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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 환수 고지 안해" 보험설계사 리쿠르팅 제도 폐단 심각

기사입력 : 2018-04-12 16:13

(최종수정 2018-04-1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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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 지급·지인영업 불필요 등 미끼로 설계사 유혹해 모집
보험사 지점장들, 리쿠르팅 건수에 따라 보수 천차만별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사진=픽사베이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일부 보험사가 보험설계사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계약 해지 시 교육비 환수 등의 중요한 규정을 리쿠르팅 과정에서 고지하지 않아 설계사들이 불의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취업준비생, 경력단절 여성 등 취업이 절실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비 제공과 정규직 채용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미끼를 던져 주요 계약 내용을 누락시켜 설명하는 등 업계의 폐단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형 생명보험사 A사의 한 지점에서 리쿠르팅을 받고 설계사로 활동하던 B씨는 설계사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3개월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그러나 회사는 “3개월 안에 그만둘 경우 교육비를 환수해야 한다”며 위약금을 요구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A사가 리쿠르팅 과정에서 B씨에게 교육비 환수에 대한 규정을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모집 당시에는 ‘교육만 받아도 교육비로 월급이 나온다‘, ’회사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영업이 이뤄지므로 지인 영업을 할 필요가 없다‘며 좋은 점만 부각시키다가, 정작 교육비 환수 등 중요한 사항을 알려주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GA와 설계사 영업 조직이 언급하는 ‘교육비’의 경우, 회사 및 지점별로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일정 기간 이상의 근무기간, 일정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는 조건으로 주어지는 ‘선지급 수당’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들이 설계사 인력난과 교육비용 절감 등을 위해 리쿠르팅 과정에서 허술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피해를 보는 설계사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인의 추천이나 취업 압박 등으로 인해 잘 모르고 설계사로 입사했다가 적지 않은 위약금으로 피해를 받는 설계사들이 늘고 있다.

이와 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보험사의 지점장은 “지점장의 인사고과는 사실상 설계사 리쿠르팅의 성패에 따라 갈린다”며, “리쿠르팅 건수에 따라 지점장 간의 연봉이 2~3000만 원까지 차이가 나다 보니 지점장들이 리쿠르팅에 혈안이 되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가 설계사들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 지점장은 “과거에 비해 관행이 많이 개선되어 대부분의 보험사 지점들이 리쿠르팅 과정에서 교육비 환수 등 중요한 내용을 고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실적에 눈이 먼 일부 지점들에서는 뿌리 깊은 악습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리쿠르팅에 응해 설계사로 일하게 된 뒤에도 설계사들은 여전히 ‘지인영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따라 연락을 돌려도 90% 이상이 연락조차 받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험한 말이나 욕설을 들은 설계사도 있었다.

중소형 보험사에서 설계사로 일했던 C씨는 “실적 압박이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설계사로 입사했는데, 리쿠르팅 과정에서는 천사처럼 대해주던 지점장이 교육이 끝나자마자 돌변해 ‘실적을 가져오라’고 윽박을 질렀다”며, “이렇다보니 어쩔 수 없이 지인 영업을 강행할 수 밖에 없어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느낌이라 얼마 못가 설계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보험설계사 정착률은 40% 안팎으로 선진국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지난해 상반기 '13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을 보면 생명보험사 평균은 40.2%, 손해보험사 평균은 51.4%로 나타났다. 이는 보험 선진국인 캐나다의 설계사 정착률이 86%, 미국 67%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면채널 축소 등으로 설계사의 비중이 낮아지면서, 설계사들을 단순한 소모품으로 보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불완전판매율을 낮추라며 무작정 설계사들을 쥐어짜듯 압박하기보다는 영업 현장의 상황을 돌아보고 전체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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