 종합대책 등 민감한 경제 정책을 실세 청와대 참모·장관들이 직접 발표하는 일도 잦았다. 예전에는 경제부총리가 하던 일들이다. 대통령 주재 회의 때 김 부총리가 질책을 받았다는 말도 간간이 흘러나왔다.
사실 김동연 부총리는 대통령이나 대통령 측근들과의 관계를 보면 역대 어느 경제부총리보다도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역대 경제부총리 가운데 많은 치적이나 강한 인상을 남긴 사람은 김대중 정부 때 이헌재 전 부총리다. 인연도 없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자기 소신을 피력하고 전권을 부여 받은 후 책임 경영하듯 환란에서 나라를 구해냈다. 김영삼 정부의 한승수도 후배 관료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거나 존경 받는 인물이다.
패싱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김 부총리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성들의 벽을 뚫고 설득하고 소통해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어떻게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한다. 지금 그를 향한 비판은 경제정책을 둘러싼 노선 갈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필두로 한 소득주도성장론자들과 혁신성장론자인 김 부총리 사이에 내재된 마찰이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의견이 달라 논쟁을 할 수는 있다.
다만 경제정책 최고책임자들이 편가르기 식으로 설전을 벌이며 불협화음을 노출하는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시장에 혼란을 안겨줄 수 있다. 정부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부총리 지위를 부여한 것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권한을 행사하라는 의미다. 경제부총리가 제 역할을 못하면 인사권을 행사하면 된다.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그를 흔들어 서는 안 된다. 경제 컨트롤타워를 흔드는 것은 한국 경제를 흔드는 것과 같다. 정부와 여당은 김 부총리의 말발이 통하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오랜 관료생활로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 특유의 근면성실함과 두터운 신뢰감으로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는 김 부총리를 경제 컨트롤타워로 제대로 세우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가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이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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