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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고대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중소기업 비정형 정보 빅데이터 활용 가능”

기사입력 : 2018-05-08 00:00

(최종수정 2018-05-0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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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머신러닝 도입해 여신효율화 진행중
중기 중심의 경제 구현…남북경협도 대비

고대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자료사진= IBK기업은행)
고대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자료사진= IBK기업은행)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고대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사진)은 “4차산업 기술 발달로 중소기업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비계량적인 관계형 정보의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고대진 소장은 최근 서울 명동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한국금융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빅데이터가 비정형정보를 계량화하고, 클라우드가 이를 어디서나 불러올 수 있게 하고, 인공지능(AI)이 계량화된 비정형정보를 실전 영업에 이용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소기업 관계도 중소기업은 기술력으로, 대기업은 ‘갑질’ 없는 공정거래로 협력관계가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 진전에 따라 중소기업 사업영역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국도 ‘중소기업 우선주의’

고대진 소장은 유럽 중소기업법의 기본정신인 ‘중소기업을 먼저 생각하라(Think Small First)’ 원칙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대기업은 규제 대응 능력이 있고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가 구축돼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고대진 소장은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과거 중후장대 주력산업이 스마트화되는 ‘린(lean)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가 주요 사례다.

2000년대 인터넷 정보화 시대 이후 지금은 실리콘밸리도 제조업의 스마트화가 핵심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중소 제조기업의 자생력이 문제로 떠올랐다.

고대진 소장은 “과거의 주종관계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은 기술력으로, 대기업은 ‘갑질’ 없는 공정거래로 협력 관계가 변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대안으로 정부가 중소기업 정책에서 코디네이터(조정자)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학·관·정·금이 서로 연결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핵심이다. 고대진 소장은 “한국 경제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빨리 캐치업(catch up)하고 장애가 되는 규제, 불리한 인프라, 자금애로 개선 등을 유도하는 것이 연구소의 과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 기업금융, 빅데이터 도입 단계

중소기업의 여신심사·신용평가·여신관리에서 ‘밀착된’ 금융이 요구된다는 지적에 대해 고대진 소장은 비정형 정보의 시스템화 추세를 설명했다.

빅데이터가 비정형정보를 계량화하고, 클라우드가 이를 어디서나 불러올 수 있게 하고, 인공지능(AI)이 계량화된 비정형정보를 실전 영업에 이용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는 내용이다.

고대진 소장은 “그동안 재무제표 중심의 정태적 분석이 제공하지 못하는 사업성·상품성·기술력·경영능력 등의 비정형정보를 어떻게 계량화 하느냐가 문제였던 것”이라며 “승인에 무리가 없는 여신프로세스는 자동화하고 빅데이터를 통해 부실 가능성, 신용도의 변화 등에 대한 예측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머신러닝 및 프로세스 자동화를 통해 평균적인 심사역 수준의 여신심사 효율화 실험 단계에 있다고 했다.

최근 은행권의 우량 중소기업 여신 확보 경쟁과 관련 고대진 소장은 “생산적 금융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최근 3년간 총 대출 순증액 중 87%가 중소기업 대출이었고, 이중 48%가 중소 제조업에 대한 대출이었다고 소개했다.

◇ ‘NO 데스밸리’ 생태계 필요

고대진 소장은 첨단 벤처기업 육성 관련해서는 미국 로체스터시의 자생력 사례를 꼽았다. 로체스터시는 1980년대 이후 고용을 책임지던 빅3(코닥·제록스·바슈&롬)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역경제와 협력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코닥의 경우 디지털카메라 보급으로 사업이 악화되면서 2013년 매각 당시 고용인력이 전성기인 1982년 대비 5%에 불과했을 정도다.

하지만 로체스터시와 민간기업·금융기관·대학이 협력해서 비영리 지원기관을 세우고 지역 내 우수 연구소 인력이 떠나지 않고 벤처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그 결과 과거 30년 동안 코닥에서 사라진 일자리의 두 배 가까운 9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민관이 협력해서 창업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고 여기에서 창출된 일자리로 우수인력을 유인해 글로벌 강소기업이 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대진 소장은 “제조기반 혁신을 위해 정부가 창업 인프라를 만들어주고, 은행은 기업의 성장(scale-up)단계에서 적시성 있는 지원을 하고, 사업 위축기에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을 수 있도록 컨설팅·기술개발·상품화·매출 확대·글로벌 진출 등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남북경협 금융지원 연구 가동

남북정상회담 이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도 남북 경제협력 관련한 연구로 바쁜 상황이다. 총 32명의 석·박사 연구인력을 보유한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중소기업·산업연구 등을 맡는 4개팀과 함께 국내 및 통일금융 연구 1개반으로 구성돼 있다.

대북제재 완화 수준에 따라 개성공단 복원, 금강산 관광재개, 철도·도로 연결 등 인프라 사업부터,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 따른 에너지 자원벨트와 물류 교통벨트, 동북아 경제협력 확장까지 남북 경협이 확대될 전망이다.

IBK기업은행은 남북 경협 진전에 맞춰 상품개발, 인프라 개발 참여, 중소기업과 공단 진출, 금융지원 등 동반자금융을 적극 실천할 방침이다.

고대진 소장은 “금융은 리스크를 등에 진 동전의 양면과 같은데, 남북 정상회담 이후 리스크가 완화돼 금융의 역할이 시기적으로 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예를 들어 북한 내 공단이 조성되고 공단·산업 별로 특화해 진출하게 될 경우 기존 가방·신발, 섬유봉제, 기계금속, 전기전자 등 단순 제조에 그치는 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업프로그램, 연구개발(R&D), 법적 절차, 민간금융, 스마트 농업 지원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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